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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흔히 건축사무소라고 하면 새로운 건물을 세우거나 화려하게 재건축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도시의 팽창과 성장을 설계해 온 글로벌 건축 설계 그룹 OMA는 이제 '축소하는 도시'를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도시의 청사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과거의 성장 중심 개발 계획에서 벗어나, 감소하는 인구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더 긴 호흡의 개발 방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 시대의 마스터플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우리가 곧 마주해야 할 2050년과 2075년,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OMA 아시아 대표 크리스 반 두인(Chris van Duijn)은 홍익대학교를 찾았습니다. OMA는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드는 글로벌 건축 설계 사무소 역할 외에도, 심층 리서치 싱크탱크인 AMO를 통해 도시의 데이터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 공간 전략을 제안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OMA가 홍익대학교 건축학도들과 함께하는 이번 스튜디오 ‘The Empty City’는 축소 도시의 시나리오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실험의 장입니다.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과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플레이어가 모인 SPI에서 시티폴리오 콘텐츠를 통해, 그 과정과 인사이트를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인구 소멸 시대의 현주소


출산율 0.72명, 지난 2023년 한국은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습니다. 오르락 내리락하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하고 8년 연속 감소해왔습니다. OECD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60년 내 한국의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1
전 세계적인 저출산 흐름 속에서도 유독 한국의 지표가 가파르게 꺾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OECD는 주요 원인으로 높은 사교육비주택 비용의 상승을 꼽았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역시 2015년 이후의 급격한 출산율 하락 배경에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합니다.2 실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어진 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주거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 속에서 합계출산율 하락을 가속화되는 결정적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초저출생과 초고령화, 인구 변화로 재구성되는 산업


올해(2026년) 1월 집계된 합계출산율은 0.99명입니다. 지난해부터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온전한 ‘1명’의 벽을 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초저출생의 또다른 이름은 초고령화입니다. 한국은 2025년 UN 기준에 따라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고령화로 잘 알려진 일본조차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불과 7년 4개월만에 도달했죠. 속도전에서 뒤지지 않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만들기도 합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시니어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성장 동력을 지닌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0년 약 73조 원 규모였던 국내 시니어 시장은 2030년 241조 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3 인구 구조가 변하는 속도만큼이나 고령 친화 기술인 ‘에이지 테크(Age-Tech)’와 실버 경제의 확장 가능성 또한 크다는 겁니다. 
 

성장의 종말, 이제는 ‘축소’를 설계해야 할 때


초저출산, 초고령 사회는 결국 인구 감소로 이어집니다. 국내 인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조사를 시작한 지 72년 만인 2021년,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는 약 5,160만 명 수준에서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어 당장의 위기감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도시와 지역 곳곳에서는 양적 성장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금껏 대부분의 도시 계획과 부동산 개발은 ‘성장’을 상수(常數)로 전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구 절벽이 현실이된 지금, 확장만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개발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줄어드는 인구와 생산성, 낮아지는 성장률이라는 뉴 노멀 앞에서, 우리는 이제 ‘축소를 잘 활용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축소도시를 디자인하는 OMA : 부산 경사지에서 홍대 캠퍼스까지


OMA는 한국에서 부산 영주, 안창 등 경사지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물리적인 주거 환경만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마주하게 될 삶, 즉 고도성장기를 지나 ‘축소하는 도시’에서 살아가야 할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OMA에게 축소도시(Shrinking City)는 먼 미래의 담론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현주소이자, 성장 욕망에 가려진 도시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20년 넘게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OMA는 최근 홍익대학교 캠퍼스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또 한 번 한국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캠퍼스에 직접 머물며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미래 학령인구 감소라는 예측 속에서 지속 가능한 ‘뉴홍익’의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설계자를 넘어, 홍익대학교 건축학도들과 축소도시에서의 플랜을 찾기 위해 크리스 반 두인은 학생들과 함께 스튜디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필요한 건축적·도시적 대응 방안을 학생들과 함께 모색하고 있죠. 또한 SPI를 비롯해 도시 전문가들과의 다학제적 협업을 통해, 업계 플레이어들을 만나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들을 도출해 나갈 것입니다.
홍익대학교에서 스튜디오의 일환으로 공개 강연 중인 OMA 아시아 크리스 반 두인 대표. Ⓒ시티폴리오
OMA 아시아의 크리스 반 두인 대표와 구재승 건축가, 홍익대학교 이원석 교수와 건축학도들은 과연 2050년, 그리고 2075년의 한국을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까요? 한국 도시의 이면과 '축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스튜디오를 통해 어떤 정교한 분석과 시나리오를 그려갈지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OMA가 정의하는 축소도시의 본질은 무엇인지, 또 한국 시장에 필요한 미래 전략은 무엇인지 아시아 대표 크리스 반 두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스튜디오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과연 ‘축소’는 리스크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축소도시 스튜디오 진행에 많은 영향을 준 부산 경사지 주거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모습. Ⓒ시티폴리오

 * 합계출산율: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1 OECD(2025). Korea’s Unborn Future: Understanding Low‑Fertility Trends(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 OECD Publishing.
2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5). 『인구동태 및 합계출산율 변화 분석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3 하나금융연구소(2025), 『하나금융포커스』, 제15권 14호.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이은송

이은송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콘텐츠 매니저

시티폴리오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건축, 공간과 브랜드가 교차하는 이야기를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