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먹는 하수처리장에서, 돈을 버는 하수처리장으로
하수처리장은 오랫동안 도시가 감내해야 할 비용으로 인식되어 왔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처리해야 할 하수는 늘어났고, 그에 비례해 운영비와 재정 부담도 증가했다. 이처럼 하수처리장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는 대표적인 ‘비용 인프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도시는 이 오래된 공식을 허물고 있다. 도시는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더 긴밀한 인프라 결합이 필요하다. 기존의 분절된 인프라 구조로는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하수처리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수처리장에 흐르는 세 가지
부강테크에서는 하수처리장을 다음과 같이 재정의한다.
- Co-Flow Campus: 하수처리장에는 물, 에너지(유기물), 그리고 데이터가 흐른다.
물은 단순한 처리 대상이 아니다. 안정적인 유량과 온도를 바탕으로 열교환과 냉각이라는 새로운 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자원이다. 유기물은 제거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에너지로 회수 가능한 잠재 자산이며, 데이터는 24시간 운영되는 도시의 생체 신호로서, 운영 최적화와 인프라 연계의 기반이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 세 가지가 각각 분리된 영역에서 관리되어 왔다는 점이다. 하수처리장은 환경시설로, 에너지는 발전 인프라로, 데이터는 정보 인프라로 나뉘어 존재했다. 이 흐름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통합적으로 설계된다면, 하수처리장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Co-Flow Campus 조감도. Ⓒ사진=부강테크 제공
하수처리장이 인프라 허브가 될 수 있는 이유
1. 물 : 하수를 활용한 냉각
하수는 안정적인 유량과 온도를 유지하는 도시의 지속적 자원이다. Co-Flow 기술은 이 하수를 열교환 자원으로 활용하여 냉각 수요와 연결한다. 이는 하수처리장을 에너지 소비 시설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같은 고열 발생 인프라와 구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물은 더 이상 방류의 종점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를 순환시키는 매개가 된다.
2. 에너지 : IUP를 통한 구조적 재설계
하수에 포함된 유기물은 오랫동안 ‘제거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IUP (Integrated Upstream Process)는 유기물의 흐름을 재설계함으로써 에너지 회수는 극대화하고 운영비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정을 통합한다. 하수와 분리된 유기성 자원을 최대한 에너지 생산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약품 사용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전체 시스템이 균형 있게 작동하도록 설계한다. 이는 하수처리장을 비용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 구조를 개선하는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핵심 축이다.
3. 데이터 : 부지집약화를 통한 결합
하수처리장은 이미 도시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 인프라 부지다. 여기에 부지집약화(Land Intensification)를 통한 retrofit형 현대화가 더해지면 동일 부지 내에서 여유 공간이 창출된다.
이 공간은 단순한 유휴 부지가 아니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디지털 인프라가 결합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다. 물과 에너지의 구조가 정렬된 공간 위에 데이터 인프라가 얹히는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수를 활용한 냉각(물), 유기물 기반의 에너지 회수(IUP), 부지집약화를 통한 데이터 인프라 결합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하수처리장은 비로소 균형 있게 설계되고 체계적으로 통합된 인프라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데이터센터와 같은 에너지 수요 인프라뿐 아니라 향후 등장할 새로운 에너지 창출 인프라의 전략적 결합은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
부강테크의 부지집약화 기술이 적용된 서울 중랑물재생센터. 상부에는 문화시설이 조성돼 도시 공간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부강테크 제공
데이터센터와의 구조적 결합 그리고 확장성
데이터센터 산업이 직면한 현실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입지, 냉각, 그리고 전력이다. 대다수의 하수처리장은 이미 도시 내 대규모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수자원을 갖추고 있다. 하수를 활용한 열교환 구조가 적용될 경우,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냉각 수요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때 하수처리장은 인접 시설이 아니라, 동일 캠퍼스 안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는 통합 인프라가 된다.
부지집약형 현대화를 통해 확보된 공간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역시, 입지와 냉각 조건이 충족된다면 동일 캠퍼스 안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핵심은 특정 기술의 도입과 함께, 하수처리장이 도시의 미래 인프라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용의 끝이 아닌, 가치의 시작점
하수처리장의 현대화는 성능 개선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공간 구조를 재편하고, 분절된 인프라를 연결하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에 가깝다. Co-Flow Campus는 하수처리장을 ‘돈을 먹는 시설’에서 ‘도시가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변화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도시가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구조적이고 불가피한 진화다.
앞으로 도시는 더 많은 데이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도시 한가운데에서, 물과 에너지, 그리고 데이터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