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허니문 기간이 있길 마련이고, 이 기간 사람들의 이목은 장차관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정책의 방향성으로 향합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관심사입니다. 우리, 그중에서도 K리츠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새로운 정부에서 K리츠는 어떻게 될지일 것입니다.
풍부한 유동성 장세 속 K리츠의 방향성
K리츠 섹터 전반에 대한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K리츠는 이재명 정부에서 메리트를 느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분배를 중요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특성상 K리츠 산업의 확대에 법률 및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해온 프로젝트리츠 및 지역상생리츠 정책은 현 정부에서 연속되어 이어지거나 확대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K리츠 산업 파이는 분명히 커질 것입니다.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을 앞세워 2021~2022년처럼 신규 상장리츠가 꾸준히 증가하고, 2023년과 같이 신규 자산 편입을 위한 유상증자가 계속된다면 한정된 K리츠 수요 대비 공급 증가로 인해 주가흐름은 제한될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국토부와 리츠협회, 리츠 IR행사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주식시장 대비 K리츠 시장이 너무 비중이 작다는 것입니다. 미국, 일본 등의 해외사례와 비교시 한국의 리츠시장은 작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이 남아있다는 논리입니다. 필자는 이와 같은 논리에 대해 한국 주식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령,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들보다 왜 저평가되었는지, 저평가된 종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소위 잘 나가는 종목들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선행된 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함이 옳을 것입니다.
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가 만약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더라도, 지금과 같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리얼티인컴이 한국시장에 상장되어있더라도 미국에서 받는 밸류에이션을 적용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차화정, 전차군단, BBIG, 태조이방원 등 약 2~3년 주기로 테마가 바뀌며, 주도주가 시장을 끌고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따끔 선거철이면 정치테마주, 질병테마주 등이 등장하기도 하구요. 도파민이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리츠에 대해 매력을 느끼기에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에는 6~7%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종목,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기업들처럼 K리츠를 대체할만한 종목들은 있습니다. 이들보다 K리츠가 우선 투자 또는 상승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여러 테마가 오르고 올랐을 때,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으며 배당을 주는 리츠에 눈길이 가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이를 순환매 장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리츠 주가 수준에서 꾸준히 이어질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때 상장했던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의 사례를 보면 6,500원대를 넘어갔고, K리츠 대표격인 신한알파리츠는 7,000원이 당연했던 시절입니다. 현 정부의 확대재정정책 등을 감안한다면, K리츠 전반적인 주가흐름 역시 양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임 대통령이 지사 시절 보여준 행보, 대통령 후보로서 언급했던 공약들을 토대로 돌이켜본다면, 향후 5년 간 확대재정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취임부터 지금까지 코스피는 꾸준히 상승하였습니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 그동안 오르지 못하고 눌려있던 힘, 경기부양, 확대재정, 투심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엮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나아이 같은 지역화폐와 관련된 업종, 대북정책(경기북부에 자산을 보유한 회사 포함)과 관련된 업종, 상법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지주회사, 신재생에너지 등 이재명 정부를 대표하는 정책주가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K리츠 투자자들은 이러한 장이 다소 아쉽기만 합니다. 상승장에서 대다수의 리츠 종목들은 약보합 상태입니다. 내가 투자한 종목 빼곤 다들 오르니 시장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안 K리츠는 탄력성이 좋은 종목들보다는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생각하며, 필자는 정치테마주(학연, 지연, 혈연) → 정책테마주(대북, 지역화폐, 신재생에너지) → 지수 및 일반주식 → K리츠 → 부동산(아파트 등) 순서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시점이라면, 당장은 K리츠에 투자하는 것보다 개별 종목 트레이딩 또는 코스피200 등에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단기적으로 미국 증시보다 오히려 국내 증시가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허니문 기간이 길지 않다는 시각도 있으니, 각자가 예상하는 지수 고점(ex : 코스피 3000)에 도달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매각하여 차익을 얻고, K리츠를 모아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섹터 별, 리츠 별 상이한 온도차
