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는 지난 11월 28일, ‘성수의 타운 매니지먼트’를 주제로 한 <2025 시티포럼 성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역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한국형 타운 매니지먼트’가 실현되고 있는 성수의 오늘과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3주에 걸쳐 포럼에서 발표된 강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합니다. 성수 지역 개발과 운영 전략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시는 더 이상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특히 성수처럼 빠르게 진화하면서도 고유의 리듬과 장소성을 유지하려는 지역에서는, 건축과 도시 기획 사이의 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루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번 <2025 시티포럼 성수>에서는 글로벌 건축설계사무소 OMA의 홍콩 사무소 총괄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Chris van Duijn)이 연사로 참여해, OMA가 세계 각지에서 축적한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성수의 다음 스텝을 위한 도시 개발의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OMA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본사로, 뉴욕, 홍콩, 브리즈번 등지에 지사를 둔 국제적인 건축 설계사무소입니다. 지난 50여 년간 대형 상업시설, 글로벌 본사 사옥, 문화 및 공공 시설, 도시 재생 및 마스터플랜 등 다양한 스케일과 장르를 넘나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제너럴리스트’의 정체성을 구축해왔습니다.
로테르담을 본사로 스케일과 장르를 넘나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축설계사무소 OMA의 홍콩 사무소 총괄 파트너 크리스 반두인. 사진은 <2025 시티포럼 성수> 현장에서 강연 중인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OMA의 활동은 건축을 넘어 확장됩니다. OMA 프로젝트의 싱크탱크를 담당하는 AMO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 에너지 설계, 전시 기획, 이벤트 디자인 등 비물질적 문화와 정책 기획까지 다루며, 건축적 사고를 도시와 사회의 다층적 맥락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간을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을 둘러싼 조건과 구조까지 탐색함으로써 복합적 도시 전략을 설계하는 키플레이어입니다.
한국과의 인연 역시 깊습니다. 지난 25년간 OMA는 리움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최근의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특히 서울과 지속적인 접점을 유지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매달 한국을 방문하며 도시의 변화를 직접 관찰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진행해온 OMA의 프로젝트 Ⓒ자료=OMA 제공
OMA가 바라본 성수
오늘날 성수의 상징 지역 중 하나인 서울숲 일대는 과거 경마장·골프장 등의 레저 시설, 나아가 서울 최초의 민간 산업단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이후 강남과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 확장과 함께 산업·상업·주거가 혼재된 지역으로 기능이 확장되었고, 도시 재생의 흐름 속에서 서울숲 개발을 기점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OMA는 성수를 도시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고 예측할 수 있는 상징적 현장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특히 성수라는 지역을 일시적인 트렌디한 상권으로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변곡점을 반복해서 만들며 변화해온 ‘동적 도시’로 정의했습니다. 시대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과 실험성을 형성해왔다는 것이죠.
이는 외부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온라인 상에서 성수는 ‘트렌디’, ‘힙함’, ‘인더스트리얼’, ‘카페’, ‘팝업’, ‘브루클린’, ‘아트’, ‘테크’, ‘창의성’과 같은 키워드로 묘사됩니다. 이를 통해 단지 지역이나 공간적 유행이 아닌, 문화·창의·산업이 교차하는 도시 플랫폼으로서의 성수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접점을 통해 발전되는 성수의 미래
OMA는 성수의 발전을 이끄는 요소를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보았습니다. 첫째는 지역 이미지를 형성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브랜딩, 팝업 등의 상업 전략이며, 둘째는 예술과 문화가 일상과 어우러지는 콘텐츠 생태계, 셋째는 기술과 창의 산업입니다. 이 요소들은 독립적으로도 의미 있지만, 두 가지 이상이 결합될 때 더 강력한 도시 매력을 발산하며, 실제로 성수는 그러한 결합을 통해 지금의 위상을 형성해왔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수의 운영 구조와 협력 방식입니다. 지자체, 민간 디벨로퍼, 커뮤니티,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이 실제로 작동해왔기에, 오늘날의 성수가 가능했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성수는 또 하나의 전환점 앞에 서 있습니다. 서울의 ‘제4 업무지구’로서 가능성과 함께, 성수는 다음 단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질문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CBD(Central Business District)가 떠올리게 하는 고층 타워 중심의 개발 모델은 성수의 미래를 그리는 전략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산업 유산, 문화, 리테일이 얽혀 만들어낸 성수의 정체성은, 획일적인 도시 확장보다 정교한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이에 OMA는 ‘보존 대 개발’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제3의 접근을 제안합니다. 성수는 단순히 ‘Central’이 아닌, ‘Creative Business District’, 즉 창의적인 산업 생태계를 품은 업무지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창의적으로 ‘재배양(cultivate)’해야 할 자산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입니다.
