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를 정점으로 K리츠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하였습니다. 그동안 주가가 하락한 배경에는 리파이낸싱, 자산 매각 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리파이낸싱, 유상증자, 자산 매각 실패 등은 모두 금리 인상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죠.
다만, 금리 인상이 리츠에게 무조건 독이 될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고금리 시기 리츠 투자가 좋지 못하다고 보는 시각
첫째, 자산가치의 하락 측면
돈의 가치인 금리가 상승하면, 역으로 재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저금리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였고, 돈의 가치가 떨어짐과 동시에 물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이뤄진 급격한 금리 상승은 물건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렸고, 리츠가 보유 중인 자산 가치를 하락시켰습니다.
둘째, 조달비용 상승 및 배당금 삭감의 측면
부동산 투자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 레버리지(Leverage)를 사용합니다. 고금리 시기 리파이낸싱을 하거나 신규 자산을 편입한 리츠들은 이자비용이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배당가능이익의 90%이상을 배당하는 리츠의 특성상 비용증가는 결국 배당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곧 리츠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리츠 AMC들은 배당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들을 강구하였습니다. ① SK리츠의 사례처럼 CB(Convertible Bond, 전환사채), 전자단기사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리파이낸싱하고, ② 유상증자 배정(구 주주 유상증자 배정, 제3자 유상증자 배정)을 하였고, ③ 배당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였습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서초마제스타시티 우선주 투자나 SK리츠의 이천 수처리센터 역시 배당감소를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리츠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시도할 경우, 주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셋째, 현금흐름할인법(DCF, Discounted Cash Flow)의 측면
현금흐름할인법의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배당금의 현가(現價, 현재가치, Present Value)와 내가(來 價, 미래가치, Future Value)의 개념입니다. 앞서 설명한 자산 가치의 하락 관점은 자산을 기준으로 하였다면, 이번에는 향후 유입될 배당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측면입니다. 금리인상은 단순히 자산가치의 하락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향후 들어올 배당금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 역시 높아집니다. 미래에 들어올 예상 배당금의 할인율이 높아진다면 당연히 배당금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당연히 리츠의 가치가 떨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신한알파리츠는 반기마다 약 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합니다.(특별배당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신한알파리츠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매 반기마다 200만원이 계좌로 입금될 것이구요. 하지만, 이자율을 고려한다면 2024년 6월에 지급될 200만원과 24년 12월에 지급될 200만원은 분명히 다릅니다. 금리(무위험률, 국공채 금리, 파킹통장 이자, CMA이자)가 높다면, 그 차이는 더 크겠죠?
금리인상기에 흔히들 빅테크 7,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기술주들이 급락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에 대해 할인율이 적용해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봤던 것이죠.
넷째, 기회비용의 측면
기회비용이란, 대체할 수 있는 투자안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것을 뜻합니다.
다음과 같은 3가지 투자 안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 연 3%의 정기예금, 2) 연 3%의 대학가 원룸건물, 3) 연 3%의 주식.
3가지 투자안의 수익률이 모두 같다고 가정할 때, 2안과 3안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1) 임차인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 공실율을 감안하면서 대학가 원룸을 택하는 것보다 2) 주식의 상승과 하락장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면서까지 주식을 택하는 것보다 차라리 연 3%짜리 정기예금이 마음 편할 것입니다.
금리인상은 무위험수익률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 하반기, 우리는 5%대의 정기예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저축은행, 새마을금고가 아닌 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말이죠. KB경영연구소의 22년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부자는 21년 대비 유동성 자산과 예적금 비중을 늘렸습니다.
무위험 수익에 가까운 1금융권 은행의 정기예금이 연 5%를 지급하고, 제2금융권 예적금이 7%를 지급합니다. 레고랜드 여파 당시 한국전력 채권도 비슷한 금리를 제공하였습니다. 신한알파리츠의 배당률이 약 6%였을 때인데 신한알파리츠가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디앤디플랫폼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의 배당률이 10%를 넘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보입니다. 주가하락은 필연적이구요. 그래서 투자자들은 리츠를 외면하고 시장에 던지고,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주가는 낮고, 배당률은 높았습니다.
고금리 시기에 리츠 투자가 괜찮다고 보는 시각
그렇다면 고금리 시기에 리츠 투자는 무조건 최악의 선택일까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첫째, 일단 저렴합니다. 싼게 비지떡일 수도 있지만, 과거에 비교했을 때 신규로 진입하기 편한 시점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공모가에 가깝구요. 디앤디플랫폼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은 여전히 3,000원대 주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둘째, 고배당입니다. 배당이 유지될지, 삭감될지 모르겠으나, 당장 눈에 보이는 배당률은 매력적입니다. 앞서 살펴본 자산가치 하락의 측면과 무위험수익률의 상승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은 그만큼 할인되어서 거래되거나, 최소한 무위험수익률보다는 높은 배당률을 제공합니다.
