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는 지난 11월 28일, ‘성수의 타운 매니지먼트’를 주제로 한 <2025 시티포럼 성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역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한국형 타운 매니지먼트’가 실현되고 있는 성수의 오늘과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포럼에서 발표된 강연 내용을 3주에 걸쳐 요약해 소개합니다. 성수 지역 개발과 운영 전략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수는 트렌디한 상권이나 F&B 중심의 유행을 넘어, 창업 생태계가 뿌리내린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팝업과 리테일, F&B가 자리잡은 골목 사이에는 수많은 소셜벤처와 비영리 단체, 임팩트 투자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성수 지역에서는 500개가 넘는 소셜임팩트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익을 넘어 지역과 공존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MYSC(엠와이소셜컴퍼니)가 있습니다. MYSC는 혁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관들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함께 전략을 세우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해왔습니다. 성수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MYSC는 단순한 벤처캐피탈을 넘어, 매년 다양한 분야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왔습니다. 임팩트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시장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이번 <2025 시티포럼 성수>에서는 MYSC의 김정태 대표를 연사로 초청해, 성수에서 경험한 소셜 벤처 생태계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의 도전과 경험을 들어보았습니다. 아울러 벤처투자사로서 도시 발전과 창업 생태계를 향한 아젠다와 제안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MYSC는 시장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혁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2025 시티포럼 성수>에서 강연 중인 MYSC 김정태 대표. ⒸSPI 플랫폼 마케팅팀
소셜 벤처 생태계로서의 성수
김정태 대표는 다른 상권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성수의 특징으로 ‘창업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도시라는 점을 꼽습니다. 창업가, 투자자, 파트너, 행정이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성수만의 독자적인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명동, 여의도, 광화문 등 전통적인 상업 및 업무 지구는 입지와 상권 측면에서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소셜 벤처 생태계는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성수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고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과 공공기관이 함께 어우러진 ‘풀스택 생태계’를 구축해왔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인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성수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힘을 갖추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됩니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는 ‘생태계’를 품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미래 산업과 사회적 가치를 이끄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뿌리내리고 있는 성수는, 단순한 업무 밀집 지역을 넘어, 기존 업무지구나 상권과는 다른 에너지와 잠재력을 품은 도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수의 끌어당기는 힘
MYSC가 12년간 투자한 270여개의 포트폴리오사 가운데 28개의 기업이 성동구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단일 자치구 기준으로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성수는 투자사들에게도, 그리고 창업자들에게도 중요한 거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수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소셜 벤처 생태계가 자리 잡게 된 걸까요?
성수의 매력, 끌어당기는 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재들이 성수를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MYSC의 포트폴리오사인 한 기술 기업은 본사 이전을 검토하던 과정에서, 서울 서쪽 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일부 직원들이 퇴사를 고려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성수로의 이전이 논의되자 직원들은 오히려 환영의 뜻을 보였고,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반전되었습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실적에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수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만으로도 채용 지원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인재들이 먼저 성수를 찾는 시대가 된 것이죠.
두 번째는 파트너사들의 선호입니다. 성수에 사옥을 둔 기업들과 미팅이 잡히면, 파트너사들은 기꺼이 이곳으로 찾아옵니다. 업무를 마친 뒤에는 성수의 유명한 맛집을 방문하거나 골목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지역과 상권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 파트너들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실제로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의 포브스 선정 글로벌 리더들 역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성수를 일부러 찾아, K-컬처 체험과 비즈니스 미팅을 겸해 방문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성수는 해외에서도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때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렸던 성수는 이제 해외 도시들이 주목하는 벤치마킹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청년 혁신 복합 공간 ‘SCAPE’는 성수동을 모티프로 기획되었으며, 현지 공간 담당자 역시 성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브루클린 같은 성수’가 아니라 ‘성수 같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성수동을 모티프로 기획된 싱가포르의 'SCAPE'. Ⓒ자료=MYSC 김정태 대표
소셜 벤처 클러스터 구축의 또다른 핵심, ‘공간’
창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조건뿐 아니라, 공간 역시 핵심 기반이 됩니다. 물리적 공간은 다양한 조직과 창업자들이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이 되고,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망 속에서 새로운 협업이 이뤄지면서 사회적 임팩트도 함께 확산됩니다.MYSC는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벤처 투자사임에도 자체적으로 공간 사업팀을 두고 공간 기반의 혁신을 추진해왔습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MYSC는 뚝섬역 인근의 빌딩을 매입해 브랜드와 로컬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 공간을 열고자 했습니다. 1층에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담은 리테일, 2층에는 어니언의 로컬 문화, 상층부에는 MYSC의 소셜벤처 육성을 결합한 ‘스튜디오’를 구상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빌딩 매입이 성사되지 않아 아쉽게도 실행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향후 이 경험은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당시 건물 매입을 위해 준비했던 자금과 잉여금을 기반으로, 2015년 MYSC는 첫 번째 펀드를 결성했고, 이후 해당 펀드는 향후 운용 규모 1,1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부동산 같은 유형 자산만큼이나, 펀드·브랜드·신뢰와 같은 ‘지적 자산’(Intellectual Assets)의 중요성 또한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죠.
