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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는 지난 11월 28일, ‘성수의 타운 매니지먼트’를 주제로 한 <2025 시티포럼 성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역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한국형 타운 매니지먼트’가 실현되고 있는 성수의 오늘과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3주에 걸쳐 포럼에서 발표된 강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합니다. 성수 지역 개발과 운영 전략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수 상권은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가장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성장한 지역입니다. 팝업 중심의 상권 구조 덕분에 기획력과 시각적 주목도가 뛰어난 브랜드들이 몰렸고, 소비자 반응 또한 그만큼 뜨거웠습니다. 그 결과 성수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나 기업들까지도 성수 지역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게 만드는 상권이 되었습니다. 성수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지에 대한 궁금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있습니다.

리테일 부동산 기획과 투자 자문 분야에서 20여년간 활동해온 Cushman & Wakefield 코리아의 김성순 부대표는 인베스터와 테넌트, 그리고 지역을 연결하며 대한민국 상업 부동산 생태계를 누구보다 깊이 꿰뚫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성수 상권에서 수많은 브랜드들과 함께 리테일 생태계를 현장에서 직접 구현해온 키플레이어이기도 하죠.

김성순 부대표는 성수 상권과 리테일 부동산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요? <2025 시티포럼 성수>에서 김성순 부대표는 성수의 도약을 위해 필요한 상업 생태계를 진단하는 세 가지 메시지를 제시했습니다. 성숙한 성수 상권이 체류형 상권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요? 팝업의 메카로 불리는 성수에서 재방문 전략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더 나아가 매출이 전부가 아닌 시대에 필요한 파사드 전략까지 살펴봅니다.

성수 상권에서 수많은 브랜드들과 함께 리테일 생태계를 현장에서 구현하며 키플레이어 역할을 해온 Cushman & Wakefield 코리아의 김성순 부대표 ⒸSPI 플랫폼 마케팅팀

 

1. 스테이(Stay): 성수, 체류형 상권으로의 도약


성수는 아직도 핫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성순 부대표는 성수를 두고 10년 전에도 핫한 상권이었고 지금은 성숙기에 접어든 상권이라 말합니다. 상권이 핫한 것과 성숙한 것은 구분을 해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성수는 앞으로도 꺾이지 않는, 지속 가능한 상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요? 김성순 부대표는 그 핵심 조건으로 ‘체류형 소비 환경’을 꼽습니다.

최근 인기를 끈 흑백요리사에 비유해보자면, 명동∙강남∙홍대를 백수저 상권, 성수∙한남∙도산은 흑수저 상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성수는 ‘나폴리 맛피아’처럼,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어느덧 명동에 버금가는 성숙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때론 성수가 명동을 넘어섰다는 느낌도 들 정도죠. Cushman & Wakefield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9번째로 비싼 상권이 명동인데, 성수도 이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명동이 팬데믹 시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내에서 상권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핫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는 쇼핑·외식·관광·문화체험에 ‘체류’가 더해진 복합 소비 구조 덕분입니다. 또한 명동과 인접한 을지로와 종로에 관광 호텔이 밀집해 있어, 외부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습니다.

성수는 커진 상권 규모에 비해 먹거리나 놀 거리는 많지만, 자는 것에 해당하는 숙박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합니다. 현재 성수에 있는 호텔은 2성급 규모의 단 1곳뿐입니다. 사실상 호텔이 없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면서 호텔 영역의 공백이 메워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그 수와 양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성수 상권에는 2성급 호텔 한 곳만 운영 중이며, 3~5성급 호텔은 전무한 실정이다. Ⓒ자료제공=Cushman & Wakefield 코리아 김성순 부대표

서울의 6대 상권 명동∙강남∙홍대∙성수∙한남∙도산에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K-컬처와 그 흐름을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때 숙박 인프라의 유무는 현장 소비의 범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를 보러 간 여행객도 숙소를 시부야에 잡으면 자연스럽게 시부야에서 소비하게 되듯, 성수 역시 숙박 기능이 지역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수는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원칙적으로 숙박시설 도입이 어렵습니다. ‘관광숙박사업 승인’ 등의 예외 조항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관련 절차가 까다롭고 진입 장벽도 높습니다.

김성순 부대표는 지금까지 성수가 리테일 기반의 개성 있는 콘텐츠로 상권을 키워왔다면, 앞으로는 ‘호스피탈리티’ 기능이 더해져야 다음 단계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숙박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체류형 소비를 유도하고 지역에 머무는 시간을 확장시키는 기반입니다. 성수의 ‘핫함’을 넘어 ‘지속가능한 상권’으로 진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전략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2. 팝업: OTT 성수


성수는 코로나 이후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상권 성장의 움직임은 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도시재생’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성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브루클린, 영국의 베터시 등과 마찬가지로 산업지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성수는 이들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대규모 디벨로퍼가 주도한 개발이 아니라, 지역 건물주와 브랜드들이 직접 공간을 일구며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 일대가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팬데믹을 거치며 ‘팝업’과 함께 독특한 리테일 생태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브랜드들은 대규모 매장 대신 작은 규모의 공간을 찾았고 그 중심에 성수가 있었습니다. 큰 건물 구조에 비해 내부 기둥이 적은 공간적 특성, 지역적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맥락성, 소규모 투자로도 주목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성수는 팝업의 메카로 부상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 역시 이 흐름에 주목했습니다. 디올을 시작으로,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까지 ‘에루샤’가 모두 한 해에 팝업을 진행한 유일한 지역이 바로 성수였습니다. 기존의 청담동 등지의 플래그십 스토어 중심 고급화 전략에서 벗어나, 거리 속에서 소비자와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성수를 통해 본격화된 것입니다.

