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츠 가운데 지난 5년여 동안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어디일까요.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를 기준으로 한다면 후보군은 2~3곳으로 추려집니다. 먼저 기록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이터센터 간판 리츠인 에퀴닉스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셀프스토리지나 라이프사이언스 리츠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답이 아닙니다. 바로 시니어하우징과 요양병원 등 소위 헬스케어 섹터에 속해, 올해 전체 미국 리츠 대장주에 등극한 ' 웰타워(Welltower)가 주인공입니다. 5년여 간 사실상 '독보적인 상승 종목'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웰타워는 미국 리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나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자, 혹은 헬스케어 부동산을 잘 아는 투자자라면 친숙합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겐 친숙하기보다 낯선 리츠에 가깝습니다. 이름부터 ‘타워’가 들어가니 통신탑이 아닐까란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빅(big) 3’ 리츠의 그늘에 가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타 리츠들이 업황이나 시황 등에 부침을 겪는 사이 강력한 방어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인수 및 자산 확장을 지속해왔는데요. 2020년 팬데믹과 2022년 고금리 이슈에 따른 단기 부침과 파고도 훌쩍 넘었습니다.

2025년 현재 웰타워가 부침을 겪고 있는 미국 리츠 시장에서 포지셔닝 하고 있는 존재감과 위상은 남다릅니다. 헬스케어 섹터의 자체의 낙관적 전망에 더해 계속되는 어닝서프라이즈 등 자체 비즈니스 경쟁력에서 다각도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가파른 주가상승 랠리를 펼친 웰타워는 계속해 홀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웰타워는 어떻게 미국 리츠 대장주의 자리에 올랐을까요. 그리고 어떤 강점이 있고, 투자자들에 어떤 매력을 어필했을까요. 주가가 급등했다면 변수도 그만큼 커지는게 아닐까요. 웰타워 스토리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①"글로벌 물류 공룡, '프롤로지스'도 한때 배당컷을 겪었습니다”
웰타워의 출발, 펀드를 모태로 '헬스케어 비즈니스' 선점과 고도화
웰타워는 55년여 전인 1970년에 처음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당시엔 지금의 이름과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초기엔 ‘헬스케어펀드(Health care fund)’로 리츠가 아닌 펀드로 운용됐습니다. 1985년 무렵에 ‘헬스케어리츠(Health care Reits)’로 변모했습니다. 과거의 상품 이름에서도 보이듯이 처음부터 정체성 자체가 헬스케어에 특화된 구조였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이 시니어하우징(노인주거), 요양병원 등 헬스케어 자산들의 뚜렷한 세분화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만큼 의료시설에 투자하는 정도의 리츠였습니다.
웰타워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는 벤타스 등 지금의 경쟁사들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때입니다(헬스케어리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목). 리츠로 전환할 즈음에 고령화 이슈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경쟁사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웰타워는 본격적으로 요양병원과 노인주거 등에 보다 특화된 투자와 운용 체계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의료시설의 경우에도 단순한 병원뿐 아니라 재활센터, 치매 시설 등으로 분화되었습니다. 시니어하우징 역시 규모를 차츰 키워가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를 밟습니다. 미국을 넘어 캐나다와 유럽으로 영토를 확장한 가운데 시니어 하우징과 의료시설을 결합하는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거와 의료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서비스가 시장의 호응을 받으며 급성장했습니다. 2015년 회사의 이름이 웰타워로 바뀌게 된 배경 역시 당시 흐름의 연장선입니다. 사명은 ‘Well-being(웰빙)’ 열풍이 거셀게 불기도 했죠. 여기에 지지대, 기둥을 의미하는 ‘Tower’가 결합돼 지어졌습니다.

