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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호텔들은 관광객들의 숙박이라는 기능적 부분 외에도 고급 소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 문화 상업 공간으로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럭셔리 호텔은 관광과 비즈니스 시설을 넘어 최근 도시 개발에서 중요한 키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럭셔리 호텔들은 서울에서도 어느 지역을 선택하고 있을까요?
서울 전경. Ⓒ 이하경

호텔의 개수로만 보자면 아직도 서울의 호텔 1번지는 사대문 안 도심입니다. 한국관광공사 기준 현재 서울 전체 5성급 호텔 34개 중 10개가, 4성급 호텔 46개 중 20개가 종로구와 중구에 위치하고 있죠. 여러 관광 명소들이 위한 탄탄한 관광수요에 수많은 기업체가 밀집한 도심 업무지구의 비즈니스 수요까지 받쳐주면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 칼튼도 각각 서울 밸리(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와 이오타 서울을 낙점하였고요.

최근 호텔 입지는 사대문 안 권역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의 라이프 스타일과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들이 선택받고 있죠.

강남이 대표적인데요, 불과 2010년대만 해도 강남은 사대문안쪽 도심과 함께 서울의 양대 도심이자 상권으로서 기존에도 럭셔리 호텔들이 밀집하였으나 사대문안 도심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중론이었습니다. 수요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리츠 칼튼 서울⋅르메르디앙 서울, 쉐라톤 팰리스 반포 등이 철수하고, 심지어는 파크하얏트 호텔의 신관 건립 사업이 무산되면서 럭셔리 콜렉션 브랜드를 도입하려던 파르나스 타워가 공급 과잉을 우려하며 프라임 오피스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하지만 과거의 평가와는 또 다르게 강남은 서울의 트렌드와 하이엔드 컬처를 경험할 수 있는 상권으로 부각되며, 글로벌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VMH는 최근 자사 럭셔리 브랜드들을 단일 부티크 형태로 출점하기 보다는 전 라인업을 다루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더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 등 F&B와 문화 전시를 총 망라하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공간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삼성동에는 럭셔리 리테일에 자사의 하이엔드 호텔까지 결합한 럭셔리 컴플렉스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 스토어가 밀집한 청담동 일대에서는 프라이빗 서비스로 유명한 럭셔리 리조트 아만의 도심 호텔과 함께 강남에서의 하이엔드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경험을 극대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LVMH가 선택한 글로벌 럭셔리 컴플렉스, 삼성동 현대차 GBC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동 현대차 GBC는 현대자동차 그룹 신사옥으로 활용하는 기존 계획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합작하여 개발하는 하이엔드 복합단지로 방향을 조정하였습니다. 토지가격과 공공기여 부담, 공사비 증가로 현대자동차 계열사에도 임차 부담이 있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유치한 하이엔드 프라임 오피스로 선회한 것이죠. 
그러나 하이엔드 오피스로서 개발을 위해서는 차별화와 글로벌 자산 투자사들의 유치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럭셔리 리테일 및 호텔, 레지던스로 구성된 복합단지로 개발하여 플라이 투 퀄리티에 부합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소식에 따르면 LVMH와 협력하여 차별화된 럭셔리 리테일, 호텔과 레지던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럭셔리 호텔의 경우 불가리 호텔, 슈발블랑 등 LVMH의 럭셔리 호텔과 레지던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고, 리테일은 설계단계에서부터 LVMH 소속 럭셔리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조성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프라임 오피스와 럭셔리 호텔, 리테일이 하나로 컴플렉스에서 이어진, ‘도시 속의 도시’를 표방하는 하이엔드 에셋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과거 현대차 GBC가 국내 최고층 빌딩과 그룹 신사옥으로 추진되었을 당시 투자 유치를 통한 세일즈 앤 리스백 형태 개발이 불발된 것과 달리, 현재는 해당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코어 투자사와 적극적인 참여로 수익률을 높이는 밸류 애드 투자사간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대형 자산운용사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차 GBC 조감도. Ⓒ서울시, 현대자동차

이는 최근 LVMH의 오프라인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LVMH는 출점 전략을 플레이스 마케팅 전략으로 고도화하여, 핵심 국가의 도시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지역의 부동산을 개발하여 자사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와 호텔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욕 5번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 LA 베벌리 힐스, 도쿄 긴자 등의 부동산을 개발하여 루이비통, 티파니, 디올 등 자사 브랜드의 복합 공간으로 개발하며 글로벌 도시들의 상징적인 가로나 구역을 점유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 매출에서 유명세 외에도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공간과 장소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루이비통 카페와 레스토랑, 티파니 브런치 카페, 디올 카페 등 점차 F&B 등 체험의 영역을 확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등 복합 문화 공간과 불가리 호텔, 슈발블랑 등 호텔 사업까지 전개하며 하나의 연속된 경험 속에 자사 럭셔리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뉴욕 5번가에 공사 중인 초대형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LVMH

이런 측면에서, 현대차 GBC에 LVMH가 주목하는 것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LVMH에서 현대차 GBC를 포함한 삼성동을 뉴욕 5번가, 파리 샹젤리제, 도쿄 긴자를 잇는 럭셔리 플레이스로 지목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럭셔리 리테일,호텔, 문화시설, 오피스와 결합된 하나의 복합도시를 그린다는 점에서 현대차 GBC가 가지는 마켓 밸류는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아만 서울 호텔이라는 상징성이 강화하는 럭셔리 플레이스, 청담


