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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중장년층의 상비약 대량 구매와 조제 거점이었던 종로 5가 '약국 거리'가 최근 MZ세대의 새로운 쇼핑 성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려는 실속형 소비 경향이 대형 약국 거리로 옮겨온 탓도 있지만, 이러한 관심에 불을 지핀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비만 치료제'의 등장이었습니다.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 치료제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이른바 '약국 성지'를 발굴해내면서, 대형 약국을 향한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러한 열풍은 기존 대형 약국의 매출이나 특정 제품 판매 증대에 그치지 않고, 약국이라는 리테일 공간의 문법 자체를 바꾸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아플때 먹을 약을 처방받는 곳을 넘어, 쾌적한 쇼핑 환경과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변화가 대형 약국의 거점인 종로 5가나 대형 병원 인근을 벗어나, 대형마트 상권과 주요 관광지 등 일상의 영역으로 점차 다각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메디컬 제품 소비의 문턱이 낮아진 시대적 배경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어느덧 14년, 이제는 다이소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정도로 헬스케어와 메디컬 제품에 대한 접근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오늘날 약국은 추천 제품을 제공받던 공간에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탐색하고 선택하는 ‘능동적 리테일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말을 가리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는 창고형 모델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K-뷰티 수요를 흡수하는 특화 매장까지, 메디컬 리테일의 문법이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게 변주되고 있는 것이죠.
이번 아티클에서는 창고형 약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메가팩토리약국과 외국인 관광객 타깃 전략을 펼치는 레디영약국을 중심으로, 진화하는 메디컬 리테일의 최전선을 살펴봅니다.
 

창고형 약국, 저렴한게 전부가 아니다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인 메가팩토리약국은 작년(2025년) 6월 성남점에 1호점을 선보이며 약국업계와 리테일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약국계 코스트코’를 지향하는 메가팩토리약국은 넓은 매장에서 고객이 카트를 끌며 직접 다양한 제품을 탐색하고 선택하는 쇼핑 경험을 제안합니다. 다만 성남에 위치한 1호점의 경우 교외형 아울렛처럼 자차 이용이 필수적인 서울 근교에 위치해 접근성 면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감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메가팩토리약국은 지난 2월에 금천에 2호점을 오픈했습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금천점 3층에 입점한 2호점은 대형마트의 집객력을 활용하며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입니다. 성남점 대비 약 7배 확장된 전용면적 870평의 공간은 창고형 리테일에 걸맞습니다. 이는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라는 플랫폼 안에서 '장보기'와 '헬스케어'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리테일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기도 합니다.

실제 메가팩토리약국 금천점은 어떤 모습일까요? 매장은 3층 상행 무빙워크가 끝나는 지점 바로 오른편에 위치해있습니다.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입구부터 홈플러스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외관과 넓은 입구의 메가팩토리약국 금천점 모습.Ⓒ시티폴리오 
매장 입구에는 전용 카트가 비치되어 있고, 안쪽에는 홈플러스 카트를 파킹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면의 안내 카운터에는 매장 안내지도가 비치되어 있어 매장이 낯선 소비자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장 전용 카트와 안내 데스크에 비치된 매장 지도. 인근 외국인 거주자들에게도 편의성을 제공한다. Ⓒ시티폴리오
처방전에 맞춰 약을 조제받을 수 있는 조제실로 시작해, 성분과 효과에 따른 카테고리별 매대가 체계적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실제 매장을 둘러보니 창고형 약국과 관련해 논란이 되었던 제품의 저렴한 가격보다는 다양한 제품 구성에 압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홈플러스 4층에 위치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도 조제할 수 있다. 좌측 하단은 탈모 치료제 가격 안내 패널. Ⓒ시티폴리오
인기가 높은 영양제 섹션의 모습. Ⓒ시티폴리오 
다이어트를 비롯해 수험생 두뇌 건강을 위한 다양한 건강보조식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매장 규모에 걸맞게 곳곳에는 쇼핑 중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매장 중앙에는 로봇암이 공으로 글자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은 만큼 방문객들이 머물며 쉴 수 있는 라운지처럼 꾸며져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매장 중앙에서 볼 수 있는 로봇암. '키네틱 아트' 섹션으로 구분해놓았다. Ⓒ시티폴리오
넓은 복도를 활용해 동선 중간에 쉬면서 제품을 탐색할 수 있는 벤치를 설치해두었다. Ⓒ시티폴리오

‘건강도서관’에서는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의료기기들을 체험하고, 구매하려는 제품을 알아보며 잠시 쉴 수도 있습니다. 한편에는 어린이 도서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친화적인 쇼핑 환경을 제공합니다.

