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셔리 리테일과 도시 공간의 지형도⟩는 성장과 성숙의 기로에 선 한국 럭셔리 리테일과 도시 공간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글로벌 리테일의 격전지가 된 한국의 현주소를 그 흐름과 함께 짚어보고, 일상으로 파고든 럭셔리 소비가 도시의 풍경과 공간의 가치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탐색해 봅니다.
최근 서울에 글로벌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들이 대거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포시즌스와 함께 럭셔리 호텔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지만 서울에 없어 아쉬움을 주었던 만다린 오리엔탈을 비롯해, 도심 럭셔리 호텔의 신규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아만 호텔, 지난 2016년 철수한 이후 15년여 만에 재진출을 노리고 있는 리츠 칼튼, 고급 호텔과 리조트로 알려진 로즈우드 등 글로벌 5성급 호텔들 중에서도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로 명성이 자자한 호텔들이 줄지어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였습니다.
이미 파크하얏트, JW메리어트, 콘래드, 포시즌스 등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와 호텔 체인이 서울에 진출하여 성업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은 이와 구분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5성급이라는 체계를 넘어 ‘최상급 하이엔드 럭셔리’를 지향하는 호텔들의 진출이 잇따른다는 것이죠.
서울 시내 글로벌 럭셔리 호텔 진출 예정 사업들. 사진이 있는 확정된 사업과 물망으로 떠오른 사업들. Ⓒ이하경
서울은 글로벌 호텔의 무덤?
아만 호텔 조감도 Ⓒ서울시
이러한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들의 서울 진출 붐은 과거 리츠칼튼, 쉐라톤, 힐튼 등 럭셔리 호텔들이 매출 부진으로 철수하거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대거 폐업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서울은 같은 동아시아권 도시들 중에서도 글로벌 럭셔리 호텔들이 유난히 어려움을 겪으며 한때 럭셔리 호텔의 무덤으로 불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산업 구조 특성상, 경제 규모에 비해 럭셔리 호텔과 연계되는 생산 서비스 산업 규모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죠.
수익성과 직결되는 수요 측면에서도 한국은 주변 아시아 국가에 비해 불리한 측면도 존재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 외에도 내국인 출장, 관광 수요도 상당한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시장과 달리 한국은 소위 호텔이 불필요한 1일 생활이 가능한 국토 면적과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내국인 관광 비즈니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한정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외국인 수요 의존도가 커 변동성 차원에서도 취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외국인 수요가 급감했던 중국의 사드 보복과 한한령 시기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서울 내 여러 호텔들이 폐업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철수했던 리츠칼튼 서울 호텔. 오는 2031년 이오타 서울을 통해 15년 만에 서울에 재진출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
오명 벗고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의 메카로 떠오르는 서울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 붐의 가장 큰 이유로 폭발적인 한국 관광 산업의 성장을 꼽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하였듯 팬데믹 시기 호텔 줄폐업으로 객실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는 크게 늘면서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업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내수 수요도 보강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대체재로 국내 고급 호텔에서의 ‘호캉스’가 유행하면서 내수 매출의 전환점이 만들어졌습니다. 일종의 스몰 럭셔리와 같은 형태로 호텔 소비에 대한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에게 호텔 소비 경험이 보편화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스타 셰프들의 파인 다이닝 열풍과 함께 5성급 호텔들의 F&B도 재조명되었고, 망고 빙수나 홀리데이 시즌 케이크와 같은 호텔 디저트 업장들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소비자들이 호텔을 더 이상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더해줄 수 있는 시설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수요도 달라졌는데요, 과거 중국 등 특정 국가 관광객에만 의존하던 서울의 관광 산업은 사드 보복과 한한령을 계기로 되려 체질 개선을 하였습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서 벗어나 다국적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환점이 된 것이죠. 