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로데오의 소비 동선이 도산공원 뒤편으로 번지는 동안 이곳의 성격도 달라졌다. 코로나 시기에는 카페와 음식점이 방문 목적을 만들며 상권을 버텼고, 이후에는 패션 브랜드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브랜드 매장이 늘어나면서 임대료와 매매가격도 빠르게 올랐다. 문제는 그 과정이 기존 임차인과 어우러져 상권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라기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임차인 구성이 빠르게 바뀌는 모습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도산공원 상권은 물리적으로 크지 않다. 한정된 건물과 좋은 코너 자리를 두고 임차 경쟁이 붙으면 몇 건의 높은 임대차가 어느새 상권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진다. 높아진 임대료는 매매가격에 영향을 주고, 새롭게 형성된 매매가격은 다시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된다. 거래 표본이 많지 않은 시장일수록 이런 변화는 빠르게 나타난다.
상권의 외형이 좋아지는 것과 가격을 받치는 기반이 두꺼워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런 관점에서 2025년 12월 23일 260억원에 거래된 '아디다스 도산'을 볼 필요가 있다. 도산공원 후면,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약 500m 떨어진 코너 건물이다. 대지 256㎡, 약 77.4평에 연면적 299.25㎡, 약 90.5평 규모이며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총 거래금액을 대지면적으로 단순 환산하면 평당 약 3억3,600만원이다. 오래된 저층 건물이라는 점만 보면 높은 숫자지만, 도산공원 상권에서 최근 형성된 가격 수준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약 8m 떨어진 대지 79평 규모의 건물이 열흘 앞서 280억원에 거래됐고, 반경 50m 안에서도 224억원과 193억원의 거래가 확인된다. 건축 연도와 연면적, 층수가 다른 만큼 이 사례들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좁은 상권에서 200억원대 중후반의 가격이 실제 거래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나 역시 현재의 주변 거래와 입지, 임대 수준을 적용하면 이 건물은 280억원대까지도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260억원은 오히려 싸게 거래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의 평가를 만들어 내는 비교사례와 임대료 자체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전층을 하나의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고, 임대료 역시 해당 상권에서도 최상단에 가까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연면적 약 90평의 저층 건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매장 영업수익만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 역시 현재 상단의 임대료는 매장 자체의 수익뿐 아니라 브랜드 홍보와 이미지 구축의 가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쪽에 가깝다.
결국 260억원을 설명하는 것은 토지가격만이 아니다. 브랜드가 전층을 사용하면서 형성된 임대 수준과 코너 입지, 건물의 이미지가 함께 가격에 반영돼 있다. 지금과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는 브랜드 수요가 계속 이어진다면 현재 가격은 충분히 지지될 수 있다.
매수자에게 유리한 부분도 분명하다. 현재 거래가격에서 확보되는 수익률은 신사동 핵심 상권에서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수준보다 여유가 있다. 향후 이 자산이 3% 안팎의 수익률로 평가받는다면 임대료가 더 오르지 않더라도 현재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가능성이 생긴다. 260억원을 단순히 고점 매입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나는 이제부터는 임대료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느냐보다 지금의 임대료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본다.
최근 현장에서 만나는 영향력 있는 국내 브랜드들도 일정 수준을 넘는 월세나 상가 매입에는 이전보다 수익성을 꼼꼼하게 따지는 모습이다. 지금의 임대 수준을 받아들일 수 있는 브랜드가 계속 등장한다면 도산공원의 가격은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그 수요층이 얇아진다면 상권의 인기가 유지되더라도 매매가격의 상승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가로수길의 고점과 닮은 부분도 이 지점이다. 좁은 범위에서 임대료와 매매가격이 빠르게 올랐고 그 과정에서 임차인 구성이 크게 바뀌었다. 다만 고점 당시 가로수길이 특정 외국인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것과 달리, 현재 도산공원을 찾는 관광객의 국적과 방문 수요는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도산공원이 과거 가로수길과 같은 경로를 그대로 밟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도산공원 상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권의 힘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의 수익률을 감안하면 가격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여지도 있다.
다만 260억원 거래를 보면서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제 하나다. 도산공원이 더 유명해질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형성된 최상단의 임대료를 받아들일 다음 임차인이 계속 나타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수요가 이어진다면 260억원은 고점이 아니라 다음 가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