투자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매크로 환경이 좋으면, '내(투자자)가 투자한 종목 역시 좋을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차전지 섹터에 투자했고 2차전지 섹터가 양호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2차전지 밸류체인에는 완제품(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에코프로), 음극재(포스코퓨처엠), 전해액(엔켐), 분리막(SK iet), 차량경량화(명신산업) 등 다양한 세부업종이 있을 것입니다. 완제품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 영업이익, 제품의 특징 등은 모두 다릅니다. 2차전지 상승 시기 ETF로 투자했다면, 섹터의 상승에 따라서 ETF는 자연스레 오르겠지만, 개별종목은 섹터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가령, 양극재와 음극재의 마진은 다르며, 전해액은 2차전지 완제품 공정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입지해야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K리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각 리츠별로 보유한 물건의 특성, 자산 및 부채의 편입시점과 만기, 임차인의 상황 등에 따라서 개별종목은 다르게 움직일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특정 섹터가 좋다고 하기전에 그 섹터를 세부적으로 나누어봐야한다는 의견입니다. 섹터가 좋은 것과 내가 적절한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한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투자자들은 막연히 이를 섞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K리츠 중에서도 세부적인 섹터와 이슈들에 의해 개별 종목의 주가 방향과 그 폭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1) 섹터
K리츠 중에서 가장 괜찮게 보는 섹터는 바로 물류입니다. 알리바바와 테무, 쉐인, 핀둬둬 등 C커머스는 한국에 진출할 것입니다. 온라인플랫폼독점규제법이 도입된다면, 쿠팡에 대해 제재는 가능하지만 중국의 알리, 테무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한국 진출은 수월할 것입니다.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과 3PL들이 사용하던 물류센터는 새로운 수요자의 등장으로 인해 임차료가 상승할 것이며, 부동산의 가격 역시 오를 것입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물류센터 지붕을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임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진행 중입니다. 석탄 에너지, 원자력발전보다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발전을 추구하는 현 정부의 정책과 가장 맞아떨어지는 곳이 바로 물류섹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리테일과 코리빙에 대해서는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먼저, 리테일입니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유통대기업에 친화적이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에 광주형쇼핑몰(스타필드, 더현대 등)이 입점가능하도록 지원하였으며, 지자체 재량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바꿀 수 있도록 하여 대형마트의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만으로 이커머스에 대항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유통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및 정부 여당 측에서는 다시 공휴일(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법안(유통산업발전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을 통해 백화점, 아울렛 등으로 출점 제한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결국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는 스폰서로부터 임차료를 받고, 부동산의 가치가 결정되는 리츠들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롯데마트 등을 보유한 롯데리츠와 인천 홈플러스를 보유한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그 예입니다.
코리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이 아직까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전세사기, 월세의 상승 등으로 인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확대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코리빙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이 저렴한 주택 공급의 증가(대체재의 증가)는 결국 당 재화(코리빙)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 관련된 정책이 나오면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임대료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합니다.