넓은 공간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고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라운지 '건강도서관'의 모습. Ⓒ시티폴리오
진열대를 살펴보면 소비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성분명이나 의약 용어를 설명하는 안내판은 물론, 동일 성분을 함유한 여러 제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가이드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약국에서의 구매 경험은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제품을 추천받는 형태였다면, 이곳에서는 안내패널을 읽고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쇼핑 환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좌측은 성분의 효능에 대한 설명, 우측은 동일성분이 포함된 제품들에 대한 안내. Ⓒ시티폴리오
또한 여성 전용 섹션의 경우 생애주기별 필요 제품을 동선에 따라 배치하여, 고객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자연스럽게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인상적입니다.
임신 준비부터 임신 기간, 출산 후, 갱년기 케어와 항산화까지 생애주기에 맞춰 구성된 매대의 모습. Ⓒ시티폴리오
대형병원 근처나 대형약국에 가야 구할 수 있는 요양 용품도 구매할 수 있다. Ⓒ시티폴리오 
가정상비약 코너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안내를 통해 소비자의 제품 선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군 입대나 기숙사 입소, 키즈, 시니어, 여행 및 출장 등 구체적인 상황별로 소비자가 자주 찾는 품목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진열한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감기나 소화불량 같은 대중적인 증상에 대해서는 세부 증상을 더욱 정밀하게 나누어 안내함으로써, 고객이 자신의 상태에 적합한 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정 소비자와 증상에 따라 구분해놓은 매대 구성은 제품 선택을 보다 적극적으로 돕는다. Ⓒ시티폴리오
카운터 근처에서는 비교적 무거운 박스형 박카스, 까스활명수와 같은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비치해두었습니다.
무게가 나가는 대용량 제품을 계산대 쪽에 배치한 모습. Ⓒ시티폴리오 
자칫 대형 마트처럼 느껴질 수 있는 계산대 섹션은 약국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인테리어하여, 본질적인 공간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또한 실제 결제 단계에서는 약사가 직원과 함께 구매 제품을 최종적으로 함께 검토합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한 약품일지라도, 복약 지도가 필요한 경우에는 결제 과정에서 복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제품 확인을 위해 약사와 직원이 함께 결제 과정을 지원한다. Ⓒ시티폴리오 
특정 제품과 약사 확인을 안내하는 패널. Ⓒ시티폴리오 
 

외국인 관광객의 또다른 필수 코스, K-약국


최근의 약국 리테일 변화를 단순히 '대형화'나 '창고형 모델'의 등장만으로 정의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공간의 크기를 넘어, 특정 타깃의 니즈를 정교하게 파고든 콘텐츠 중심의 진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레디영약국은 K-뷰티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더마 코스메틱’을 외국인 관광객 상권에서 점포를 확장해가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레디영약국은 명동에서만 두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명동타운점. Ⓒ시티폴리오
 매장 입구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텍스리펀기. Ⓒ시티폴리오
레디영약국은 홍대점을 비롯해 강남, 명동 등 주요 관광객 상권을 선점해왔고, 최근 리테일과 관광객이 집결하는 성수동에도 지점을 오픈하며 빠르게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명동은 평당(3.3㎡, 2024년 기준) 연평균 임대료가 약 3,000만 원 수준에 달하는 핵심 상권입니다. 월 임대료만 수억 원에 달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명동을 비롯해 강남, 성수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는 대형 약국들이 꾸준히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의료∙미용 소비 증가 또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을 배려해 매대 안내는 모두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병기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제품 기술력을 홍보하는 패널들과 경험을 유도하는 공간도 모두 영문으로 안내되고 있다. Ⓒ시티폴리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인 개별 관광객이 의료∙미용 서비스 업종에서 지출한 객단가는 약 15만원에 달합니다. 특히 외국인 의료 관광객의 총 진료비 지출 규모는 2019년 약 4,000억 원에서 2024년 기준 무려 1조 2,400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의료 부문 중에서도 피부과 관련 지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K-뷰티 열풍은 자연스럽게 사후 관리 및 홈케어 제품에 대한 니즈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전문성이 특화된 더마 카테고리가 각광받으면서, 레디영약국은 명동, 홍대, 성수에서 K-메디컬 뷰티의 필수 코스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시술 후 케어에 도움을 주는 제품 세트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시티폴리오 
약국에서 유명한 피부 연고 제품을 기프트세트로도 구매할 수 있다. Ⓒ시티폴리오
뷰티제품 외에도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파스, 유명한 홍삼&인삼 제품들도 구비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치료를 넘어 취향과 일상화, 진화하는 메디컬 리테일


과거에는 약국에서 일회용 반창고나 파스, 영양제 등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소화제나 두통약같은 일반의약품을 매대에서 골라 직접 살 수 있게 된 지도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유통 채널의 다각화가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하고, 다이소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고르는 경험이 보편화되면서 약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고 선택하는 리테일의 편의'를 고려하게 된 것이죠. 리테일 변화에 발맞춰 전문적인 복약 지도는 일정부분 유지하되, 쇼핑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간의 문법을 수정해 나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리테일 경험의 변화가 글로벌 관광객들에게도 유효하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글로벌 물류의 발달로 해외 식품은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특정 국가의 의약품과 헬스케어 제품은 여전히 그 나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상품군으로 남았습니다. 과거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몽쥬약국'이 필수 쇼핑 코스였던 것처럼, 이제 한국의 약국들 또한 신뢰도 높은 제품과 세련된 리테일 경험을 무기로 외국인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번 메가팩토리약국과 레디영약국 사례를 통해 메디컬 리테일이 '질병 치료'라는 일차적 목적을 넘어, 예방과 사후 관리를 아우르는 일상적 헬스케어의 거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라는 본질을 다루는 공간인 만큼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은 더욱 세밀해야 하며, 소비자와의 접점 또한 신중하고 전문적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메디컬 리테일의 변화가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채워나가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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