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오피스리츠는 최근까지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아왔습니다. 계획대로면 3월 31일에서 4월 1일까지 일반청약절차가 진행된 후 4월 17일 상장(매매 개시)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수요예측 이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크다 판단해 최종적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하였습니다. 23번째 K리츠의 출항이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운 부분도 있고, 역설적으로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필자는 크게 두 가지 포인트에서 이번 상장 철회 결정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불안정한 시장 상황입니다.
3월 이후 코스피, 코스닥 지수의 변동성은 커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상승장, 하락장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습니다. 중동사태로 인해 채권금리는 상승하며, 조달금리의 상승은 리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역시 시장의 위험요소 중 하나로 지목돼 왔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필자는 '23년의 데자뷔가 느껴졌습니다. 코로나19의 확장재정 및 '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였고 이는 곧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채권금리가 오른 것은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며, 추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추가 금리인상 역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오피스리츠가 가진 자체 투자 매력도를 짚어보겠습니다. 사실 주당 공모가(5,000원) 비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부동산 평가 방법 중 하나인 '비교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리츠 역시 주식 밸류에이션 평가 시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와 비교한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유효합니다.
부동산을 평가하는 방법 중 비교법(거래사례, 임대사례)이 있습니다. 비교법의 전제는 시장성이 풍부해야합니다. 시장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당해 물건과 유사한 용도여야 하며, 비교대상 물건이 인근 지역에 위치해야합니다. 리츠 역시 부동산을 투자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며, 주식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 비슷한 사업을 영위 중인 회사를 비교대상에 놓는다는 점에서 비교법이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내가 해당 리츠(자산)과 비교하고자 하는 리츠(자산)가 닮아있을수록 평가하기 수월해집니다.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의 양해각서 체결일은 '24년 1분기, 역삼 태광타워는 '24년 4분기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2년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하여 3.5%까지 올랐으며, '24년 3분기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즉, 하나오피스리츠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시기에 자산을 편입하였습니다.
'22년 하반기에서 '24년 상반기 자산을 편입(자금조달)한 리츠는 삼성FN리츠, 한화리츠입니다. 대신밸류리츠는 '25년에 자산을 편입하였지만, 상장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비교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24년 하반기 상장하였으나 투자대상과 구조, 용도가 상이하여 비교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삼성FN리츠, 한화리츠, 대신밸류리츠, 하나오피스리츠는 모두 금융사를 베이스로 한 리츠입니다. 삼성FN리츠와 한화리츠는 보험사를 중심으로 하며, 대신밸류리츠는 증권사가 중심인 금융지주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증권, 카드, 보험을 모두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입니다. 참고로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오피스리츠에 약 300억원 공동투자하였습니다. ▲하나생명 138억원 ▲하나자산신탁 25억원 ▲하나캐피탈 43억원 ▲하나저축은행 36억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27억원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은 투자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용도는 모두 오피스로 동일하지만, 이들은 상장시점 보유한 자산의 위치와 숫자도 조금씩 다릅니다. 한화리츠는 YBD와 수도권 일대에 5개 자산을, 삼성FN리츠는 GBD(대치동), CBD(순화동) 각각 1개씩, 대신밸류리츠는 CBD(명동) 1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였습니다.
삼성FN리츠와 한화리츠를 보겠습니다. 고금리 시기인 '23년 상반기 상장을 시도했으며, 주가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신규 자산 편입을 위한 유상증자 등을 겪었지만, 고금리 시기에 자산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고 이후 금리가 낮아지면서 리파이낸싱을 통해 조달비용을 낮추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대신밸류리츠는 상대적으로 늦게 편입하였습니다. 상장 시점으로 볼 때는 하나오피스리츠와 가장 가깝지만, 하나오피스리츠보다 자산편입, 자금조달 시점이 늦습니다. 상장 이후 여전히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선 삼성FN리츠와 한화리츠, 대신밸류리츠의 사례를 통해 보건대, 이번 하나오피스리츠의 상장 철회 조치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쟁이 언제쯤 마무리될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4월이 시작된 현 시점에도 전쟁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쟁 종료가 온전한 '팩트'는 아닙니다(상장을 철회한 3월 26일 직전까지는 장기전 가능성이 더욱 크기도 했죠).
물론 하나오피스리츠가 고금리 시기, 조기에 자산 편입 및 자금조달을 한 점은 리츠의 자산가치에 양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는 투자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이와 같은 전제조건이 시장에서 양호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기와 맞물려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자산 편입 및 자금조달 시점 대비 리파이낸싱 시점 금리가 낮아져야 리츠의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은 그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두번째는 외부 환경이 아닌, 자산에 대한 리스크입니다.