2) 스폰서
대기업 계열의 스폰서리츠는 다른 스폰서리츠들과는 달리, 기업의 자산을 유동화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롯데리츠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롯데물산)가 새로운 주주로 참여하는 등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만, SK리츠는 이천 하이닉스 수처리센터 편입 당시 시장에 유동 주식을 공급하겠다는 명목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상장 시점 대비 지분율이 낮아졌습니다. 대기업 계열의 스폰서리츠는 예전처럼 무작정 자산을 리츠에 넘기는 것도 어려울 것이며, 신규자산 편입 과정에 있어서 SK리츠의 사례처럼 지분율을 쉽게 낮추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상법 개정으로 지주사의 리레이팅(Re-rating)이 이루어지면서 지주사의 주가흐름이 양호한 것처럼, 모기업 및 그룹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스폰서가 리츠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시장에서는 이를 호재로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해외자산 보유 리츠
환율이 결정되는 것은 기준금리, 통화바스켓, 외환보유고, 국채 등 다양한 요인에 결정되며 쉽게 예측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다른 요인은 없다고 가정하고, 이재명 정부에서 확대재정을 통해 원화의 가치가 내려가는 상황이라면, 달러(외화) 대비 환율은 상승할 것입니다. 만약 작년처럼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이라면, 해외자산을 보유한 리츠의 주주들은 고민할 시점입니다. 해외자산을 원화로 표시하기 때문에 원화 대비 가치 상승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작년의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환정산으로 인한 유상증자를 시행한 것처럼 환정산 유상증자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율이 고점일 때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매각 차익을 원화로 가져오는 케이스라면 고환율이 괜찮을 것이고, 단순히 자산을 보유하면서 환헷지비용에 대해 유상증자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제이알글로벌리츠 등의 사례처럼 주가흐름은 부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4) 인프라펀드
현재까지의 행보로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며칠 동안 보도된 정책을 보면 정부의 물가 개입정책이 많았습니다. 라면 가격 규제, 전기/가스요금 동결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흔히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는 통신, 전기/가스 등 공공의 개입이 쉬운 업종은 투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인프라펀드 역시 공공의 개입이 쉬운 영역입니다.
맥쿼리인프라는 서라벌도시가스, 씨엔씨티 에너지 등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소매업체들을 편입하였고, 맥쿼리, KB발해인프라 모두 고속도로, 터널 등 민자사업에 투자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마지막에 결재한 업무는 일산대교 무료화 정책입니다. 민자사업에 대한 재검토 지시는 언제나 가능한, 열린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리츠의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만약 현 정부가 확대재정정책과 저금리를 펼친다면, 이는 리츠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리츠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자산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자산과 부채, 수익과 비용을 표기하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는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산 = 부채+순자산(자본)
수익 - 비용 = 순이익
수익 - 비용 = 순이익
개별 리츠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리츠의 재무구조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확대재정은 시장의 유동성을 늘릴 것이며,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됩니다.
먼저, 자산의 측면에서 보겠습니다. 자산 = 부채+순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순자산의 가격이 급증한다면, 리츠의 LTV는 자연스레 내려가게 됩니다. K리츠들이 최근에 시도 중인 자산재평가와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수 년간 미뤄왔던 자산재평가를 거치면서 부채의 비중은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대출여력이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리츠는 담보가치가 늘어났으니 신용등급이 높아지고 리츠의 담보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집니다. 리츠는 이를 활용해 주주 환원, 기존대출 상환, 신규물건 매입 등 선택지가 늘어나며, 리츠는 자연스레 대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자산가치가 올랐다는 것은 자산의 매각이 이루어질 시 자산매각차익에 대한 배당의 증가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수익과 비용의 측면입니다. 리츠의 매출은 대부분 임대료 수입이며, 임대료 수입(돈)의 가치는 다소 낮아질 것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수입의 감소분과 이자비용의 감소분을 비교한다면, 이자비용의 감소분에 대한 효과(저금리로 인한 이자비용절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이자비용의 감소)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고정임대료보다는 임대차만기가 짧아 그때그때 임차인에게 인플레이션 상승분을 전가할 수 있는 리츠,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만큼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리츠를 택한다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의 관점에서 정리하자면 1) 자산가치가 높은 리츠, 2) 부채만기가 짧은 리츠(고금리에서 저금리로 대출 전환이 가능한 리츠 또는 단기사채 등으로 이자를 쉽게 낮출 수 있는 리츠), 3) 가중임대차평균만기(WALE)이 짧은 리츠(꾸준히 임대료를 늘릴 수 있는 리츠), 4) 매출연동임대료를 통해 물가와 임대료가 연동된 리츠의 실적상승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