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츠는 국내 상장된 스폰서리츠 가운데 가장 빠른 2019년에 상장하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홈플러스리츠가 전국의 홈플러스매장을 기반으로 상장을 준비하였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는데요.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의 복수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상장에 성공하였습니다.
<강점(strength)>
#부동산대기업 , 오프라인유통Top2
먼저, 스폰서의 강점입니다. 롯데리츠의 스폰서인 롯데그룹은 국내에서 '부동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기업입니다. 한때 토지 보유액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그룹에 이은 3위가 바로 롯데그룹이었습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 롯데월드, 부산 롯데몰 등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또 전국 주요 역세권, 교통핵심지에는 롯데쇼핑(마트, 백화점, 슈퍼, 롯데시네마)이 자리잡고 있고, 유통, F&B계열사인 세븐일레븐, 롯데리아는 시군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유통망이 넓다는 것은 소비자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백화점 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4곳, 대형마트 3곳, 편의점 4곳입니다. 이 중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는 곳은 2곳입니다. 바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입니다. 이들은 또한 O2O가 가능한 옴니채널을 구축하였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스폰서의의지
이번에는 스폰서가 아닌 '롯데리츠'로 한정짓겠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생각하는 롯데리츠의 가장 큰 장점은 다름 아닌 스폰서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롯데리츠는 강남 L7호텔을 편입하면서 유상증자를 단행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리츠시장에서 스폰서리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동산(신규자산)의 매입을 시장으로 떠넘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에 주식 유통량을 늘리겠다는 이유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ㅇㅇ리츠와는 달리 스폰서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였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가 스폰서로 참여한 점입니다. 기존 롯데리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입니다. 그룹 내 유동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강남L7 호텔을 롯데리츠가 매입하였고 롯데물산이 롯데리츠의 또다른 주주가 되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시각에서 볼 때 스폰서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것은 해당 자산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혀졌고,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느껴졌습니다.
<약점(weakness)>
#혁신성부재 , 아쉬운투자성과, 2등
이번에도 스폰서의 약점과 리츠의 약점을 나누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먼저, 스폰서인 롯데그룹의 약점입니다. 롯데그룹의 가장 큰 약점은 '혁신성'의 부재이며, '마이너스의 손' 역시 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롯데그룹은 M&A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AK면세점, 두산주류, 길리안 초콜릿, 마이비교통카드, KT렌탈, 현대로지스틱스 등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유통, F&B, 금융 등 내수산업을 키워나갔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 인수한 중고나라, 한샘, 일진머티리얼즈, 미니스톱은 저금리 시기 최고점 매수하여 실패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만약 롯데그룹이 성공하고 싶었으면 유통업에 있어서 중고나라가 아니라 당근마켓, 쿠팡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한국 유통업의 특징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는 것입니다. 신세계-이마트 그룹은 코스트코를 보고 만든 트레이더스, 캐나다 쇼핑몰을 보고 만든 스타필드, 일본 돈키호테를 보고 만든 삐에로쑈핑은 물론이고 PB상품인 노브랜드 역시 해외사례를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롯데그룹은 이와 같은 신세계-이마트를 다시 따라합니다. 스타필드를 따라한 롯데몰, 트레이더스를 따라한 빅마켓, 노브랜드를 따라한 요리하다가 떠오르는 것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입니다. 냉정하게 투자자, 소비자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롯데그룹은 선두를 치고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 해외사례를 보고 만든 것을 다시 보고 만든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개발지연과방치
스폰서인 롯데그룹의 또다른 약점입니다. 개발예정 이야기만 있거나 개발한다고 했지만 진척이 없는 사업장이 많습니다. 실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사업장도 있지만 경쟁사인 신세계-이마트그룹과 비교하면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으며, 건축허가 변경이 너무 잦습니다. 부산롯데타워(광복점), KTX울산역세권 사업, 인천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개발사업, 인천터미널부지 개발사업, 대구 수성알파시티 롯데몰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실적으로 개발사업에서 기존 토지소유자와의 분쟁, 건축인허가 과정의 어려움 등의 문제점도 있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 유동성의 위기나 개발의지의 부족로 비춰지기도 하였습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태영건설과 함께 어려움을 겪을 건설사로 꼽힌 곳이 롯데건설이었고, 실제 그룹에서 롯데건설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거기다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롯데케미칼(호남석유) 역시 부진해지면서 그룹 전체의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는 늘 있어왔습니다. 개발사업까지 부진하니 그 우려를 키워왔습니다.