특히 비슷한 시기 K-POP, K-DRAMA, K-MOVIE 등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방문지로서의 한국의 매력도가 높아졌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에 호감을 갖고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그 국적 또한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또한 이들은 과거에 명동 상권과 사대문 안 도심의 문화 유적지, 면세점 정도로 한정된 루트만을 방문하던 것과 달리 한국의 대중문화와 유행을 체험하기 위해 성수동, 도산공원, 한남동, 홍대와 여의도 더현대 서울 등 다양한 상권과 명소들을 방문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혔습니다. 이 덕분에 사대문 안 도심으로 비교적 제한되었던 글로벌 럭셔리 호텔들의 진출지 또한 점진적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서울의 호텔 시장은 내국인에게도 일상 속으로 스며들면서 접점을 늘리고, 수요 측면에서도 다양화에 성공하여 글로벌 럭셔리 호텔들이 안착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포시즌스의 안착이 입증한 서울 럭셔리 호텔 시장의 잠재력
서울 호텔 시장의 성숙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을 꼽을 수 있습니다. 포시즌스는 글로벌 호텔 체인이 단일 브랜드로 운영하여, 대규모 확장 및 체인 전략이 아닌 소규모 고급 호텔 브랜드로 서비스 퀄리티와 고객 경험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최고급 서비스 호텔의 대표 주자로 뽑히고요.
그래서인지 2015년 한국에 진출할 당시, 앞서 언급한 한국 호텔 시장의 한계 때문에 과연 안착할 수 있을지 시장에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특히 포시즌스의 진출 이전에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을 표방한 반얀트리 서울이 매각 시도가 있었고, 진출 이듬해에는 메리어트 그룹의 최상위 브랜드 리츠 칼튼이 철수하는 등 국내 호텔 시장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일각에서는 서울에 5성급 호텔이 과공급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려와 달리 포시즌스 서울 호텔은 안착에 성공하였습니다. 특히 이 브랜드를 신뢰하는 고액자산가 고객들에게 포시즌스 서울은 이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서울의 유일무이한 호텔로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포시즌스 서울은 코로나 팬데믹이 막 끝나던 2022년 기준으로도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60%에 달했고, 2025년 3분기에는 무려 80%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글로벌 럭셔리 호텔로서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도 증명된 셈이죠.
광화문역 인근에 위치한 포시즌스 서울. Ⓒ포시즌스 서울
입지 또한 이 호텔의 경쟁력에 있어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포시즌스 서울은 서울에서 가장 한국 전통과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광화문에 위치합니다. 5성급 럭셔리 호텔로서는 유일무이하게 경복궁 뷰를 품고 서울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어, 역사를 품은 서울의 역동성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서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기도 합니다.
이에 힘입어 2020년에는 국내 글로벌 럭셔리 호텔 체인으로서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고, 국내 호텔 전체로 보아도 신라호텔과 유이하게 포브스 트래블지 선정 5성급 호텔에 올라 7년 연속 선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호텔 시설로 있는 더 스파 역시 포브스 트레블지 4성으로 평가 받으며, 국내에서 도합 9년 연속 유일한 포브스 트래블지에 오른 호텔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이외에도 중식당 유유안은 국내 호텔 중식당 중 유일한 미슐랭 원스타를 받았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경복궁 뷰를 누릴 수 있는 포시즌스 서울 스위트 룸. Ⓒ포시즌스 서울
이렇게 포시즌스 서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좋은 호평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던 룸레잇도 최근 다른 국가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 밀리지 않는 수준까지 형성되었습니다. 이로써 글로벌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이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 것이죠.
글로벌 호텔 포시즌스의 서울 근착은 글로벌 호텔 마켓으로서 서울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고, 국내 호텔 소비문화의 성숙과 확장, 근래의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은 폭발적인 시장 성장에 확신을 주었습니다. 여기에 자산 시장의 플라이 투 퀄리티 현상과 결부되어, 글로벌 럭셔리 호텔들은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핵심 키로 작용하며 서울의 미래 풍경을 새롭게 그리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심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디벨로퍼들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