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견 간부였던 K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집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찐’ 무주택자였습니다.이후 7년여가 지나 퇴직을 앞두고 다시 만났을 때도 그는 여전히 ‘찐찐’ 무주택자였습니다. 연봉이 높은 직군의 관리자였지만, 퇴직을 앞둔 55세가 넘도록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했던 것이죠. 자금 여력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집을 사지 못했는지 묻는 제게 그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부동산을 사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 어느 지역을 골라야 할지,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가는 일부터 임장(현장 답사), 계약서 작성까지 모든 결정 과정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부동산을 사고파는 경험이 한두 번에 불과합니다. 내가 살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투자를 위한 '수익형 부동산'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당연합니다.결국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공부, 그리고 먼저 경험해 본 사람들의 지식을 공유하며 간접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이에 리치라운지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투자를 망설이는 K씨와 같은 분들을 위해 <부동산투자 실전라운지>를 연재합니다.리치라운지에서 전하는 실전 지식과 '프라퍼티 로스터리'의 매물 정보가 여러분의 부동산 안목을 키우는 실용적인 인사이트가 되길 바랍니다.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모든 진실을 말해주지도 않습니다"
등기부등본에는 없는 리스크, '불법 건축물'
첫 번째 시간은 부동산 거래의 기본인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 같은 공적 장부(공부)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못하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는 화려한 수익률 계산보다 ‘치명적인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특히 노후 건물을 매입해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 투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많은 투자자분이 매입 전 공적 장부를 꼼꼼히 살핍니다. 하지만 진짜 선수들은 서류 검토가 끝난 후, 반드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현장으로 향합니다. 서류상 완벽해 보이는 건물이라도, 현장에는 서류가 말해주지 않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밸류애드 투자의 첫 관문이자, 자칫 수십억 원의 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 물리적 실사(Physical Due Diligence)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드립니다.
다가구 및 단독주택 거래 시 대출 제한을 피하거나 취득세 절감을 위해 용도변경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장 실사와 꼼꼼한 계약서 작성이 중요하다. Ⓒ안명숙
투명 인간 같은 존재, '불법 건축물'의 함정
마음에 쏙 드는 꼬마빌딩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건축물대장을 떼어보니 '위반 건축물' 표기도 없고 아주 깨끗합니다. 하지만 막상 잔금을 치르고 리모델링을 하려는데 구청에서 청천병력 같은 통보가 날아옵니다.
"옥상에 있는 불법 증축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인허가를 내줄 수 없습니다."
매수자는 억울합니다. "내가 지은 것도 아니고, 전 주인이 10년 전에 만들어 둔 건데 왜 내가 책임을 져야 하나?" 전 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을까요? 하지만 아래 판례를 보면 결국 불법 건축물 행정 처분 대상은 현재 소유자에게 있다고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CASE STUDY] "임차인이 한 불법 건축, 왜 땅 주인이 책임지나?"
(대법원 2007두5639 판결)
[상황] 토지주 A씨는 세입자(임차인)에게 땅을 빌려주며, 세입자의 편의를 위해 본인(A씨) 명의로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하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신고 내용과 다른 불법 철골 구조물을 지어버렸습니다. A씨는 "나는 이름만 빌려준 명목상 건축주일 뿐, 실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세입자다"라며 구청의 원상복구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판결] 대법원은 구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행정청이 실제 건축주가 누구인지 일일이 심사할 수 없으며, 자의로 명의를 빌려준 이상 그에 따른 행정적 책임은 명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결말] A씨는 본인이 직접 건물을 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주 명의자라는 이유로 불법 건축물에 대한 철거 의무와 이행강제금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고등법원이나 1심과 2심에서는 임차인에게 임대차 기간 종료시 불법을 원상복구하도록 임대차계약후 실질적으로 요구하였으나 이행되지 않아 처분된 시정명령에 대해 토지주의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내용이 대법원에서 완전히 뒤바뀐 사례입니다. 불법 건축물 책임은 사람(전 주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물건(건물)을 따라다니는 꼬리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미 적발된 불법 건축물은 건축물대장에 빨간 글씨로 '위반건축물'이라고 표시됩니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 중구 등 구도심의 옛 건물이나 오래된 다가구 주택 중에는 무단으로 증·개축하여 사용하면서도 관청에 적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 등으로 확인되어 등재된 경우는 매수자가 미리 알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우는 매수자도 모른 채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이후 A씨처럼 용도 변경이나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철거는 물론 과태료까지 납부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다가구나 단독주택 거래 시, 대출 제한이나 취득세 중과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잔금 치르기 전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숨겨진 불법 건축물이 발견되어 계약 과정에서 큰 문제가 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2가지 치명적 리스크를 만드는 불법 건축물
불법 건축물이 왜 치명적일까요? 단순히 매년 내야 하는 이행강제금(과태료) 때문만은 아닙니다.
1. 금융의 문이 닫힙니다.
금융기관은 담보 물건에 불법 요소가 있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대출 심사를 위한 현장 실사 때 이 부분이 발각되면, 대출 승인이 거절되거나 대출 한도(LTV)가 대폭 삭감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해야 하는 투자자에게는 치명타입니다.
2. 밸류애드가 불가능해집니다.
건물 매입 후 용도변경이나 대수선(리모델링) 허가를 받으려 할 때, 관할 구청은 "기존 불법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고 원상 복구하기 전에는 인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통보합니다. 결국 예상치 못한 철거 비용과 명도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며 수익률을 갉아먹게 됩니다.
💡 고수의 TIP1.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하세요.계약서는 분쟁이 생겼을 때 나의 경제적 불이익을 막아줄 최후의 보루입니다. 특약 사항에 불법 건축물 발견 시 처리 비용 및 법적 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기재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2. 도면을 들고 옥상으로 가십시오.건축물 대장만 보지 말고 실제 현장 실사를 통해 건물의 모양을 눈으로 직접 대조해 보십시오. 도면에 없는 지붕, 테라스, 창고가 있다면 그것은 잠재적인 폭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