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국내 리츠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리파이낸싱(차환)’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반갑지 않은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리츠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팬데믹 시기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상승이 나타났고, 금리 변동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던 리츠들의 리파이낸싱은 배당 삭감,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어쩌면 지금의 리츠 투자자들에게 ‘리파이낸싱(차환)’은 비호감 정도가 아닌 ‘공포’에 가까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리파이낸싱(차환)을 ‘공포’로 해석해야 할까요?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전세대출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 2018년 12월에 전세대출을 받았던 A씨는 2020년 12월에 함박웃음을 짓게 되었습니다. 처음 3.3%였던 전세대출 금리가 2.6%로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대출 만기(리파이낸싱)가 주머니를 넉넉하게 해준 셈입니다.
(2) 2022년 12월이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대출 만기가 다가왔습니다. 전세대출 금액은 그대로인데 이번에는 금리가 2.6%에서 5.2%로 올라버렸습니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5.2%의 금리로 전세대출을 차환했습니다. 이자가 두 배나 올라버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진 A씨는 대출 만기(리파이낸싱)가 공포처럼 다가왔습니다.
(3) 2024년 12월 A씨는 다시 한 번 전세대출 만기를 맞았습니다. 겁을 먹고 은행을 찾아갔죠. 2년 전, 급격한 이자비용 증가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에게 대출 만기(리파이낸싱)는 ‘공포’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A씨의 이자비용은 올랐을까요, 내렸을까요?
아마 여러분들은 이미 답을 알고 계실겁니다.
그렇다면 다시 리츠 시장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리츠 투자자들이 리파이낸싱(차환)을 ‘공포’에 가깝다고 느끼는 이유는, 지난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2)와 같은 구간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2)와 같은 상황인지 (3)과 같은 상황인지에 따라, 이를 ‘공포’로 받아들여야 할 지, 아니면 오히려 ‘호재’로 봐야 할 지 다를 것 같습니다.
Part 2)
리파이낸싱이 리츠 투자자에게 남긴 상처
리파이낸싱에 따른 배당컷으로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던 대표적인 리츠 두 개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롯데리츠입니다. 롯데리츠는 고금리 시기 가장 먼저 리파이낸싱을 맞이한 리츠인데요, 2023년 1조 원이 넘는 차환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차입 금리는 2020년 2.5%에서 2023년 무려 5.3%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상반기 163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은 2023년 하반기 95원까지 하락했고, 주가는 5~6천 원대에서 3천 원 이하까지 급락했습니다.

비슷하게, 제이알글로벌리츠 역시 지난 해 대규모 차환 과정에서 기존 1.05%였던 금리가 4.398%까지 오르며 이자비용이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90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은 올해부터 230원으로 대폭 줄어들 예정입니다. 배당 축소 우려가 지속되면서 주가는 1년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Part 3)
리츠는 왜 금리 변화에 민감할까?
그렇다면 리츠는 왜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속절없이 무너졌을까요? 운용 경험 부족, 선제적인 대응 부재 등의 이유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리츠의 손익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부동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하나만 꼽자면 단연 '금리'일 것입니다. 거래 규모가 큰 부동산 특성 상 대부분 타인 자본, 즉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입니다.
리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츠의 손익구조에서 이자비용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금리 민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리츠는 영업수익(대부분 임대수익)에서 영업비용, 금융비용(이자비용), 법인세 등을 차감해 당기순이익을 산정합니다. 그리고 배당가능이익 산출 시에는 감가상각비는 재합산하며, 법인세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 배당 시 면제됩니다. 수수료 등의 비용은 그 비중이 매우 작은 반면,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내외, 혹은 그 이상으로 매우 큽니다.

여기에 더해 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기 때문에, 신규 자산을 편입하고자 할 경우 자체적인 투자 여력을 보유하고 있기 보다는 추가 자금 조달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국내 리츠의 경우, 평균 LTV가 60% 수준으로 글로벌 리츠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LTV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및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대두된 것이죠.
Part 4)
리파이낸싱, 이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리츠는 계속해서 리파이낸싱 리스크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리츠가 재무 구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재무 건전성 강화에 집중했듯이, 국내 리츠 역시 지난 실패와 경험을 바탕으로 리파이낸싱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과거에는 수천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특정 시점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만기를 분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유연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 변동금리 비중을 확대하기도 하고, 유리한 금리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죠. 특히 SK리츠나 롯데리츠처럼 국내 리츠 중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곳들은, 회사채와 담보대출 간의 금리 스프레드가 거의 100bp에 이를 정도로 벌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담보대출 대신 회사채를 활용하면 다른 리츠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리츠는 오히려 리파이낸싱을 배당 여력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앞서 롯데리츠가 국내 리츠 가운데 가장 먼저 본격적인 리파이낸싱을 겪은 사례라고 말씀드렸죠. 그만큼 롯데리츠는 벌써 두 번째 리파이낸싱을 마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변동 금리의 비중을 확대하고, AA-의 높은 신용등급을 활용해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회사채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5.3%에 달했던 차입금리는 현재 약 3.8%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나아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와 임대수익 상승이 맞물리면서, 배당은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본격적인 장기 배당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롯데리츠는 2025년 상반기 117원을 시작으로 2028년 하반기에는 165원까지, 연 평균 10%의 DPS 성장 가이던스를 제시하기도 했죠.
이러한 기대감 덕분인지 롯데리츠 주가는 연초 대비 +15% 가량 상승한 상태입니다. 한 때 리스크로만 여겨졌던 리파이낸싱이 이제는 하나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Part 5)
리파이낸싱은 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중요한 것은 ‘리파이낸싱’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관리하느냐,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입니다.
앞으로의 리파이낸싱은 과거와 달라야 합니다. 준비된 리츠에게 리파이낸싱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장을 이끄는 전환점이 될 수 있죠. 리츠 투자자들 역시 이제는 리파이낸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