웰타워의 강점 중 하나는 시대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혁신과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선제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본인들의 강점인 시니어하우징과 요양병원 등 다양한 헬스케어 자산과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노인 중심의 입주자 건강정보 등을 토대로 최적의 서비스를 찾아 투입했고, 리츠의 운용 측면에 있어서도 자원의 최적 효율화 작업을 거쳤습니다. 웰타워의 이러한 리츠 운용은 미국의 오래된 리츠 사이에서도 특별한 경쟁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55년의 역사를 지나며 이제 웰타워는 시가총액 1,100억 달러, 원화로 158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공룡으로 거듭났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통의 강자인 아메리칸타워, 프롤로지스의 규모를 모두 앞질렀습니다. 그야말로 꾸준하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지난 코로나 팬데믹, 엔데믹 이후 고금리 시장 상황 등의 대형 변수 속 5년여간 웰타워는 큰 위기 없이 모두 돌파해나갔습니다.
웰타워의 시가총액이 크게 확장된 기저엔 다른 리츠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공격적인 투자 전략 및 실행이 존재합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역시 캐나다에 소재한 최고급 시니어하우징 포트폴리오를 34억 달러에 인수했는데요. 자산은 고급 시니어 커뮤니티와 개발 예정 부지 등을 총망라합니다. 해당 자산 인수로 웰타워가 토론토와 밴쿠버 등 캐내다 핵심 도시 고소득층 시장을 선점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웰타워의 방식이 단순한 부동산 임대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오퍼레이터 등 다양한 사업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계속 창출하는 대목입니다.

빨라지는 고령화 시대, 수요 폭발 호재 올라탄 웰타워
가장 먼저 드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시니어 하우징과 의료 시설 부동산 임대란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이러한 성장이 가능할까?” 물론 아닙니다. 웰타워는 단순한 부동산 임대를 넘어 다양한 시니어 하우징 운영사, 의료서비스 회사 등과 위와 같은 방식을 통해 일종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다각적인 수익 창출을 일궈왔습니다. 이들과 공동투자를 단행하기도 하고, 직접 시니어 하우징을 운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리츠와 마찬가지로 개발 사업과 투자에도 적극적입니다(올 상반기에만 투자 규모 100억 달러 육박).

그리고 모든 리츠에도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전방산업’인 헬스케어 섹터의 비전도 리츠의 성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한 요인이었습니다. 웰타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고령화 추세는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매일 1만명씩의 베이비붐 세대가 65세를 넘기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캐나다, 영국 등 글로벌 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외부 요인이 웰타워의 수요를 크게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이는 현재 유지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호재로 예상됩니다.단적으로 현재 웰타워의 각종 수익과 재무 지표는 견조합니다(아래 세부 자료 참고).
리츠의 수익 지표의 핵심인 NOI(순영업이익)과 주당 FFO(경상적영업이익) 등의 지표는 우상향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올해 역시 순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리츠 수익의 원천인 임대율 지표 역시 견고합니다. 또 차입 규모의 적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커버리지 지표 역시 개선 추세입니다. 외형상 확장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차입 부담은 계속 개선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아래는 주요 매출액 추이와 사업부별 매출, 주요 파트너별 NOI 비중, 연령대별 헬스케어 지출액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츠 존재와 경쟁의 핵심인 배당은 어땠을까요. 웰타워는 설립 후 50년여 간 한 차례의 열외 없이 모두 배당금이 지급됐습니다. 안정성을 입증하는 사례인데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배당수익률이 상당히 낮은 1.7% 가량인 점인데요. 미국 리츠는 물론 일반적인 배당 종목들과 비교해도 배당률이 낮은 편입니다. 물론 이를 가파른 주가 수익률이 만회하고 있긴 하지만, 배당 측면에선 투자매력의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현 시점에서 웰타워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급성장과 급등한 주가에 따른 밸류에이션 적정성입니다. 주가가 크게 오른 지난해에도 이른바 주가 적정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역시 랠리를 이어가는 등 주가 흐름으로 이를 모두 불식시켰습니다. 달리 말하면 웰타워에 대한 시장의 가치와 기대는 무궁무진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고령화란 시대적 흐름과 미래 전망을 감안하면 여전히 웰타워의 미래는 밝다는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웰타워는 올해와 내년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