먼저, 공실리스크입니다.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사용중인 면적은 약 75%이며,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은 '30년 12월~'35년 12월까지 계약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외부 업체들의 임대차계약은 대부분 '27년 12월까지이며 1층 임차인인 국민은행은 '28년 5월까지입니다. 현실적으로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은 빠른 시일 내 공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태광타워의 임대율은 90%이며, 공실률은 약 10% 수준입니다. 현재 태광그룹의 계열사 및 헥토이노베이션, 헥토파이낸스, 시선인터내셔널, 블럭투리얼대부 등이 사용 중입니다. 이 중에서 올해 임대차 만기가 도래하는 곳은 시선인터내셔널(37%), 헥토파이낸스(14%), 헥토이노베이션(21%), 커피빈코리아(1%)입니다. 커피빈코리아는 1층 리테일 면적을 사용 중이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다른 층보다 새로운 임차인을 채우기 수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IR 자료에 따르면 태광타워는 임대차 만기 도래에 따라 임대조건을 재검토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 여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강남의 공실률이 2%대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임차인을 찾고 입주까지 마감해야 임대차 간의 lag이 짧아질 것입니다. 기존 임차인의 퇴거시점이 4월임을 감안할 때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NH올원리츠의 분당스퀘어 역시 위메이드 플레이가 퇴거함에 따라, 현재까지 공실상태로 남아있습니다. 당초 계약이 '25년 11월이었으며, 현재까지 임차인을 구하는 중입니다.
시선인터내셔널이 퇴거 전 신규 임차인을 확보했다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상장 후 공실이 발생한다면 공실 해소기간과 마케팅 비용 부담, 이자부담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 시엔 상장 철회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겐 다행스러운 대목입니다.
다른 리스크는 노후화입니다.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은 '94년 준공되었고, '15~'23년까지 환경개선공사 및 승강기 교체, 리모델링('19년 4월)을 진행하였습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준공 후 30년이 경과해 노후화가 진행 중이며, 누수, 균열 등이 발견되었고, 공조설비 등의 노후화가 진행되어 보완작업 및 교체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당장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할만한 하자는 아니지만 내구연한이 초과됨에 따라서 교체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은 테헤란로 일대 용적률 완화 및 리모델링 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되어 향후 연면적을 약 2,200평 늘릴 수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TDR(개발권이양제,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제도가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용적률을 사고파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만, 신규 투자자는 미사용된 용적률을 활용해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 가능합니다. 법적으로 사용가능하지만 미사용 중인 면적은 눈에 보이는 임대료를 창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의 가격에는 미래에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내포되기도 합니다. 코람코더원리츠의 하나증권빌딩과 비슷한 시나리오입니다. 만약 노후화에 대한 보완작업 및 교체 비용이 투입된 상황에서 리모델링이 진행된다면 이는 자본적 지출(CapEx)의 중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대내외적 시장 상황이 안정적으로 흘러간다면, 하나오피스리츠는 언제든지 상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 상황은 자연스레 해소되겠지만, 공실률과 노후화와 관련된 우려와 의구심은 AMC가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또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하나오피스리츠는 상장 마케팅 과정에서 IR을 통해 강남의 공실률은 2% 수준이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주요 임차인이 하나금융그룹이며, 전체리츠의 임차인 중 50% 가량이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들이 임차하고 있어서 튼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여전히 태광빌딩의 공실률은 10%수준이며, 주요 임차인들이 퇴거한다면 공실율은 더욱 상승할 전망입니다. 물론 강남의 임대차 수요를 감안할 때, 이 공실률은 언젠가는 해소될 전망이며 CBD의 오피스빌딩 공실해소보다는 빠를 것입니다.
대내외적인 시장 변수가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공실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비용은 주주들의 몫으로 바뀝니다. 주가 역시 하락하였을 것입니다.
대다수 투자자, 특히 정보 접근성이 낮은 개인투자자들이 임대차 계약의 만기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IR 발표회에서는 해당 내용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IR 자료만으로는 이를 인지하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IR 자료의 수치에 의문을 품고 투자설명서를 일일이 대조하며 꼼꼼히 크로스체킹하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쉽게 놓쳤을 대목입니다
하나오피스리츠의 '상장 철회'라는 결정은 시장 상황에 따른 대승적 결단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선뜻 공모에 참여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해소되지 않는 지점들도 많아 보인 점도 여운을 남겼습니다. 만약 하나오피스리츠가 향후 재도전에 나선다면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 보다 세심하고 면밀한 정보와 청사진 제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정한 주주 친화책과 주주 보호책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