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작된 팬데믹과 그 영향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은 약 2년이 지난 2022년부터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 활동의 제약이 생기면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한 양적 완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풀린 이후 모든 사람들의 다음 시선은 인플레이션에 쏠려 있었습니다. 당시 전례 없는 통화량의 증가에 따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연 10%에 가깝게 급등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기준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할인율이 커지고, 현재로 끌어온 미래 이익이 줄어들면서 해당 섹터에 타격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리츠를 포함하는 부동산 섹터 또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과 배당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할인율의 상승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동시에 안전한 자산인 미국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아래와 같이 상대적 위험 자산인 부동산에 대한 요구수익률 또한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2022년을 지나 2023년 말까지 -0.1%로 유지되면서 지난 2013년 이후 채택된 아베노믹스의 초저금리 정책을 이어갔고, 2024년 3월이 되어서야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탈출하고 수익률곡선통제(YCC)를 폐지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리츠들에게 상대적으로 여러 수혜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먼저 다른 나라들의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진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일본 리츠의 주가도 외화 기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와 함께 금리가 상승하면서 타격을 입은 여타 국가의 투자 비중을 줄인 해외 투자자들 또한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일본의 비중을 늘리면서 우호적인 수급이 나타났습니다.


오피스 자산 매입을 위해 대출을 집행할 때 미국에서는 SOFR, 일본에서는 TIBOR이라는 단기 변동금리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기 변동금리의 흐름을 보면, 일본에서 2%대 중반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자산을 매입하더라도 조달금리가 유의미하게 낮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리츠가 매입해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할 수 있는 자산은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은행의 역할이 컸습니다. 일본은행은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채택하면서 경기 활성화에 사력을 다했고, 팬데믹 기간이 끝나가면서 경기 활성화와 물가 상승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2년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 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2024년 초에 들어서야 금리를 올리고 YCC를 폐지한 것이 그 예시입니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실물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본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TIBOR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리츠들이 자산 매입을 위해 활용하는 부채의 조달 비용을 높이고 리츠가 보유한 자산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과 배당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리츠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특히 0%대의 매우 낮은 금리의 수혜를 입고 있던 리츠에게 0.1~0.2%의 조달 금리 상승은 기존 이자비용 대비 10~20% 이상 추가적인 비용으로 이어져 리츠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가, 임금, 금리 등의 매크로 지표 변화는 일본인들에게도 매우 생소한 상황일 것입니다. 무려 30년 이상 성장이 없는 국가로 남아 있던 일본이 다시 한번 성장과 경제 활성화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츠들은 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소극적인 전략에 치중할지, 적극적으로 노후 자산을 매각하고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을 매입, 임차인과의 협상을 통한 임대료 증액으로 새로운 시대의 생존자가 될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