이러한 시선을 바탕으로 OMA는 성수를 위한 4가지 키워드, 혁신, 진정성, 밀도, 리테일 & 문화를 통해 도시 미래 전략을 제안합니다. 이는 프로젝트가 아닌 도시 자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는 시도, 그리고 성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성을 실험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성수 발전을 위한 4가지 키워드 ① 혁신(Innovation)
OMA는 ‘혁신’을 기술적 진보에 국한하지 않고, 도시 구조와 공간 기획, 정책 설계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과정으로 정의합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곳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도시들이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삼아 개발 플랜을 세우지만, 정작 실리콘밸리는 철저히 ‘계획되지 않은 도시’였습니다. 규제가 느슨했고,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가 정신이 존재했으며,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기에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가능했습니다. 실리콘밸리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OMA는 여기서 혁신 도시 설계에 필요한 몇 가지 핵심 조건을 도출합니다.
• 첫째, 기업 간의 물리적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이를 연구자들은 ‘개미집(ant hill)’ 같은 환경이라고 표현합니다. • 둘째, 혁신은 문서나 계획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경험하고 부딪히는 실제 공간에서 탄생합니다. • 셋째,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유연한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OMA는 성수 지역에 이미 혁신의 기반이 마련된 오피스 구조가 자라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기술,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은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수는 함께 머물고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 친화형 환경을 갖추고 있어, 혁신의 물리적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베를린 악셀 슈프링어 프로젝트: 혁신과 지역성의 건축적 구현 베를린의 악셀슈프링어 미디어 본사 프로젝트는 OMA가 ‘혁신’을 도시와 건축 차원에서 실현한 사례입니다. 건물 중심에 거대한 아트리움을 배치해 공간적 흐름과 시각적 연결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미디어 기업과 스타트업이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특히 이 건물은 과거 동·서 베를린을 나눴던 장벽 위에 세워진 공간으로, 내부 색채와 공간 구성이 역사적 맥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악셀 슈프링어 미디어 본사 건물에는 협업하는 여러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자료=OMA 제공
파리 스테이션 F: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사례 OMA의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파리의 스타트업 허브 ‘스테이션 F(Station F)’또한 혁신 사무 공간의 사례로 참고하기에 좋습니다.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입주한 이 공간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LVMH 등 대기업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젊은 창업자에게 장학금, 멘토링, 작업 공간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이 허브는 주거와 문화, 접근성까지 고려한 지역 단위 혁신 생태계로 진화 중이며, 성수 또한 이와 유사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지역입니다.
실제로 성수는 비공식적 만남, 창조적 실험, 소규모 협업이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동네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젊은 창업자들이 일하고, 살고, 머물 수 있는 도시 차원의 기획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전제에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역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결국, OMA가 제안하는 혁신의 전략은 기업 유치나 하드웨어 중심 개발을 넘어, 도시의 구조와 운영방식까지 함께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성수 고유의 공간 구조와 사회적 리듬을 존중하며, 새로운 방식의 창의 경제 지구(Creative Economy District)를 만드는 일, 성수에서 실현할 수 있는 ‘혁신 도시’의 미래입니다.
성수 발전을 위한 4가지 키워드 ② 진정성 (Authenticity)
OMA는 진정성을 “한 지역의 고유한 성격과 정체성을 해석하고, 그것을 미래로 창의적으로 확장하는 설계 전략”으로 정의합니다. 특히 서울은 언덕 지형과 다양한 스케일이 복합적으로 얽힌 도시로, 초고층 타워와 작은 단위의 건축이 공존하는 공간 구조를 지니고 있어, 개발 과정에서 섬세한 도시 감수성이 요구됩니다. 장소의 역사와 문화, 진정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도시 고유의 가치 있는 레이어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업 유산과 창의 산업, 소규모 리테일이 어우러진 고유의 환경을 지닌 이 지역은, 향후 더 적극적인 개발이 예상되는 만큼 그만큼 정교한 접근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OMA는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적 맥락과 가치를 살리면서도 미래를 향한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으로 ‘진정성 기반의 창의적 개발’을 제시합니다.
