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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초단기 임대업이다?


서울에는 21,388개의 카페가 있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집계한 서울의 편의점 수가 8,886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페는 편의점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은 도시 점포망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점포-서울시)」 2026년 1분기 기준 데이터
실제로 유현준 교수는 한 기사에서 카페를 두고 “커피를 파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다"라며, "5,000원을 받고 두세 시간 정도 거실을 빌려주는 사업”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카페를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는 매장으로 보기보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업종으로 본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카페는 음료를 파는 업종이지만, 동시에 좌석과 시간을 잘게 쪼개 파는 업종이기도 합니다. 출근 전후, 점심시간, 미팅 전 대기, 주말 약속, 동네 산책처럼 짧게 머무는 일이 반복되는 곳에서는 카페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따라서 카페가 촘촘한 지역은 길에 걸어다니는 유동인구뿐만 아니라, 특정 공간에서 몇 분 이상 머물다 가는 수요도 많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시리즈 <데이터로 다시 읽는 서울 상권>에서는 다양한 산업 데이터 통해 서울의 상권과 도시 생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그 첫번째 주제로 현대인의 필수품, 커피를 파는 카페에 대해 알아봅니다. 카페는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머물고 만나고 일하는 방식이 도시 공간 위에 남긴 흔적이기도 합니다.
이번 첫 번째 글에서는 전국 카페 114,255곳 및 서울 카페 21,388곳의 위치데이터를 활용해, ‘카페’라는 공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카페가 많은 지역은 어디인지, 그 분포가 서울 내 상업 입지와 상권 성격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먼저 확인해봅니다. 이후 이어지는 글에서는 업무지구, 대학가, 핫플레이스, 주거지 등 서울 내 상권 유형별로 카페 데이터가 보여주는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카페 개수 전국 2위 지역.


전국 시도 단위로 보면 카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입니다. 경기도에는 25,247곳의 카페가 있고, 전국의 22.10%를 차지합니다. 서울은 21,388곳으로 두 번째이며, 전국 비중은 18.72%입니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치면 전국 카페의 약 40.82%가 수도권 핵심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서울은 면적이 넓은 지역이 아닌데도 카페 수로는 전국 최상위권입니다. 같은 수의 점포라도 더 좁은 도시 공간에 모여 있기 때문에, 서울의 카페 상권은 훨씬 촘촘하게 형성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카페는 대체로 보행자의 이동 동선과 맞닿아 있는 저층부에서 가시성과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는 업종입니다. 그래서 카페가 밀집되어있는 현상은 점포 수가 증가했다는 뜻 이상으로 저층 리테일 공간을 둘러싼 임차 수요와 경쟁 강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페가 많은 지역은 수요가 큰 곳일 수 있지만, 동시에 비슷한 업종이 이미 포화상태인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의 카페 위치 데이터로는 어디에서 수요가 크고, 어디에서 과밀이나 분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전국 시도별 카페 수입니다. 서울은 전국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카페가 많은 지역입니다. Ⓒ제작=김지윤

 

서울 내 카페는 주요 상업 지역을 중심으로 밀집합니다. 


서울의 카페 21,388곳을 점으로 찍으면, 카페가 서울 전역의 생활권에 넓게 퍼져 있다는 점이 먼저 보입니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점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입니다. 강남과 테헤란로, 홍대와 합정, 광화문과 종로, 여의도, 성수, 건대입구 주변은 카페 점이 유난히 많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업무지구에서는 회의, 점심시간, 출퇴근 전후의 짧은 체류가 생기고, 문화·소비 상권에서는 약속, 대기, 목적 방문이 함께 나타나며, 대학가와 주거지에서는 반복 방문과 생활권 소비가 중요합니다. 카페 위치 점이 밀집한 곳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
서울 전체의 카페 분포 지도는 이런 체류 수요가 어디에 집중되는지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점이 촘촘히 모인 곳은 임차 수요가 확인된 상업지이자, 저층 리테일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생활·업무·소비의 접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카페 분포입니다. 점 하나는 카페 한 곳을 의미합니다. Ⓒ제작=김지윤