#유통편중
이번에는 롯데리츠의 약점입니다. 무엇보다 롯데리츠의 가장 큰 약점은 유통과 관련된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 강남역 DF타워 우선주와 강남L7호텔을 편입하였지만 이들을 모두 합쳐도 2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이천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을 포함한 유통 부동산의 비중이 80%이상일 정도로 높습니다.

#지방자산
롯데리츠는 다른 리츠들 대비 '서울' 자산의 비중이 낮습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L7 호텔 강남타워, 강남역DF타워(우선주)를 합친다면 30%가 되지 않습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자산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인천 계양, 경기 의왕, 양평, 안산, 구리, 부천 등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즉,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입지는 아닐 것입니다. 개인투자자가 생각하는 '경기'지역의 자산이라면 결국 신한알파, 이지스밸류 등의 자산이 위치한 '분당' 또는 '판교'를 원할 것이며, 유통업으로 넓혀 생각하더라도 용인 수지, 광교, 화성 동탄 등을 떠올릴 것입니다. 거기다가 여전히 비수도권/지방광역시의 비중은 30%에 달합니다.

물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처럼 지방에 자산을 보유 중인 리츠는 있습니다. 다만, 자산 하나하나의 규모를 본다면 주유소 자산은 백화점과 마트에 비해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매각하기는 수월할 것이며, 용도를 바꾸기에도 쉬울 것입니다. 마트의 경우 용도지역 등 법적 규제로 인해 용도전환이 제한적일 것입니다.
최근 오픈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 푸드마켓 수성 등의 사례를 보면 하이퍼마켓 시장은 온라인 유통 대비 경쟁력 있는 그로서리 마켓으로 타깃팅을 좁혀나가기 때문에 경쟁사(이마트 등)의 입장에서는 마트 자산을 쉽게 인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롯데마트 칠성점, 이마트 시지점 등의 사례를 볼 때, 마트를 없애고 주거용 건축물(아파트, 오피스텔)을 짓는 사례가 많지만 현재 지방 아파트 경기의 부진으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쇼핑이 지방에서 영업지역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롯데리츠가 보유한 기존 자산과의 영업지역이 중복되는 사례도 우려됩니다. 롯데리츠가 보유한 롯데마트/롯데아울렛 대구 율하점은 향후 롯데몰 대구와 영업권이 겹치기 때문에 폐점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회(opportunity)>
#홈플러스
일반적으로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이야기는 다소 비난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예외일 것입니다. 마트 3사 중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수혜를 받는 것은 결국 이마트와 롯데마트입니다. 경쟁사가 사라진다는 것은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롯데리츠 입장에서 이는 곧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는 위기이자 곧 기회, 양날의 검입니다. 만약 홈플러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경우에 리테일 부동산의 공급은 증가할 수 있으며, 한정된 시장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을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해 자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리테일 부동산 전반에 대해 위험 프리미엄을 높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해외진출의DNA
스폰서인 롯데쇼핑은 글로벌경영의 우수사례로 언급될 정도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면서 2010년대 초반 40~50만원 대의 주가를 형성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롯데쇼핑은 가치주의 정석이었고, 국내주식펀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 종목이었습니다.
현재 롯데쇼핑은 대다수의 국가에서 철수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베트남 3개점, 인도네시아 1개점, 롯데마트는 베트남 15개점, 인도네시아 48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이한 법적 규제(베트남 등 공산국가에서 부동산 소유권 보유 가능여부 등)로 인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성장하는 이머징 국가의 자산을 편입하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협(threat)>
#정체된내수시장과쿠팡의 성장
한국은 더 이상 인구가 성장하는 국가가 아니며, 저성장 국가입니다. 홈플러스가 '위기'상태라는 것은 경쟁자인 롯데쇼핑에 있어서 호재이지만, 이를 무조건적인 호재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오프라인 유통 전반적인 부분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내수시장에서 유통업으로 성장하는 플레이어(Player)들은 있습니다. 쿠팡, 다이소, 올리브영이 그 예입니다. 쿠팡은 한국 유통업 전반을 장악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유통인 다이소와 올리브영은 특화된 시장이나 'Selling Point(소구점)'를 충족시켜 성장하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소비자가 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를 찾아야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령, 온라인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포인트(Point)'와 시대적 트렌드를 합친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나타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령화 확산과 오프라인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의료를 합친다면 병원과 문화생활, 리테일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근린생활시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스폰서는 오프라인에 있어서 타사 대비 명확한 차별점을 찾아야할 것이며, 롯데리츠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비롯해 스폰서 물건이 아닌 새로운 물건의 확보, 폐점 우려가 있는 점포의 용도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