지난번 아티클에서는 도시 문화적 관점에서 옛 건축물의 원형 보존을 통해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펼친 상하이 장원 재개발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RE:SHANGHAI'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장원 재개발 프로젝트 중 현재 진행 중인 동구 개발 현황과 그 핵심인 지하 공간이 어떻게 개발되고 공사 중인지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장원 동구 재개발 현황: 거대한 현실판 퍼즐 이동 게임
지난 6월 공사가 한창인 상하이 장원 동구 현장에서는 무게 7,500톤, 연면적 약 4,000㎡에 달하는 석고문 건축군 중 ‘화엄리(华严里)’라 불리는 건축군이 지하 개발을 위한 이동을 마치고 원래 위치로 복귀했습니다.
건물이 통째로 이동하게 된 배경은 지난 3화에서 소개드렸듯이, 원형 보존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고 대규모 상업시설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상하이 정안구의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건축물에는 지하 공간이 없었기에, 주차장, 상업시설, 지하철 환승 공간 등을 포함하는 지하 시설을 만들기 위해 지하 공간 상부 슬래브 시공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2023년 말부터 화엄리 건축군은 서쪽으로 약 48m, 다시 북쪽으로 46m를 이동하였습니다. 이후 2025년 5월 19일부터는 432대의 소형 보행 로봇을 '발'로 삼아 하루 약 10m씩 전진했고 마침내 6월 원래 건축물이 있던 자리로 무사히 되돌아왔습니다.
원위치 복귀를 계기로 ‘상하이 최초의 명원’이라 불린 100년 역사의 장원 아래에는 지하 3층, 총 5만 3천㎡ 규모의 심층 개발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장원의 이사, 맞춤화된 새로운 기술이 필요로 했다
건물을 통째로 이동시키는 기술 자체가 놀랍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상하이에서는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미 상하이 음악청이나 옥불사 등도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이동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장원 프로젝트가 중국 언론에 크게 보도된 주된 이유는 장원 동구의 화엄리가 중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석고문 건축군이라는 점과 관련 업계에서 장원의 시공 난이도가 매우 높기로 유명했기 때문입니다. 장원은 상하이의 옛 골목길 특징인 수직, 수평, 사선, 그리고 구불구불한 길 등 모든 형태를 가진 건축물입니다. 내부 공간은 협소하여 골목길의 폭이 2m 남짓에 불과했고, 가장 좁은 출입구는 겨우 70cm였습니다. 시공 시 원형 보존을 최우선으로 해야 했기에, 기존의 대규모 장비는 거의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장원 건물의 이동은 무게나 크기, 그리고 시공 조건 측면에서 업계와 국가의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건물의 이동 작업에는 맞춤화된 현대 기술들이 빛을 발했습니다. 그중 가장 주목받았던 기술은 바로 ‘보행식 초소형 이동 로봇을 활용한 평행 이동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장원 특유의 좁은 골목길과 협소한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장원 동구 재개발에 적용된 이 기술은 수백 대의 초소형 보행 로봇을 건물의 ‘발’처럼 배치하여, 로봇들이 협력하여 건물을 들어 올리고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왼발-오른발’을 번갈아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두 대씩 한 조로 구성되어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따라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고, 이동하고, 내리는 과정을 수행해 건물이 마치 걸어가는 듯 전진하게 됩니다. 장원 동구 건축군 ‘화엄리’는 총 432대의 로봇이 협업하여 하루 약 10m씩 이동했고, 총 94m의 거리를 오차 5mm 이내로 정밀하게 옮겨졌습니다. 이는 기존 평행 이동 기술 대비 작업 시간이 짧고 효율은 높으며, 비용은 낮고 자유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제어 시스템인 서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지면의 요철에 맞춰 조정할 수 있어, 별도의 전용 레일이나 트랙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며 복잡한 지형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있습니다.
극한의 시공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과 프로세스
장원의 고난이도 시공 환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달팽이 껍데기 안에서 도량을 짓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장원은 극한의 시공 환경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장원의 건축 양식인 석고문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골목길과 공간이 좁아 보수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지상 보수와 지하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초밀집 환경 속 시공’이 필요했습니다. 건물 이동 기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곳에서는 원위치에서 구조를 받쳐주는 언더피닝 기술이 적용되었고, 이로 인해 더욱 정교한 시공 계획이 요구되었습니다. 특히 장원 동구의 ‘장원 대객당’이 있는 6번 구역은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곳이었는데, 대형 장비 진입이 불가능했기에 장비의 소형화, 원격화, 맞춤형 공정 설계가 필수적이었습니다.