행정동별 점포 수로는 상권 규모와 임차 수요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행정동별로 카페 수를 집계하면 서울의 대형 상권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서울 내에서 카페가 가장 많은 행정동은 마포구 서교동으로 507곳입니다. 홍대 거리가 위치한 지역이죠. 이어 강남구 역삼1동 454곳, 종로구 종로1·2·3·4가동 376곳, 영등포구 여의동 321곳, 금천구 가산동 294곳 순입니다.

이러한 지역이 상위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교동은 홍대·합정 일대의 소비·문화 상권이고, 역삼1동은 강남역이 위치한 곳으로 테헤란로 업무지구의 중심입니다. 종로1·2·3·4가동은 도심 업무와 관광, 상업 기능이 겹치는 지역입니다. 여의동과 가산동은 오피스 수요가 강한 상권입니다.

카페가 많은 지역은 상권의 규모와 임차 수요를 어느정도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카페가 300곳, 400곳 이상 모여 있다면 단순히 한 골목의 유행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 임차인이 반복적으로 들어올 만큼 배후 수요가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업무지구형 상권에서는 평일 주간 수요가, 소비·문화 상권에서는 저녁과 주말 수요가 점포 수를 떠받쳐 줍니다.

아래 지도에서 노란색 다각형으로 나타나는 상위 클러스터 지역도 살펴보겠습니다. 이 클러스터는 카페가 많은 곳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있으면 하나의 군집으로 묶어낸 결과입니다(DBSCAN 활용). 그 결과 CBD 지역, 강남구 일대, 홍대거리 지역이 가장 큰 밀집지로 파악되었습니다. 

행정동별 카페 수와 DBSCAN 기준 상위 10개 밀집 클러스터입니다. Ⓒ제작=김지윤
카페 수 상위 20개 행정동입니다. 대형 상권과 업무지구가 상위권에 많이 포함됩니다. Ⓒ제작=김지윤
 

밀도는 거리의 경쟁 강도와 체감 상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점포 수만으로 입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많다”와 “촘촘하다”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면적이 넓은 행정동은 카페 수가 많아도 실제 보행자가 느끼는 밀집도는 낮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생활권 안에 카페가 몰려 있으면 임대료와 경쟁 강도, 보행 체감은 훨씬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면적 1㎢당 카페 수를 계산해보면 순위가 달라집니다. 가장 밀도가 높은 곳은 마포구 연남동으로 315.32곳/㎢이었고, 이어 서교동 302.23곳/㎢, 중구 명동 258.03곳/㎢, 을지로동 193.07곳/㎢, 역삼1동 192.35곳/㎢ 이 뒤를 이었습니다.
연남동은 특히 밀도에서 순위가 높아진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카페 수는 204곳으로 서교동이나 역삼1동보다 적지만, 면적이 작고 보행 중심의 골목 상권이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어 밀도는 서울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걷고 싶은 거리'의 조건을 설명하며, 이를 거리당 가게 입구의 수로 설명합니다. 연남동은 걸어가면서 많은 카페를 지난다는 관점에서 걷고 싶은 거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투자적 관점에서 보면 제한된 공간 안에 카페 수요와 경쟁이 강하게 몰려 있는 상권으로 봐야 합니다.
반대로 카페 수는 많지만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상권이 넓게 퍼져 있거나 수요가 여러 블록으로 나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지역은 특정 골목의 임대료만 보기보다 권역 전체의 업무·유동 기반을 함께 봐야 합니다. 카페 수는 상권의 규모를, 밀도는 거리 단위의 경쟁 강도와 체감 밀집도를 보여줍니다.
행정동별 카페 밀도입니다. 색이 진할수록 면적 대비 카페가 촘촘합니다. Ⓒ제작=김지윤
 

같은 밀집지라도 수요의 성격은 다릅니다.


