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히 주거시장에서 ‘경험’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에 발맞춰 건설사들 또한 부동산 상품을 알리기 위해 전통적인 모델하우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브랜드 팝업 전성시대에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까요?
모델하우스 대신 '갤러리'를 운영하는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 그리고 신사·한남·성수와 같은 상징적인 권역에 브랜드 플랫폼 라운지를 구축한 DL이앤씨까지. 이제 부동산 상품 판매를 중심으로 단기간 운영 후 철수하는 일방적인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가치를 보다 폭넓게 전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개장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호반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계룡건설, GS건설 등이 참여해 각자의 조경과 브랜드 철학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GS건설은 지난 5월 1일부터 성수동에서 자이(Xi) 브랜드 팝업을 열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도 한차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업계의 눈길을 끌었던 행보가 성수동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에 참여한 건설사들. 좌측은 GS건설의 가든자이와 계룡건설의 엘리프가든. Ⓒ시티폴리오
이러한 흐름은 특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고급 주거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상향 평준화된 하드웨어나 커뮤니티 시설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급 주거 브랜딩의 핵심은 삶에 대한 동경을 경험을 통해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동경은 당장의 구매력을 갖춘 이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의 일상을 함께 꿈꿀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부동산 마케팅이 팝업과 같은 경험 중심으로 타깃을 넓히는 이유 또한, 브랜드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동경하게 하려는 전략에 있습니다.
집을 파는 모델하우스에서 삶을 경험하는 곳으로
GS건설의 이번 ‘하우스 자이’ 팝업은 지난 4월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성수1지구) 사업 수주를 위해 조합원 대상으로 운영했던 홍보관을 재구성하여 마련되었습니다. 하우스 자이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팝업'이라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팝업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성수동에 위치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팝업 공간이 기존 성수동 상권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연무장길과 성수1지구 사이, 경동초등학교 주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위치한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 Ⓒ서울시, 재가공=시티폴리오
재개발 지역 신축 아파트 수요자와 연무장길의 트렌드를 즐기는 소비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또한 기존 조합원들까지 아울러야 하는 방문객 연령대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번잡한 곳은 오히려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면서도 팝업을 오가는 길목에서 성수의 활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입지는 여러 면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동선은 방문객이 향후 이 지역에 들어설 아파트의 입지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하며, 나아가 미래의 수익성까지 가늠해 보게끔 하는 하나의 장치가 됩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GS건설 ‘하우스 자이’ 팝업 공간 입구. Ⓒ시티폴리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팝업 현장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이 모였습니다. 성수1지구 조합원은 물론, 주변 재개발 지역의 조합 관계자들까지 방문하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전 예약자 외에도 워크인으로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팝업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는 야외 공간. Ⓒ시티폴리오
분양 정보 대신 경험으로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성수1지구는 재개발을 통해 '리베니크 자이'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준공까지 약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은 만큼, 입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불어넣는 경험 마케팅은 브랜드에 무척 중요한 과제입니다.
미래 가치를 위한 협업자들도 중요합니다. 리베니크 자이는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이끄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가 설계를 맡고, 외관 조명 디자인에는 '루이스 클레어', 구조 설계 엔지니어링은 '에이럽(ARUP)' 등 검증된 글로벌 파트너들이 참여합니다.
호텔 체크인 카운터를 연상하게 하는 웰컴라운지 입구. Ⓒ시티폴리오
웰컴라운지. 벽면에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의 모델링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에서 만든 성수전략1구역의 컨셉 모델. Ⓒ시티폴리오
최근 주거 경험에서 어메니티의 퀄리티가 강조되면서 호텔과의 협업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리베니크 자이 역시 파르나스 호텔과 협업하여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도록 구현할 예정입니다. 이번 팝업에서는 전용 조향을 통한 후각적인 경험부터 호텔에서 사용하는 수건과 같은 세심한 소품까지 미리 접해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습니다.
파르나스호텔과 협업하여 입주민들에게 5성급 호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어메니티 샘플. Ⓒ시티폴리오
디오라마와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하는 미래 주거
현장 도슨트의 안내와 함께 팝업 공간은 단지 파사드를 볼 수 있는 디오라마존으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는 아파트 단지와 건물이 시간대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강변쪽으로는 강변북로 위쪽을 공원으로 덮어, 한강 수변공원까지 이어지는 동선까지 구현해 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수1지구에 들어설 리베니크 자이 디오라마. Ⓒ시티폴리오
한강변 쪽으로 조성될 100m 길이의 인피니티풀과 단지 내 조경. Ⓒ시티폴리오
강변북로 위쪽을 공원으로 덮어 단지와 한강 수변공원을 연결할 계획이다. Ⓒ시티폴리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영상으로 커뮤니티 공간 설계와 파트너사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차병원, 입주민 전용 CGV 영화관, 교보문고, 키즈 돌봄 시설 째깍악어 등 국내 유명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서비스 될 경험을 담고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시설과 공용부 공간을 소개하는 영상. Ⓒ시티폴리오
성수동 64층 아파트에서 바라본 한강뷰는 어떤 모습일까요? 실제 주거 공간처럼 꾸며 놓은 유니트 존에서는 저층부에서부터 64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듯한 연출을 통해, 각 층별 한강 조망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거주자의 컨디션과 바이오리듬에 맞춰 조도와 조명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AI 홈 허브 연동 조명 등 고도화된 주거 시스템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녹지들과 한강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저층부. Ⓒ시티폴리오
한강 너머로 청담동과 올림픽대로가 보이는 64층 세대에서의 뷰. Ⓒ시티폴리오
팝업 마지막 공간에서는 키오스크로 라이프스타일의 유형을 확인하고, 그 스타일에 맞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으로 오늘의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와 도장들도 함께 비치되어 방문객들이 팝업에서의 경험을 남겨 가져갈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방문 후기를 볼 수 있는 미디어월과 다이어리 꾸미기 존. Ⓒ시티폴리오
야외 한켠에 마련된 정원과 테라스 공간에서는 이벤트에 참여해 기프트를 받거나 함께 온 일행들과 함께 쉬며 팝업에서의 후기를 나눌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테라스처럼 꾸며진 팝업 야외 공간. Ⓒ시티폴리오
진화하는 부동산 마케팅 패러다임
재개발 아파트조차 팝업을 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아파트 마케팅은 TV 광고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지하철 광고판에 조감도를 내세우며, 단기간 내 계약 가능성이 높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폐쇄적인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제 건설사들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험과 브랜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에게나 열린 팝업을 통해 잠재 고객 뿐만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보는 인식을 바꾸고 브랜드의 철학을 실제 공간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갈수록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며, 그곳에서의 삶을 꿈꾸게 하는 '경험의 설계'가 아파트 브랜드와 자산 가치 형성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건설사들의 공간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GS건설의 성수동 팝업은 15일 종료 후, 19일부터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목동 옛 KT부지에 들어서는 목동윤슬자이를 중심으로 팝업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성수동에서 펼쳐진 이번 시도가 앞으로의 주거 부동산 홍보 방식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까요? 어쩌면 이번 아파트 팝업이 그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티폴리오
Cityfolio
부동산이라는 그릇에 도시의 변화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확장하는 인사이트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