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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고금리 시대, K리츠는 어떤 전략을 제시해야 할까

2023.09.27 14:19:17

K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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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상장 리츠 시장은 어느덧 리츠 개수 23개(위탁관리리츠+자기관리리츠), 시가총액 7조원 안팎으로 4년 전 대비 3배 이상 급성장했다. 해외 주요국이 2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이뤄온 성장을 한국 리츠는 불과 4~5년 만에 이루고 있는 셈이다. 물론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환경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2022년 하반기 리츠 시장에 불어닥친 고금리 환경은 리츠의 성장 전략은 물론, 투자자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특히 성장에 급급했던 국내 리츠는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인식이 다소 약한 편이다. 상장 리츠는 기업이자 주식으로, 최대의 의무는 주주가치 제고이다. 때문에 투자자도 이를 정당하게 요구하고 이에 대한 성과에 따라 리츠마다 밸류이션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조정기, 주주환원의 중요성 배가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리츠의 외형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가 용이하다. 지난 3~4년간 상장 리츠에는 적극적인 자산 매입과 유상증자 혹은 차입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등하고 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나며 리츠의 성장 전략도 달라져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침체기의 리츠는 성장보다 차입비용 절감과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나타날 밸류에이션 상승은 궁극적으로 자본확충과 자산편입을 용이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제고로 자본확충과 외형 성장을 지속한 사례로 싱가포르 리츠 시장을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차입비율(LTV) 규제가 기존의 35%에서 2020년 50%로 완화되었지만 리츠 자체적으로 40% 미만의 LTV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유보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자사주를 매입한 싱가포르 리츠 사례가 제한적인 이유다.  자사주를 편입했던 케펠리츠의 사례를 보자. 케펠리츠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왜 총 주식수의 6.9%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을까? 이는 주주환원을 통한 주가 부양이 결국 성장의 유일한 방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오피스는 비싸고 공급이 적어 리츠의 자산 취득이 쉽지 않다. 케펠리츠 역시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운용 자산규모가 적거나 NAV(주가)가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인해 낮아지는 경우 ROE, 즉 배당수익률은 높아진다. 신규 자산 취득 시 주주들은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해치지 않는 수익률을 가진 자산 편입을 요구하므로 더욱 자산 취득이 어려운 현실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자산 취득 등 새로운 주주가치 제고 노력 없이 그대로 머무른다면 투자 유인이 사라지고 리츠의 저평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P/NAV 0.8배 미만에 거래되던 케펠리츠는 저평가로 기존 배당수익률을 상회할 자산 취득이 어렵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유 자산의 임대료 인상도 여의치 않던 상황이라 자사주 매입을 통한 밸류에이션 회복을 추구하게 되었다. 자사주 매입 기간, 임대수익 감소에도 불구 주가는 1년간 5.9% 상승했고 향후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상장 리츠에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사례다. 
*출처:삼성증권
물론 K리츠의 경우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일반 기업의 전형적인 주주환원 방식을 구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① 자산의 저가 매입 ② 스폰서의 책임 경영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③ 자산의 적기 매각을 통한 처분이익 배당과 차입금 감축 등이 최선의 주주환원 방식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지금처럼 주주들이 자산가격 하락을 우려할 경우 자산 매각으로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증명하고 주주에게 강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동시에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주주환원을 구현할 수 있는 AMC(운용사)의 역량이 리츠 간 밸류에이션의 격차를 만든다. 해외에서는 AMC를 상대로 매각 혹은 합병, 전략 변경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주주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며 끊임없이 리츠의 개선 작업이 이뤄져 왔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해외 리츠 시장에서 나타난 행동주의 주주활동 


리츠는 부동산이라는 실물을 기초로 계량적 속성이 중시되는 상품이므로 극단적인 저평가 혹은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리츠에 행동주의 주주 활동이 개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많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글로벌 리츠 시장의 성장과 함께 행동주의 주주활동 사례도 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AMC에 리츠의 밸류에 대한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이는 ① 매각이나 합병 ② 전략 변경 등의 요구로 나타난다. 2019년 Real Estate Economics에 따르면 행동주의가 요구한 기업 개선 사례는 일반 기업에서 4,000건, 리츠에서는 114건이었다. 일반 기업 대비 리츠에 두드러지게 요구되는 개선 사항은 주주가치 극대화, 합병 반대, 이사진 통제 등이었다.
아시아 리츠 시장에서는 일찍이 주주가치에 위배되는 리츠의 의사결정과 운용으로 주가가 하락하거나 자산 취득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스폰서로부터 고가 매입, 과도한 유상증자 등이다. 다양한 사례마다 주주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했고 주주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시장이 조성되었다. 
아래 표와 같이 현재 성숙기인 아시아 리츠 시장에서도 불과 10년 전까지 주주가치에 위배되는 의사결정을 주주들이 무산시키거나 주가 폭락으로 응징한 사례가 많았다. 안타깝게도 이들 사례는 최근 국내 상장 리츠 일부에서도 나타났던 사례와 유사한 점이 있다. 이러한 학습기를 거쳐 국내 상장 리츠의 주주들은 더욱 스마트하게 주주 권리를 주장할 것이다. 리츠 AMC들은 최대한 주주가치에 초점을 맞춘 운영 전략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출처:삼성증권

 

리츠 대형화 과정에서 주주 배려는 절대적 미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장 리츠에 외형 성장은 결국 가야 할 길이다. 소형 리츠로 머무를 경우 해외 리츠들이 보여준 다양한 주주환원 방식도 적용할 수 없고 투자자들이 리츠에 기대하는 낮은 변동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 자산 취득과 재원 조달의 방식은 반드시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주주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싱가포르 리츠, 단순 매입보다 M&A를 활용하는 아시아와 미국 리츠의 사례를 참조해 한국의 상장 리츠도 이러한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신중한 전략을 보여주며 어려운 2023년에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조달에 성공한 리츠들의 사례는 주주 신뢰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판단된다. 상장 리츠는 아니지만 속성이 유사한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 2021년부터 2차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거쳐 최근 주주배정 방식으로 세 번째 유상증자를 무난히 마무리한 ‘이지스밸류리츠’가 그 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발행 주식 수가 시가총액의 40%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했고, 유상증자 시기를 금융시장이 안정되었을 때 진행하고자 치밀한 계획 아래  충분히 준비했으며, 주주에게 유상증자의 당위성과 기대 효과를 충분히 설명했다. 
 

길어지는 한파, 그래도 유효한 K리츠의 잠재력


2022년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과 산업 초창기에 위치한 상장 리츠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럼에도 상장 리츠는 어려운 시기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함으로써 위기 대응력을 보여줬다. 밸류애드를 통한 NAV 상승과 배당 인상 사례도 나타나며 K리츠 시장의 잠재력이 확인되었다. 더불어 매년 리츠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고 있는 만큼 상장 리츠를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확인된다.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한국 리츠들이 본격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어려운 업황이지만 K리츠를 보다 희망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도 뚜렷한 투자 기준을 마련하고 리츠의 전략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또한 격려하며 시장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경자

이경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대체투자팀장

삼성증권에서 K리츠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