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서울을 비롯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6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유류할증료 인상 등 대외적인 악재 속에서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한 것입니다. 이는 전년(2025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수치이며, 특히 글로벌 아티스트의 대형 공연 등이 이어졌던 3월에만 약 206만 명이 한국을 찾아 월별 기준 최고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액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 1분기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3조 2,1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으며, 4월에도 1조 1,532억 원을 기록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소비의 축이 뷰티, 의료, 미식 등 '경험과 취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업종별 비중을 보면 쇼핑이 전체의 약 45%로 가장 높았고, 의료∙웰니스(약 24%), 식음료(약 13%), 숙박(11%)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에는 여행 트렌드의 변화가 있습니다. 이제 여행객들은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현지인의 일상적인 경험을 함께하길 원합니다. SNS를 통해 아이돌의 대중적인 일상이 공유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김밥, 컵라면, 그리고 뷰티 제품을 접하면서 ‘나도 한번 똑같이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자극된 것이죠. 콘텐츠 속 한국인의 일상이 곧 ‘가장 경험해보고 싶은 문화’가 된 셈입니다. 현지인의 일상(Daily life)과 소비 경험을 따라 여행하는 ‘K-데일리케이션(Dailycation)’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집중과 특화로 내실 다지는 올리브영
K-데일리네이션의 한복판에 서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올리브영입니다. 올리브영은 뷰티와 웰니스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창기 여성을 타깃으로 한 뷰티 편집숍으로 시작했던 올리브영은 이제 성별과 세대를 넘어, 편의점처럼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이 같은 오프라인 리테일 브랜드에 있어 점포 전략은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입니다. 국내 뷰티 시장에서 20%가 넘는 독보적인 점유율을 가진 올리브영의 저력은 단순히 전체 매장 수로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효율화를 위해 전체 매장 수는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지만, 명동이나 강남 같은 핵심 관광 상권에서는 오히려 매장을 전략적으로 늘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주요 관광 상권에 들어서는 매장들은 각 지역의 입지 특성을 반영해 저마다의 뚜렷한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4월 말, 서울 도심(CBD) 속 대표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에 문을 연 ‘올리브영 광장마켓점’입니다. 광장시장은 을지로, 종묘, 종로를 거쳐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대로변 중심에 위치해, 서울의 핵심 관광지를 도보로 탐방하는 여행객들이 자연스럽게 들르는 입지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통시장부터 도심의 랜드마크까지 걸어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려는 이들에게 최적의 동선인 셈입니다.
광장시장에 둥지를 튼 올리브영은 806㎡(약 244평) 규모의 단층 매장으로, 시장 골목 안쪽 매장치고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합니다. 특히 이곳은 ‘올영양행’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특화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1960년대 복고풍 디자인에 전통시장이 가진 고유의 정취와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간에 녹여냈습니다. 한복과 비단으로 유명한 광장시장 주단부 상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올리브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레트로 컨셉과 전통 시장을 접목한 '올영 양행'
평일 오후 5시경의 광장시장은 상대적으로 내국인 방문객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현장 상인의 말에 따르면,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었던 상가들이 오후 3시를 기점으로 하나둘 영업을 마감하면서 이 시간대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인근의 다른 상권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반면 주말에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시장 전체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곤 합니다.
생각보다 길을 잃기 쉬운 시장 한복판에서 올리브영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걱정이 들던 차에 멀리서 익숙한 올리브영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로고에서 사라진 올리브 모양 로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광장시장 올리브영 사이니지와 왼편에 위치한 출입구. Ⓒ시티폴리오 매장 출입구 전면에는 복고풍의 ‘올영양행’ 간판과 과거 주로 활용되던 아치형 이동식 간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출입구 바로 우측에는 광장시장의 유명 베이커리 매장인 ‘갈릭보이’가 접해 있습니다. 실제로 올리브영에서 쇼핑을 마친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갈릭보이로 이동해 베이커리류를 구매하는 등, 매장 간의 동선이 연계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 전통시장 출입구에 가시성을 위한 기존 로고 사이니지와 복고풍 간판을 함께 배치한 올리브영 광장마켓점. Ⓒ시티폴리오
전통시장의 출입구는 여러곳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약 240평이 넘는 올리브영 매장 출입구도 역시 크게 두 곳으로 나있습니다. 나선형 계단이 위치한 광장 방면 출입구의 경우, 대형 게임센터인 ‘짱오락실’ 및 스타벅스, 그리고 오는 6월 5일 오픈 예정인 글로벌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POPMART)’ 매장과 동선이 연결됩니다.
