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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만 봉인가?


최근 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작년(2025년) 한 해에 낸 근로소득세가 68조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고,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8.3%로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월급쟁이만 봉이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요, 근로소득세라는 것이 근로자 수가 늘고 물가상승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면 자연히 증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3명 중 1명은 근로소득세를 실질적으로 전혀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부담 구조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직장인의 현명한 대응은?


근로소득세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결국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니, 우리가 먼저 취할 수 있는 현명한 행동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번 2월분 급여를 받으시면서 연말정산 환급세액도 함께 돌려받으셨을 텐데요. 이번 연말정산은 어떠셨나요, 만족스러울 만큼 돌려받으셨나요?
흔히들 연말정산을 13월의 월급이라고 표현하는 만큼 직장인 대부분은 세금 환급을 기대하고 있고, 실제로도 10명 중 7명 정도는 환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환급받을 수 있는 항목을 놓쳐 환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아까운 것도 없을 텐데요. 사실 요즘은 국세청 자료의 전산화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교육비나 일부 주거비, 기부금 항목 외에는 실수로 놓쳐 환급을 받지 못하는 항목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연말정산 공제항목을 챙겨 보는 것만큼이나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바로 근로소득 원천징수 비율입니다. 급여 명세서를 살펴보면 세전 월급에서 일정 금액(근로소득세, 4대보험 등)을 공제한 나머지가 통장에 입금되는 구조인데요. 그중에서 회사가 원천징수하는 근로소득세는 소득세법 시행령 별표2의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라 계산하게 됩니다.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는 ‘(세전)월급 구간’과 ‘공제대상 가족의 수(본인 포함)’에 따라 원천징수할 세액이 표 형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직접 표를 살펴보는 것은 조금 복잡하니, 국세청 사이트에서 조회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만약 그동안 회사에 아무런 신청을 한 적이 없다면, 매달 간이세액표의 금액(100%)만큼 원천징수가 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원천징수 금액을 80%로 줄일 수도 있고, 120%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앞서 안내해 드린 국세청 사이트에서 조회해 보면, 월급여가 5백만 원이고 부양 가족이 3명인 경우(본인, 배우자, 자녀 1명), 원천징수 세액은 매달 약 21만 원(80%)에서 31만 원(120%)까지 10만 원 넘게 차이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천징수 비율에 따른 납세 금액의 변화. Ⓒ국세청 홈페이지

1년 기준으로 합산하면 120만 원 넘는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인데요. 당연히 월 급여가 높아질수록 그 차이금액도 커지겠죠? 80%를 선택하여 매달 원천징수를 적게 하는 직장인은 연말정산 때 추가로 세금을 내게 될 확률은 높아지겠지만, 매달 높아진 실수령액을 자신의 의지대로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빚이 있다면 빚을 먼저 갚아 이자비용을 줄여도 되고, 요즘같이 좋은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반대로 100%를 선택하거나 심지어 120%를 선택하면, 연말정산 때 환급액이 발생하여 기분은 좋겠지만 사실은 국가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80%를 선택하든 120%를 선택하든 내가 1년에 내야 할 근로소득세는 동일한데, 80%를 선택한 사람은 1년 후인 다음 해 2월에 나중에야 세금을 내니 무이자로 돈을 빌린 셈이고요. 만약 연말정산 때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이 10만 원이 넘는다면,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에 걸쳐 분납도 가능한데 이때에도 이자가 붙지 않습니다. 이미 한 해 동안 국가로부터 무이자로 돈을 빌렸는데, 석 달을 추가로 무이자로 돈을 빌리게 되는 것이지요.

현행 근로소득세 체계에서 월급쟁이만 호구가 되는 느낌은 한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거대 담론 같은 부분이지만, 평소 원천징수를 많이 해서 국가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있던 것은 한 개인이 바로 시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원천징수 비율을 80%로 변경하는 것은 연말정산 때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1년 중 아무 때나 가능합니다. 지금 바로 회사 급여 담당자분께 ‘소득세 원천징수세액 조정신청서’를 제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황태상

황태상

변호사

숫자를 볼 줄 아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세금, 상속, 부동산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