도시적 비형식성을 반영한 홍익대학교 프로젝트 앞으로 더 적극적인 개발이 예상되는 지금 성수에서는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역적인 맥락과 가치를 살리면서도 개발하는 사례는 OMA의 홍익대학교 설계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OMA는 “도시 비공식성(urban informality)”라는 개념과 함께, 캠퍼스 주변 홍대 지역의 성격을 고려해 대학과 지역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도시 비공식성은 도시 공간에서 공식적 계획이나 제도에서 벗어난 비공식적, 자생적인 경제∙사회적 활동과 거주 형태를 말합니다. 홍익대학교 주변 지역은 이러한 특징과 함께 다양성과 동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OMA는 이곳에 높은 캠퍼스 타워 대신 넓은 면적을 활용해 새 캠퍼스 건물을 지면에 낮게 눕히고, 지붕 전체를 경사 공원으로 설계했습니다. 이 경사는 홍대 거리에서 캠퍼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도시적 흐름의 연장이자, 건축이 지역의 구조를 존중하며 대응한 사례입니다. 특히 건물 내부에는 ‘홍대 플로어(Hongdae Floor)’라는 공공층을 계획해, 학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문화·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대학과 지역의 관계를 건축적으로 재구성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덕이 있는 지형적 특성을 살리면서 대학교 건물이 이웃한 지역과 상권을 연결하는 허브로 기능하게 하는 홍익대학교 프로젝트의 모습. Ⓒ자료=OMA 제공
경사지 주거 재개발의 대안적 모델, 부산 프로젝트(영주, 안창) OMA는 최근 부산의 영주2구역과 안창마을 등에서 경사지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수행하며, 고밀도의 새로운 접근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꼭 고층 타워를 세우지 않더라도, 같은 밀도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OMA는 단일 아파트 유형 대신 어반 빌라, 테라스 하우징,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을 조합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각기 다른 동네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밀도와 커뮤니티, 공공 공간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안적 도시 재생 모델로 기능합니다. 성수 역시 향후 다양한 방식의 재개발이 논의될 지역으로서, 이러한 유연한 설계 전략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반 두인은 말합니다.
“진정성은 보존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해석하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설계에 통합하는 일입니다.”
성수처럼 다층적 구조와 다원적 정체성이 공존하는 지역에서는 진정성이야말로 단지 미학적 기준을 넘어, 도시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적 기준점이 됩니다. 건물을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도시만의 리듬과 층위를 어떻게 해석하고 담아낼 것인가입니다.
다양한 주거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 재생 모델로 조명 받는 OMA의 부산 프로젝트. Ⓒ자료=OMA 제공
성수 발전을 위한 4가지 키워드 ③ 밀도 (Density)
성수는 앞으로 더 많은 오피스, 주거, 그리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 프로그램을 수용해야 할 지역입니다. 이러한 전환기에 중요한 질문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밀도를 설계할 것인가”입니다. 기존 도시 개발의 일반적인 접근은 소규모 건물을 철거하고, 대형 플로어플레이트를 갖춘 고층 건물로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크리스 반 두인은 이러한 방식이 단기적이고 획일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는 그 이상의 다층적 전략과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OMA는 ‘밀도’를 단순히 건물의 높이나 용적률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도시 맥락과 공공성, 프로그램의 다양성, 연결 구조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설계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기존과 새로운 건축이 공존하는 방식: 밀라노 프라다 재단 OMA가 설계한 밀라노 프라다 재단(Prada Foundation)은 밀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산업 건물 10개와 새로운 건물 2개를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새 건물은 기존 건물이 제공하지 못하는 공간적 요구를 충족시키되, 서로의 존재를 가리지 않으며 독립성과 공존의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작은 스케일의 구조와 기존 공간을 보존하면서도 높이 새운 건물을 통해 밀도를 확장하는 방식은, 산업 유산과 소규모 블록이 얽혀 있는 성수의 공간 구조에도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낮은 기존 건물과 높은 신축 건물의 조화를 통해 여러 스케일의 밀도를 하나의 프라다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에서 구현해냈다. Ⓒ자료=OMA 제공
인프라 밀집 지역과 수변 도시의 가능성: 코펜하겐 BLOX 성수가 맞이할 또 하나의 과제는 도로, 철도, 한강변 등 인프라가 복잡하게 얽힌 지역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입니다. OMA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진행한 도시 인프라 통합형 수변 개발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인프라와 건축이 혼합되고 통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도로 위를 덮는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오피스, 주거, 공공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구성했습니다. 버스, 워터택시, 자전거와 같은 교통 수단이 자연스럽게 도시 흐름에 통합되며, 결과적으로 인프라와 건물이 하나의 도시 조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성수 지역 주변의 한강변을 고려 했을때, 이러한 방식의 수변 공간 재설계는 앞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일 수 있습니다.