말뚝 기초 단계에서는 상하이젠공 제2건설그룹(上海建工 二建集团)이 개발한 소형 탱크 형태의 자율 주행 저상형 천공 말뚝 박기 장비와 자율 주행 MJS 제트 그라우팅 말뚝 박기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이 장비들은 원격 무선 제어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고 접고 회전할 수 있어, 좁은 출입구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건물 내부에 말뚝을 박는 작업을 진행하여 대형 장비 사용의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또한, 건설 현장의 초저공해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시공팀은 소형 굴착 로봇을 맞춤 제작했습니다. 이 로봇은 좁은 골목길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흙과 장애물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지능형 장애물 제거 및 경로 계획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동화 장비 도입으로 건물 보호 수준을 높이면서도 공정의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며, 현장 인력도 크게 줄여 보다 안전한 시공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상하이 정안구 도시재생개발회사 손페이(孙菲) 대표는 장원 재개발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장원은 살아있는 석고문 건축 박물관이지만, 단순히 박물관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현실적 수요와 생활성, 활력을 받아들이는 ‘활용 가능한 유산’이어야 합니다.”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갈수록, ‘장원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두가 장원의 원형 보존이라는 개발 목표를 뚜렷하게 인지하고 장원의 미래적 가치에 진정성을 담아 투자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장원의 지하 세계 오픈: 지상과 지하를 연결
장원 동구는 화엄리의 원위치 복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지하 확장 설계가 진행됩니다. 이를 통해 지하에 300여 개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정안구의 오랜 문제였던 지하철 환승 불편을 해소하며, 주변 상업지구, 오피스, 고층 빌딩들과 지상-지하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계합니다.
정안지업그룹 천루젠 부총경리도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장원은 지상과 지하의 공간을 전면적으로 연결하고, 주변 상권·거리·건물과 유기적으로 이어져 역사·문화·상업·생활이 한데 어우러지는 고품질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가 될 것입니다.”
과거를 입고 미래를 새롭게 걷는 상하이의 새로운 플레이스들
상하이 문화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문화·상업시설로서 도시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장원이, 상하이 난징서로의 핵심 상권으로 기능하며 어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와 함께, 최근 상하이에 새롭게 등장하여 과거의 가치를 입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1) 상하이 치엔탄(첸탄, 前滩) : 푸동의 루자쭈이가 국제 업무 지구로서 성공적인 전략을 펼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황푸강 남쪽에 개발 중인 국제 업무 지구입니다. ‘제2의 루자쭈이’로 불리며 현재 다음과 같은 시설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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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고급 쇼핑 센터 (타이구리), 고급 호텔 (샹그릴라 호텔, 아티젠 해비타트 등)
2) GATE M 시안멍센터(西岸梦中心) : 황푸강 서쪽, 상하이 푸시에 위치한 복합 문화 및 상업 지구입니다. 옛 시멘트 공장을 도시 및 산업 유산으로 재해석하여 시멘트 공장의 저장 탱크와 구조물 등이 주는 건축적 특징을 살린 문화·쇼핑·휴식 공간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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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카페, 쇼핑 공간, 갤러리, 전시장, 스케이트 파크 등
3)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 (上海大歌剧院) : 노르웨이 건축사무소 스뇌헤타가 설계한 상하이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입니다. 황푸강과 인접해 있으며 엑스포 문화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중국 부채’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디자인으로, 건물의 지붕은 부채처럼 펼쳐져 있고 테라스와 지붕 아래 공간을 통해 황푸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전망을 자랑합니다. 12월 4일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가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상하이 문화 예술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도시의 문화 유산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상하이 도시 개발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노후 주택 개조, 역사 보존, 매력적인 문화 공간 조성, 최첨단 스마트 인프라 구축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질적 변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장원의 재개발 프로젝트는 단순히 건물을 이동하고 지하 공간을 개발하는 기술적인 위업을 넘어, 도시의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상하이젠공과 정안구의 담당자들이 언급했듯이, 장원은 더 이상 '박물관'에 머무르지 않고 '활용 가능한 유산'으로서 도시의 현실적 수요와 활력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의 진정성 있는 투자와 노력 덕분에, 장원은 상하이 문화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문화·상업시설로서 난징서로의 핵심 상권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하며 도시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입니다.
이러한 상하이의 질적인 변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에도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서울은 지금 어떠한 방식으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과연 미래의 서울은 어떤 도시로서 소비될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서울이 진정으로 키워야 할 도시의 문화 자산은 무엇인가? 서울은 어떤 도시로 읽혀야 할까?' 상하이의 사례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이러한 질문과 고민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을 더욱 매력적인 미래 도시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 자료
https://export.shobserver.com/baijiahao/html/1029877.html
https://baijiahao.baidu.com/s?id=1834259072850190179&wfr=spider&for=pc
https://baijiahao.baidu.com/s?id=1776342796696010710&wfr=spider&for=pc https://mp.weixin.qq.com/s?__biz=MzIxOTEwOTQ5Mg==&mid=2650548512&idx=1&sn=489317d6e4013d7e8b1bec2626550147&chksm=8eb7933610bdd2eb06fb7deba0f867f92e38a9c5b3443b4472b75602ab401c33c010ce263668&scene=27 https://www.shanghai.gov.cn/nw4411/20250604/4fd7ecb3dad847a5bc33098661c616f6.html https://www.scg.com.cn/scg_jtyw/2025-06-11/Detail_238554.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