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를 강조하지만, 정작 투자자 혜택은 미흡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부동산 정책에 리츠는 필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선진화를 위해, 재정 건전성을 위해, 상품 다변화를 위해, 등등 다양한 이유와 배경으로 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부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러나 리츠 투자자들은 해당 문구에 갸웃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적으로 최근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을 높이고자 추진되고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에서도 리츠는 제외되고 있습니다. 현재 2026년 일몰로 한시적으로 리츠 배당소득은 분리과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만, 신청방법도 까다롭고 유지 조건도 어렵기에 피부로 와닿는 혜택은 미비합니다. 왜 정부는 리츠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에는 미흡한걸까요. 우리나라 리츠 시장의 성장을 믿을 수 있을까요.
각종 이슈로 소멸 위기 겪은 리츠, 2015년 정책 수단으로 부활
우리나라에 리츠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기업들의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여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호 리츠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보메리츠퍼스트’ 리츠였습니다. 2002년 상장 이후 2006년, 원 소유주인 대한항공에 재매각하고 청산했죠. 이후에도 코크렙1호, K1 CR리츠 등이 상장되면서 본래의 취지인 소액 투자자 중심의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보다는 기업들의 부동산 유동화 수단으로 집중 활용되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자기관리 리츠와 같이 자산운용 주체가 직접 관리까지 담당하는 구조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였습니다. 2010~2011년 발생한 다산리츠와 골든나래리츠 횡령·배임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리츠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리츠는 거의 사라지는 듯했죠.

그랬던 리츠가 정부 정책 수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시기가 2015년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주택 공급 패러다임의 변화(부동산 장기 침체, 전세가격 상승,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정책 전향 등)가 맞물리던 시기에 2014년부터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며 임대주택 리츠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으로 뉴스테이(NEW STAY) 정책이 본격 추진되었습니다. 해당 정책의 핵심에는 그리고 리츠가 있었죠.

왜, 리츠였을까요?
임대주택 공급에 있어 PFV나 부동산펀드, SPC를 활용해도 될텐데요. 2015년 당시 국토부는 정책 간담회에서 “부동산펀드나 PFV는 특정 개발사업에 국한되고, 운용기관의 공공성 확보에 한계가 있으므로, 공공성·운용 전문성·민간참여 유인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제도는 리츠가 유일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리츠 활용을 강조하는 이유, 그래서 앞으로도 리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리츠는 다른 부동산 투자기구와 달리 정책 주체인 국토교통부가 근거법상 감독기관으로써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모와 공모 구분 없이 정기 운용보고서와 수시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어 투명한 정보 공개가 가능합니다. 리츠는 일정 기간 뒤에 청산하는 PFV, REF, SPC와 달리 영속적인 법인 형태를 취하며, 자산을 장기 보유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령상 배당의무가 명시되어 있어 중간에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배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리츠는 다른 투자 기구 대비 제도적 투명성, 공공감독,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리츠를 활용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투자자와 정부가 외치는 ‘리츠 확대’에서의 괴리감이 발생합니다. 정부는 정책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리츠를 대하고 있는 것이죠. 중요한 투자자 보호 규제인 ‘공모 및 주식 분산 의무’를 정책적 필요에 따라 면제하거나 연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15년 뉴스테이 리츠 도입 당시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임대주택 비중이 일정 이상일 경우 공모·분산 의무를 면제하는 법령이 신설되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24년, 리츠 활성화 정책의 주요 안건은 ‘프로젝트 개발 리츠’였으며, 이 역시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 리츠에도 인가제 → 등록제로 전환, 1인 주식 소유한도(50%) 면제, 공시 및 보고 의무 최소화, 준공 후 최대 5년까지 공모 시기를 순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빠른 사모 리츠 설립을 통한 제도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 리츠 투자자 입장의 대책은 없다시피 했죠.
변화 맞이할 사모 시장, 궁극적으로 공모 확산은 필연적
사모 시장을 주도해온 기관투자가들(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연기금 등)은 모두 고령화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생명보험사는 지급보험금의 증가와 함께 책임준비금의 급증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는 수익자산의 구성 변화와 투자 여력 축소로 직결됩니다. 연기금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2055년 기금 고갈이 예상되고,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은 이미 국고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령화는 연기금 수익자 수를 증가시키는 반면, 납입자는 감소하고 있어 자산 운용 여력은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사모 시장의 핵심 수요 기반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정책자금 운용의 지속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자산시장이 성숙할수록 사모 자금 조달은 명확한 한계를 맞이하게 됩니다. 거래 자산 규모가 월등히 커지면서 사모 중심으로는 단일 기관의 가격·자금 조달 부담이 매우 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프라임 오피스인 광화문 SFC와 여의도 IFC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원활한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못하고 현재 중단된 상황입니다. SFC와 IFC의 매각 실패 사례는 단순한 가격 차이, 금리 이슈로만 해석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공모 리츠와 같은 자금 조달 수단이 활성화되지 않아, 수조 원 단위 프라임급 오피스 거래는 현금을 확보한 소수 기관 또는 외국계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자산의 크기만큼이나 자금의 유연성과 투자 기반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공모형 리츠의 확대는 단지 개인투자자의 참여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산 유동화 기반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구조 개편임을 SFC와 IFC는 이미 시장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