글로벌 럭셔리 호텔은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의 보증서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럭셔리 호텔은 표류하는 프로젝트의 구원 투수로도 활약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만 호텔 서울이 들어서는 청담동 프리마 호텔 재건축 사업이 있는데요, 해당 사업은 르피에드 청담이라는 고급 주거 시설로 추진되었으나, 고급 오피스텔 상품의 인기가 주택 시장 침체 및 환금성 부족으로 외면 받으며 사업이 무산 위기에 봉착했었습니다. 
그런데 신세계프라퍼티가 참여하여 사업을 럭셔리 호텔이 결합된 복합 건물로 전환하고, 아만 호텔을 유치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럭셔리 호텔로 밸류가 높아진 상황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아만이 더해지면서 사업에 대한 금융권의 시각이 완전히 바뀌면서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이죠.
아만 호텔 서울이 들어설 아만 타워 조감도. 위치는 청담동 도산대로변. Ⓒ서울시

특히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아만 호텔이라는 브랜드 자체입니다. 아만 호텔은 자연과 문화, 역사가 결합된 경험과 개인화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만 리조트의 도심 호텔 브랜드로, 브랜드 철학에 따라 소수의 객실을 운영하여 이용자의 럭셔리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아만 정키’라고 불리는 매니아가 생길 정도로 고객 충성도도 높은 편이고요.

아만의 첫 도심 호텔인 도쿄 아만 호텔(84객실)을 비롯하여 뉴욕(83객실), 최근 오픈한 방콕(52객실) 등 모든 아만 호텔은 100개 이하의 소수의 객실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호텔 체인의 에디션(메리어트), 안다즈(하얏트) 등도 150~200개의 객실을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만은 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극소수의 고객을 위한 투철한 서비스와 럭셔리한 경험 제공에 집중한 것이죠. 

아만은 서울에서도 75개 객실만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로서 자산 자체의 프리미엄을 더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선별된 입지라는 것을 아만이라는 브랜드로 증명하는 것이죠. 해당 사업은 현재 오피스텔 20실과 공동주택 29실도 함께 개발될 예정인데요, 이들도 아만 호텔 서울과 결합되어 하이엔드 럭셔리 주택이자 트로피 하우스로서 그 명성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포스트 센터필드를 꿈꾸는 강남의 자산개발과 럭셔리 호텔: CBD와 겨루는 GBD의 질적 도약


이외에도 강남권역에는 대형 복합 고밀 개발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글로벌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 유치가 활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르메르디앙 서울(구 리츠칼튼 서울) 부지를 재개발하는 트윈픽스 강남에는 힐튼의 최상위 브랜드인 월도프 디 아스토리아와 메리어트의 에디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고, 리버사이드 호텔 재건축 사업에도 메리어트의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세인트 레지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신규 호텔 진출 측면에서 치면 전통 중심지였던 사대문 안 권역을 능가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앞서 언급하였듯 강남이라는 서울의 가장 트렌디하고 럭셔리한 상업·업무지구에 주목하는 측면도 있지만, 불확실한 강남 호텔 시장에 확신을 준 센터필드라는 사례가 주효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센터필드는 기존 르네상스 호텔을 재건축한 복합단지로, 프라임 오피스와 리테일, 그리고  메리어트의 럭셔리 콜렉션 브랜드가 제휴 적용된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선 팰리스는 코로나 시기에 오픈하였음에도 빠르게 서울의 대표적인 럭셔리 호텔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강남 역삼의 입지와 중식당 더 그레이트 홍연과 손종원 셰프의 파인 다이닝 이타닉 가든 등 훌륭한 F&B, 최신 시설을 갖춘 하드웨어에 힘입어 2025년 이후로 포브스 트래블 선정 4성급 호텔로 평가 받으며 롯데호텔 서울, 파크하얏트 서울, 콘래드 서울 등 이름난 호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파크하얏트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까지. 주요 호텔이 밀집해있는 삼성역 사거리 인근. Ⓒ이하경

이는 유수의 자산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강남에서도 큰 차별점으로 작용하여 센터필드가 단숨에 트로피 에셋으로 등극하여 여러 우량 기업들의 임차를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럭셔리 호텔이 GBD에서 몸소 증명하고, 기존 강남 호텔 시장에 의문을 품던 럭셔리 호텔 업계에도 하이엔드 럭셔리가 강남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재평가의 단초를 마련하였습니다. 이에 포스트 센터필드를 꿈꾸는 디벨로퍼들의 개발 사업에서 럭셔리 호텔 유치를 추진하고 있고, 강남 호텔 시장의 잠재력을 주목하는 럭셔리 호텔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지금의 열풍이 연출되었습니다. 

강남 업무지구(GBD)는 2010년대 후반 들어서 기업 밀집도와 상권, 오피스 임대료 측면에서 사대문 안 도심과 자웅을 겨루는 수준으로 외형은 성장하였으나 호텔 시장에서는 약간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진출 붐으로 이제 호텔 시장도 사대문 안 도심에 버금가는 권역이라는 것이 차츰 증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대문 안 도심의 호텔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럭셔리 플레이스이자 서울의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의 메카로서 강남의 메리트로 헤리티지가 강점인 사대문 안 도심과 차별화를 이루며 양대 도심이 건전한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죠.

강남 럭셔리 호텔 시장을 재평가의 계기가 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과 GBD 트로피 에셋으로 자리잡은 센터필드.  Ⓒ이하경

다음 화에서는 상업, 업무지구 외에도 레지던스와 주택 시장에서 라이프 스타일과 럭셔리 하우징 트렌드와 함께 확장되는 럭셔리 호텔의 면모를 용산 더 파크사이드 서울과 연계된 사례로 알아보겠습니다.

이하경

이하경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자체연구원

자본과 욕망이 응축된 럭셔리 리테일을 통해 도시 공간의 역동성을 읽어내고, 그 안에 담긴 미래 가치를 탐구합니다.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도심 리테일 시설들의 성장과 쇠퇴가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변화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도시와 리테일의 공생과 성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