2층 매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둥근 광장. 정면에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짱오락실, 스타벅스, 팝마트와도 연결된다. Ⓒ시티폴리오
올영양행 매장 안내도. Ⓒ시티폴리오
그럼 2026년에 문을 연 ‘올영양행’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 볼까요? 1층 출입구에서 계단실 내부에 들어서면 레트로한 감성의 조명이 공간을 밝히고 있습니다. 벽면에는 복고 컨셉의 안내 표지판과 광고 인쇄물들이 부착되어 있어, 매장 진입 단계부터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합니다.
올영양행 출입구의 사이니지들. 레트로 컨셉에 맞춰 안내 표시 하나까지도 충실히 적용했다. Ⓒ시티폴리오
2층 매장 입구 정면에는 한복 원단과 함께 과거 화장품 전문점을 연상시키는 진열 디스플레이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측으로는 유리창을 따라 레이스 커튼이 연출되어 있고, 매장 끝쪽으로는 광장시장의 대표 특산품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한복시장과도 다이렉트로 연결됩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한복시장과 레트로한 무드의 매장이 이질감 없이 이어진다. Ⓒ시티폴리오
제품 매대와 동선 역시 기존 올리브영 매장과는 차별화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중앙 통로를 기점으로 좌우측에 제품 매대를 대칭형으로 배치한 것이죠. 특히 중앙 통로와 양측의 제품 진열 구역은 각기 다른 바닥재로 마감되어 있어, 별도의 물리적 벽체 없이도 자연스러운 공간 구획과 동선 유도를 구현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 곳곳에서도 전통시장 상가의 구조적 특징을 차용한 요소들이 관찰됩니다. 제품 카테고리를 알리는 사이니지는 중앙 통로를 향해 마치 시장의 돌출형 간판처럼 매달려 있고, 매장 중간중간에 세워진 파티션과 기둥은 전통시장 골목의 공간감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죠.
방문 당시 프로모션 중이던 피카츄 협업 상품은 주목도가 가장 높은 핵심 구역에 전면 배치되었습니다. 제품 선택을 위한 피부∙두피 컨디션 측정기를 제품 매대 사이에 두어 경험과 함께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에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올리브영 광장마켓점 매장 내부 모습. Ⓒ시티폴리오
다중 출입구 구조를 고려하여 결제 카운터는 매장 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구역마다 인테리어 메인 컬러를 다르게 적용함으로써, 복잡한 사이니지 없이도 가시성을 높이고 동선을 효율화했습니다.
아울러 현금을 사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특성상 대기 줄이 길어질 수 있음을 감안해, 기존 카운터 앞에서 동선을 제한하거나 혼잡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의 매대는 과감히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결제 카운터 주변 공간. 우측에는 포장 카운터가 있다. Ⓒ시티폴리오
전통 화장대 형태로 연출된 공간에는 퍼스널 컬러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기기와 카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구역은 인테리어와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한복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특징입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측정 외에도, 소비자가 다양한 색상의 한복 원단을 직접 대보며 퍼스널 컬러를 진단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천을 걸어두는 직관적인 체험 요소를 더했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한복 원단을 활용해 퍼스널 컬러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시티폴리오 광장시장의 특산물인 한복 원단을 활용한 퍼스널 컬러 진단 도구. 우측은 퍼스널컬러에 맞춘 추천 제품이 디피되어 있는 모습. Ⓒ시티폴리오
주말의 높은 혼잡도를 완화하고 브랜드 콘셉트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공간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해당 매장 전용 상품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간을 제품으로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공간 마케팅에 무게를 둔 이 같은 연출은 차별화된 리테일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매장 곳곳에 올영양행 컨셉으로 조성된 포토존 역시 브랜드 고유의 감각과 복고풍의 무드를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글로벌 사이니지 대신, 설정된 시대적 배경과 공간의 헤리티지에 충실하도록 시각적 요소를 정제한 선택과 집중 전략 역시 매장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할 수 있죠.