도시 인프라와 수변 개발을 하나의 건물에서 통합한 코펜하겐의 BLOX 프로젝트. Ⓒ자료=OMA 제공
수직 도시와 성수의 미래 용적률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직 도시(vertical city)’ 개념은 성수에서도 새로운 개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수처럼 다양한 스케일의 부지와 복합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단순한 고층 개발이 아닌 도시 내 또 하나의 ‘입체적 지층’을 만드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성수 발전을 위한 4가지 키워드 ④ 리테일과 문화 (Retail & Culture)
리테일과 문화는 오늘날 성수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두 축입니다. 크리스 반 두인은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로서 리테일과 문화의 역할에 주목하며, 이 두 요소가 사람들이 성수를 찾는 가장 강력한 이유이자, 서울 안에서 성수가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된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합니다. 동시에 리테일과 문화는 가장 빠르게 변화하며, 지속적인 실험과 혁신이 요구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OMA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리테일·문화 공간을 설계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지역 커뮤니티와의 접점까지 공간을 매개로 풀어내는 방법을 탐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성수의 미래 리테일 전략에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의 재정의 광교 갤러리아 프로젝트는 “더 이상 기존 백화점이 유효하지 않은 시대, 전통적인 리테일 모델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클라이언트는 효율성을 강조하며 단순한 구조를 요청했지만, OMA는 여기에 도시적 흐름과 브랜드 경험을 설계적으로 접목했습니다.
건물 외피를 따라 이어지는 유리 볼륨은 보도의 흐름을 건물 내부와 옥상까지 연결하며, 리테일 공간을 전시·플래그십·카페 등 다양한 문화적 기능을 수용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합니다. 이는 백화점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과 도시 경험이 만나는 ‘대안 리테일 공간’으로 재정의한 사례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주목받은 광교 갤러리아 프로젝트. 유리 볼륨은 내부의 독특한 동선과 공간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자료=OMA 제공
하라주쿠 퀘스트: 리테일 스케일의 공존 전략 도쿄의 하라주쿠 퀘스트(Quest) 프로젝트는 대형 리테일이 밀집된 오모테산도와 소규모 팝업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하라주쿠 골목 사이에 위치합니다. OMA는 이 도시적 이중성을 건물에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전면은 공식적이고 리니어한 파사드, 내부는 작은 통로와 테라스가 얽힌 비공식적 공간으로 구성되어, 리테일 경험의 양극단을 모두 수용합니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한 메인 스트리트와, 다양한 소규모 브랜드가 밀집한 골목 상권이 공존하는 리테일 구조를 건축적으로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스케일과 흐름을 하나의 설계 안에 통합한다면, 성수와 같은 복합 리테일 지형에서도 다양한 리테일 조건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 전략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곧 완공될 하라주쿠 퀘스트 프로젝트. 하라주쿠의 상권의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건물의 파사드를 다채롭게 설계했다. Ⓒ자료=OMA 제공
프라다와의 협업: 리테일을 문화로, 문화를 브랜드로 프라다(Prada)는 OMA와 오랫동안 협업해온 브랜드입니다. 2001년 뉴욕 소호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전시 공간, 이동식 구조물, 뮤지엄, 패션쇼까지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리테일 공간을 문화적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소호 플래그십 스토어는 보도의 흐름을 실내로 끌어들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지하로 내려가게 만드는 유기적 동선을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공간은 밤이 되면 강연·영화·공연 등 다목적 문화 공간으로 전환되며,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와 도시 커뮤니티 사이의 유연한 연결을 실현했습니다. 이러한 건축을 통한 리테일 전략은 전시 기획, 문화 센터 설계 등 리테일과 문화의 경계 없는 통합을 이뤄내게끔 합니다.
건축은 “도시를 읽는 일”
성수는 과거의 산업 유산, 리테일, 그리고 젊은 창작 생태계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정의해온 동네입니다. 이러한 다층적 특성과 잠재력은 성수를 새로운 도시 실험의 무대이자, 차세대 창의 산업의 거점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바로 건축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크리스 반 두인은 이번 시티포럼을 통해 적극적인 관찰자이자 건축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성수를 바라보며, OMA의 전 세계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성수가 직면한 도시적 과제와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제안했습니다. 성수의 미래는 대규모 개발 뿐만 아니라 지역 고유의 리듬과 맥락을 섬세하게 읽고 반응하는 건축적 진화와 함께 구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도시 플레이어들이 연결되어 그 미래를 함께 그려갈 때, 도시는 그 다음 10년을 향한 미래 발전 방식을 보다 명확하게 갖추게 될 것입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SPI 플랫폼 마케팅팀
부동산이라는 그릇 안에 자본, 도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깨우고,
자산을 운영할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