실제로 S&P 500 기업의 기업가치 중 90%는 브랜드, 팬덤 등 무형 자산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무형 자산 역시 물리적인 기반 없이는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MYSC는 성수에서 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이번에는 공간 혁신 전략의 일환인 임팩트 공유오피스, ‘MERRY HERE(메리 히어)’를 운영하게 됩니다.
‘MERRY HERE’는 사회혁신 기업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임팩트 공유오피스입니다. 일상의 공간에서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모델하우스를 지향하며, 실제로 입주율은 98%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MERRY HERE는 무형 자산을 실체화하고, 임팩트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이 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공유오피스 'MERRY HERE'가 지향하는 가치와 건물 모습. Ⓒ자료=MYSC 김정태 대표
사회 문제 해결, 도시 전략의 핵심 과제
도시 전략은 단순히 화려한 빌딩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공간과 사용자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콘텐츠와 기능이 채워질 때 비로소 도시의 생명력이 살아납니다.
일본 도쿄의 토라노몬 힐즈에 위치한 ‘글라스락(Glass Rock)’은 이러한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핵심 입지 위치한 ‘글라스락(Glass Rock)’은 상업적 목적보다 사회적 의제를 중심에 두고 운영되는 공간입니다. ‘소셜 액션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지역 사회의 현안과 사회적 가치를 논의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죠. 상업적 유인 없이도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창작과 발신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후쿠오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집니다. 후쿠오카는 성장한 스타트업의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정체성을 ‘소셜 벤처 캐피털 시티’라로 선언하고 방향성을 정립했습니다. 지역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매출이 늘어나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이 도시가 구축하고 있는 벤처에 대한 철학과 환경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도시에 사람과 브랜드가 모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머무르는 동안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입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단순한 활기가 아닌,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성수가 다음으로 나아갈 길도, 이 임팩트의 선순환 위에 놓여 있습니다.
사회 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도시의 미래를 구축해가는 일본의 사례들. Ⓒ자료제공=MYSC 김정태 대표
성수의 미래를 위한 제안
김정태 대표는 도쿄와 후쿠오카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성수 창업 생태계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두 가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성수 특구’ 지정에 대한 제안입니다. 특구로 지정되면 규제 완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지고, 행정과 민간이 파트너로 함께 참여하는 유연한 협력 구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성수가 소셜벤처와 임팩트 비즈니스에 특화된 규제 샌드박스 및 실험 특구로 지정된다면, 생태계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입니다. 업사이클링, 순환경제, 공유공간, 커뮤니티 기반 실험 등 다양한 혁신 모델들이 행정의 지원 아래 보다 자유롭게 실현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창업 생태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 실험과 확산이 이뤄지는 구조를 갖추게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제안은 ‘정책 IPO(Policy IPO)’입니다. 민간이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실험을 먼저 실행하고, 그 효과가 입증되면 공공이 이를 정책으로 매입하거나 제도화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는 민간의 기획력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빠른 실험이 가능하게 하고, 공공은 검증된 모델을 바탕으로 실패 비용 없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효율적인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성수에 적용해 본다면, 지역의 기업인·자산가·시민들이 기부자로 참여하는 ‘성수 폴리시 펀드(Seongsu Policy Fund)’를 조성하고, 성동구는 지역 기반을 제공해 민관이 함께 정책 실험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수 창업 생태계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두 가지 제안. Ⓒ자료제공=MYSC 김정태 대표
‘성수(聖水)’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흐름’을 뜻합니다. 김정태 대표는 이 의미처럼, 성수에서 시작된 작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도시의 얼굴을 바꾸고, 지역을 살찌우며, 더 넓은 세계로 자연스럽게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발전은 상권의 성장이나 외형의 확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진정한 도시의 미래는 도시의 다양한 주체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협력과 실천을 통해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시작됩니다. 행정은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은 기획력과 실행력으로 참여해 서로의 자원과 기술이 지역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도시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성수는 이러한 흐름을 실천하며 진화해온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축적된 창업 생태계의 성장 과정, 사회문제에 대한 도전, 그리고 의미 있는 실험들은 미래 도시를 상상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성수에서 시작된 변화의 움직임이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어, 각 도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나갈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SPI 플랫폼 마케팅팀
부동산이라는 그릇 안에 자본, 도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깨우고,
자산을 운영할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