포토존으로서 컨셉에 충실하게 인테리어되어있는 공간. Ⓒ시티폴리오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시티폴리오
올리브영 광장마켓점의 특화 공간 중 하나인 ‘원물 탐색존’에서는 화장품의 주원료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해당 원료를 활용한 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큐레이션해 제공합니다. 아울러 각 원물을 직접 만져보거나 향을 맡아볼 수 있는 공감각적 체험 요소를 배치해두었습니다.
좌측부터 원물 탐색존,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맞는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공간. Ⓒ시티폴리오
한켠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기념품과 올리브영 자체 에코백, 파우치 등의 굿즈 상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파리나 로마 등 해외 주요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역 아이덴티티 기반의 기념품샵이 서울에서는 비교적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 매장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올리브영 에코백의 경우 일반 매장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희소성 덕분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보자기와 색동끈을 활용해 선물 포장을 할 수 있어, 기념품을 구매 했을 때, 다시 관광객이 현지에 돌아가서 광장시장에서의 경험이 또다른 형태로 확장되어 나갈 수 있게끔 했습니다.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기념품과 에코백&파우치가 진열된 모습. Ⓒ시티폴리오 컨셉에 맞춰 전통적인 보자기와 띠를 활용해 선물 포장을 할 수 있다. Ⓒ시티폴리오
올리브영의 진화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최근 올리브영 오프라인 전략의 핵심은 ‘집중과 특화’로 요약됩니다. 단순한 매장 수 확대, 즉 양적 팽창보다는 미개척 주요 상권에 특화 매장을 전략적으로 선보이거나,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명확한 콘셉트를 가진 공간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선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문을 열어 화제가 된 미국 LA 매장과 같은 글로벌 진출을 통한 비즈니스 확장 또한 모색해 나가고 있습니다.
리테일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 전반에서 ‘경험’의 가치가 점차 증대되는 시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장시장 올리브영의 행보는 주목할 만합니다.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획일화된 매장이 아닌, 해당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창적인 특화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브랜드에 익숙한 내국인 소비자에게도 강력한 방문 유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통시장 상권에 진출할 때는 기존 브랜드의 고유 문법을 고수하기보다 해당 입지의 역사성과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을 때. 비로소 브랜드가 그곳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특히 기존 입지가 오랜 세월 품어온 특장점을 영리하게 활용하면, 매장 고유의 특성과 매력을 한층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 필수 코스로 꼽히는 매장이 들어서면 집객력이 높아지는 만큼, 주변에 인파가 몰려 통행이 불편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만난 상인은 외부 인구의 유입이 시장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며 이번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매장이 아니라, 광장시장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한복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올리브영 광장마켓점을 계기로 전통시장의 매력과 독특한 감성을 즐기려는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져, 상권 전반에 긍정적인 상생과 지속적인 활기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다음 화에서는 광장시장 메인 출입구 인근에서 새로운 뷰티 상권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오프뷰티(OFF BEAUTY)’를 찾아가봅니다. 파격적인 할인율과 타깃 마케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사로잡은 오프뷰티 매장 현장을 살펴보고, 이들과 시너지를 내며 상권을 확장하고 있는 전통시장 내 또 다른 플레이어들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시티폴리오
Cityfolio
부동산이라는 그릇에 도시의 변화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확장하는 인사이트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