흔히 재테크에서 자주 사용되는 공식 중' 72의 법칙'이 있습니다. 숫자 72를 이자율(또는 배당률)로 나누면 원금이 2배로 증가하는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가령 세후 8%를 복리로 적용한다면 원금의 2배가 되기까지 약 9년이 걸립니다(72/8 = 9). 특히, K리츠는 반기배당이 많기 때문에, 복리의 효과가 조금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며, 만약 세후 8%로 재투자한다면 원금의 2배가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9년보다 조금 더 짧을 것입니다.
몇 년 간 고배당을 받으면서 재투자하고 '존버'한다면 언젠가는 금리가 하향안정화될 것이며, 주가 역시 다시 소폭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면 배당은 배당대로, 주가 차익은 주가 차익대로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셋째, 금리는 언젠가 내릴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아무리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님이더라도 앞으로 기준금리를 7%이상으로 올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글로벌 IB들은 올해부터 점차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내리면, 이자비용이 줄어드는데 특히 고금리 시기에 대출했던 리츠들은 금리인하 시 수혜를 볼 것입니다. 그래서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가 상장할 때 이와 같은 주장을 많이 했었구요.
넷째, 조달비용(이자)이 오른만큼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습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 등 일부 리츠는 계약 갱신 또는 신규계약시 이자가 오른만큼 이를 임대인에게 전가시켰습니다. 그래서 금리인상기에도 오히려 배당금을 증가시켰구요. 또한, 일부 리츠는 물가 지수에 임대료를 연동시켰구요. 물가가 오른만큼 임대료 역시 상승하도록 했기 때문에 배당금 삭감을 어느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인플레이션 헷지의 측면입니다. 금리인상 역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서 시행 중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동산은 꾸준히 우상항했었는데, 도시개발, 용적률 및 건폐율의 완화 등 경제적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상승한 물건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우상향했습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사서 물린 주식과 코인은 쉽게 내려도, 한번 오른 물가는 쉽게 내리지 않습니다.
현재 재건축 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공사비의 상승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때문에 건축비는 올랐습니다. 건축자재 가격이 올랐고, 짓는데 비용이 더 들었습니다. PF대출 이자비용도 한 부분이 될 것이구요. 그러면 기존 건물, 즉, 구축은 오른 건축비만큼 헷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입니다. 부동산은 공급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거미집 이론(Cob-web theory)에 따르면, 수요는 탄력적이고 즉각 반응하지만, 공급은 상대적으로 반응 속도가 느립니다. 수요는 내가 돈이 있고 필요하다면 바로 사러가면 되지만, 공급은 생산하는데 시간이 소요됩니다. 1) 수요 증가 2) 초과수요 발생 3) 공급자 공급량 늘림 4) 초과공급 5) 가격 하락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배추 파동을 비롯하여 포켓몬빵, 허니버터칩 등 초과수요가 발생한 많은 사례들을 겪었고, 이는 결국 공급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리츠로 돌아와서 ESR켄달스퀘어리츠에 이를 적용해보겠습니다.
1)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전자상거래가 증가합니다.
2) 이 과정에서 물류센터의 수요가 증가합니다.(초과수요)
3)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자들은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합니다.
4)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초과공급이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공급자들은 적정 공급량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5) 적정 수요 대비 초과공급되었기 때문에 물류센터 가격은 하락합니다.
6) 하락하니 업자들은 공급을 줄이게 됩니다.
7) 수요는 적은데 공급을 하지 않으니 물류센터 가격은 다시 상승합니다.
8) 역사는 반복됩니다.
인플레이션(건축비 증가)와 고금리는 공급을 감소시키는 요인들입니다. 공급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라는 패러다임 상 물류센터는 꼭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가격은 상승하겠죠?
거시경제 관점의 기회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점, 즉 환율의 관점입니다. 약 3년 전 2021년, 1달러 당 1,100원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24년)은 약 1,300원을 상회하고 있구요.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정확히 미국)에서는 3년 전보다 약 20%가 늘어난 구매력을 가집니다.
우량한 오피스에 투자하여 임대료(배당)는 임대료대로 받다가 환율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환차익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량 부동산들은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므로 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1) 환차익 2) 임대료(배당) 3) 주가상승까지 모두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둘째, 글로벌 금리입니다. 작년 하반기 리츠 간담회에서 마스턴투자운용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마스턴)는 향후 글로벌 자산들보다 국내 자산들에 집중할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낮은 금리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서 국내보다 높은 배당금을 수취할 수 있었는데 글로벌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고 장기화될 수 있다면 해외보다는 국내투자가 리스크 대비 리턴이 더 좋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결론
우리는 보통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시각을 통해 보려고 노력했구요. 고금리 시기 리츠 투자에 부정적인 사람은 그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사람은 또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각자의 논리대로 비중 조절 혹은 포트폴리오 구축 혹은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한다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