김성순 부대표는 성수를 두고 “오프라인의 OTT”라고 말합니다. OTT처럼 성수는 매번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고,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기대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상권 운영에서 가장 큰 고민은 ‘재방문율’입니다. 성수는 정반대로 ‘언제나 새로움’을 제공하며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팝업 생태계가 진화하는 단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팝업 생태계는 크게 3단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 1단계: 판매 중심 -> 얼마나 팔았는가?
  • 2단계: 홍보 중심 ->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가?
  • 3단계: 팬덤 중심 -> 얼마나 많은 팬덤과 연결되는가?
 

현재 성수는 3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성수에서 진행되는 상당수의 팝업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성도가 높은 특정 고객, 팬덤을 위한 상권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팝업은 ‘공간이 비어 있어야’ 가능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상권이 성장하면서 성수의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했고, 이에 따라 팝업을 열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메가 브랜드와의 장기 계약이 유리한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상권이 성숙할수록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던 팝업 생태계는 점차 위축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연무장길에 메가 브랜드의 매장이 속속 들어서며, 상권 내 팝업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임대료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자료제공=Cushman & Wakefield 코리아 김성순 부대표

이런 변화 속에서 김성순 부대표는 포화된 연무장길에 이어 새로운 팝업 생태계의 가능성으로 ‘아뜰리에길’ 상권에 주목합니다. 과거 연무장길과 함께 성수 상권의 쌍두마차로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뎠던 아뜰리에길은 최근 새로운 실험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등의 입점을 제한하고 있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작은 규모의 건물과 유휴 공간이 많아 새로운 형태의 팝업이나 실험적인 콘텐츠 유입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무장길이 상권 성숙과 함께 임대료가 급등하며 메인 스트리트로 성장한 반면, 아뜰리에길은 업종 제한이라는 제약 속에서 상대적으로 앞으로도 실험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뜰리에길 상권의 업종 제한이 보다 완화된다면, 뷰티나 라이프스타일 기반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스트리트 상권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파사드: 벽까지도 임대하는 시대


건물의 외관, ‘파사드(façade)’는 이제 단순한 건축 요소를 넘어, 소비자 경험을 주도하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담아내는 확장된 미디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 파사드는 로고 중심의 단순한 시각적 장치에 그쳤지만, 이제는 브랜드 정체성과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이와 함께 고객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매장을 지나치며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브랜드와의 접점을 형성하는 고객이 됩니다. 공간을 실제로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간접 경험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건물 파사드는 입점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 추가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자료제공=Cushman & Wakefield 코리아 김성순 부대표

이처럼 파사드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온라인에서 클릭률이나 전환율이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라면, 오프라인에서는 파사드가 그만큼 강력한 시각적 메시지와 경험을 전달합니다.

그 활용을 극대화한 대표적 사례로, 라스베가스의 ‘스피어(Sphere)’는 둥근 건물 전체를 미디어 파사드로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도시 전경 자체를 광고와 콘텐츠의 장으로 전환시킨 것이죠. 뉴욕 타임스퀘어의 TSX 스테이지는 파사드 외벽에 무대 형태의 발코니를 설치해 건물 파사드를 공연과 쇼케이스가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확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파사드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이나 입점 준비 기간 동안 건물 외벽을 광고 매체로 활용해 부가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활용은 법적 규제를 받는 영역이기도 하며, 일부는 과태료를 감수하면서까지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파사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광고 수익 모델이 아니더라도 파사드를 지역 브랜딩과 상권 활성화의 수단으로 삼는 접근도 가능합니다. 외관을 광고판으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건물주와 브랜드가 협업해 건물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힌다면, 성수를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도시의 경관에도 생동감을 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한다면 정체된 상권에서도 OTT처럼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상권이 정점을 지나 하향세로 접어드는 사이클은 어느 지역에서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성수는 예외적인 기대를 모으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민간, 행정, 전문가들이 함께 실험과 연구를 이어가며, 상권 그 자체를 하나의 ‘씬(Scene)’으로 만들어가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들 역시 성수에서만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비전을 펼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제 성수의 미래는 정책적 지원과 다양한 주체들의 유기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내며 다음 챕터로 나아가는 데 달려 있습니다. 지금의 성수를 가능하게 했던 실험 정신을 존중하고, 성숙한 상권이 직면하는 과제들을 민과 관이 함께 해결해 나간다면, 성수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진화’를 이뤄내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수 지역과 상권이 앞으로도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상권 진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하나씩 실현해 가길 기대합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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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는 그릇 안에 자본, 도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깨우고, 자산을 운영할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