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는 지난 11월 28일, ‘성수의 타운 매니지먼트’를 주제로 한 <2025 시티포럼 성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역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한국형 타운 매니지먼트’가 실현되고 있는 성수의 오늘과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포럼에서 발표된 강연 내용을 3주에 걸쳐 요약해 소개합니다. 성수 지역 개발과 운영 전략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수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K-패션’입니다. 여러 브랜드와 공간들이 성수를 '패션 성지'로 만들어왔지만, 그 흐름의 중심에는 패션 기업 무신사가 있습니다. 온라인 기반 패션 플랫폼의 대명사였던 무신사는 계속해서 오프라인 활동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본사를 성수동으로 옮기며 이곳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이어 무신사 스튜디오, 무신사 테라스, 무신사 스토어 등 10여 개의 공간을 성수 일대에서 운영하며 ‘성수를 대표하는 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2,000평 규모의 신규 공간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도 문을 열 예정입니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전략은 자사 브랜드의 영향력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이 생태계에서 활동할 수 있게끔 공간을 설계하고 상권을 기획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성수동과 서울숲 일대를 K-패션 중심지로 육성하는 동시에, 온라인에 집중돼 있던 중소 브랜드들이 성수에서 오프라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도록 상권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2025 시티포럼 성수>에서는 무신사의 박지원 오프라인 비즈니스 총괄을 연사로 초청해, 무신사가 오프라인에 주목하게 된 배경과 성수에서 펼치고 있는 상권 실험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무신사는 온라인에 집중돼 있던 중소 브랜드들이 성수 상권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직접 상권을 기획하고 구축해가고 있다. 사진은 <2025 시티포럼 성수>에서 강연 중인 무신사의 박지원 오프라인 비즈니스 총괄. ⒸSPI 플랫폼 마케팅팀
고도화된 성수 상권, 그 이면에 놓인 과제들
성수 상권은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대기업 플래그십 스토어와 글로벌 브랜드의 입점이 이어지면서 K-패션 중심지로 부상했지만, 한편으로 성수는 신생 브랜드에게는 장벽처럼 느껴지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나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는 점점 이곳에 발붙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며 성수는 이제 브랜드가 자유롭게 실험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입니다. 특히 온라인 기반으로 출발한 브랜드에게는 오프라인 매장이 역으로 브랜드를 완성하는 핵심 접점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수동의 연무장길처럼 상권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지역에서는 브랜드가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오프라인 무대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접점이 사라질수록 상권의 다양성과 역동성은 물론, 나아가 패션 생태계 전반의 활력까지도 영향받을 수 있습니다.
성수동의 상징인 대림창고에 자리 잡은 무신사 스토어 성수. Ⓒ무신사 홈페이지
‘아뜰리에길’ 프로젝트, 무신사의 상권 실험
무신사는 연무장길 일대의 임대료 상승과 상권 고도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성수가 지닌 트렌드 중심지로서의 에너지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단기적인 상업적 수익보다는 성수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유지하며 K-패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무신사는 성수 상권을 서울숲 인근으로 확장해 새로운 K-패션 중심지를 재편하고자 했고, 그 중심에 ‘아뜰리에길’을 두었습니다. 아뜰리에길은 한때 소규모 공방과 카페가 모여 감도 높은 문화 골목으로 주목받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동 인구 감소, 쇼핑 콘텐츠 부족으로 침체를 겪은 상권입니다. 실제로 아뜰리에길의 하루 평균 MZ세대 유동 인구는 연무장길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무신사는 이를 오히려 상권 기획의 기회로 포착하고, 새로운 실험의 무대로 삼기로 했습니다.
무신사는 공실 상태로 남아 있던 20여 개의 상가를 직접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하는 방식으로 선제적인 공간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후 이를 협업 브랜드들에게 낮은 초기 비용으로 재임차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중소 브랜드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뜰리에 상권 전반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주도권도 확보하고자 합니다.
성수에서의 무신사 오프라인 전략의 확장
무신사는 성수에서의 비즈니스 전략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상권 기획 외에도 직접 투자·지분 참여 등을 통해 오프라인 전략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부동산 투자에도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PFV 지분 투자와 임차 계약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리테일 운영 안정성과 자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설계합니다.
이를 통해 무신사가 구축한 오프라인 공간들은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게 됩니다. 입점 브랜드는 무신사의 임차 구조를 활용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면서 성수동에 진출할 수 있고,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은 다시 온라인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소비자는 성수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리테일을 경험하고, 브랜드는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연결을 강화하게 됩니다.
무신사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위축될 수 있는 브랜드 생태계를 오히려 확장과 성장의 기반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매장 입점이나 부동산 활용을 넘어, 상권의 다채로움을 확보하면서도 K-패션 중심의 리테일 전략을 성수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앞으로도 이어질 성수 상권 개발과 브랜드 성장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제시하는 하나의 전략적 모델로서 주목할 만합니다.
상권 전략의 핵심, 네트워크
무신사는 오프라인 전략에서 임대 수익 자체보다는, 입점 브랜드의 성장이 지역과 패션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하며 공간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입점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고, 이는 온라인 채널 유입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공간은 하나의 브랜딩·마케팅 채널이자 커뮤니티 허브로서 비즈니스 성장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됩니다. 이를 통해 입점 브랜드의 매출이 확대되고, 궁극적으로는 패션 시장 전반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처럼 무신사는 브랜드와 상권, 공간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바라보며, 자산 운영, 상권 기획, 브랜드 파트너십,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시장, 그리고 상권의 전체 성장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 실험의 차별점이기도 합니다.
무신사는 단순히 온라인 기반 유통 플랫폼을 넘어, 도시의 상권 구조를 재설계하는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수라는 지역 안에서 패션 생태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상권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며 브랜드와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이는 단지 쇼핑의 공간이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상권은 이제 물리적인 점포의 집합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커뮤니티, 그리고 소비자 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로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성수동에서 시작된 무신사의 이러한 실험이, 앞으로 서울 곳곳의 상권 전략과 도시 브랜드 생태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SPI 플랫폼 마케팅팀
부동산이라는 그릇 안에 자본, 도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깨우고,
자산을 운영할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