카페 개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상권의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밀집지라도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 방문 목적, 임차 안정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페 밀집지를 업무지구형, 대학가형, 핫플형, 주거지 생활형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지구형은 강남·테헤란로, 여의도, 광화문·종로처럼 평일 주간 수요가 강한 지역입니다. 회의, 점심시간, 출퇴근 전후의 반복 수요가 카페를 지탱해줍니다. 이런 상권에서는 오피스 공실률, 기업 밀집도, 지하철 접근성이 카페 수요에 영향을 줍니다.

대학가형은 신촌, 건대입구, 대학로처럼 학생과  청년층 수요가 중심인 지역입니다. 공부나 과제 작업, 약속, 저녁 시간대 소비가 함께 나타납니다. 임대 관점에서는 학기 중과 방학, 주중과 주말의 수요 차이를 함께 봐야 합니다. 방학 및 주말에 수요가 많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핫플형은 홍대·합정, 연남, 성수처럼 목적 방문과 지역 이미지가 강한 상권입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카페가 단순 편의시설을 넘어 상권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됩니다. 다만 유행에 민감하고 임대료 상승 압력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어, 매출 가능성과 임차 지속성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주거지 생활형은 목동, 잠실, 천호처럼 생활권 기반의 반복 수요가 있는 지역입니다. 외부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몰리는 곳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소비가 꾸준히 발생합니다. 이런 지역은 대형 상권보다 덜 화려해 보여도, 생활밀착 업종의 임차 안정성을 검토할 만한 후보가 됩니다. 특히 가족형 지역의 경우 중고등학생들의 간식 수요와 학부모의 대기 수요도 존재합니다.

서울 카페 밀집지의 네 가지 대표 유형입니다. 대표 행정동은 해석을 위한 예시입니다. Ⓒ제작=김지윤
 

카페는 상권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카페 분포는 상권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유용한 척도입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머물고, 만나고, 소비하는지가 카페의 위치와 밀도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임대료, 공실률, 전용면적, 가시성, 보행 동선, 프랜차이즈의 비중, 배후 세대와 오피스 밀도까지 본다면 투자와 공간 운영에 있어 좋은 판단을 내릴 근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카페 분포를 읽을 때는 상권과 배후 수요의 규모를 보여주는 ‘점포 수’와, 거리 단위의 체감 경쟁을 보여주는 ‘점포 밀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 차이를 구분해야 같은 카페 밀집지라 하더라도 대형 업무지구인지, 보행 중심 골목 상권인지, 목적 방문형 핫플인지 등, 상권의 특성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점포 수 기준으로는 서교동, 역삼1동, 종로, 여의도, 가산 같은 대형 상권과 업무지구가 도출되었지만, 면적 대비 밀도로 보면 연남동, 명동, 을지로동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카페 밀집지역을 수요의 성격에 따라 다시 나누어 본다면, 어떤 곳은 평일 점심과 회의 수요가 강한 업무지구이고, 어떤 곳은 주말 목적 방문이 많은 핫플이며, 또 다른 곳은 생활권 반복 소비가 발생하는 주거지 상권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즉 카페 데이터를 활용하면 각 상권의 체류 수요와 경쟁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분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중에서도 카페 밀도가 특히 높게 나타나는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CBD·YBD·GBD의 카페 분포와 수요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유현준, [유현준의 도시이야기] 카페·노래방·편의점… 숨을 곳 찾아 헤매는 한국인, 조선일보 
유현준. (2011). 도심 內 걷고 싶은 거리의 이벤트 밀도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6(2), 93-102.
김지윤

김지윤

공간 데이터 분석가

소문난 '지리 덕후'로, 고려대학교 학부 및 서울대학교 석사 시절 지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GIS(지리정보시스템)와 공간(Geospatial)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와 상권,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을 사랑합니다. 현재는 오프라인 광고 스타트업에서 도시 공간 데이터 및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며, 브랜드가 더 나은 옥외광고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