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과 주가 부진의 괴리
리츠 애널리스트로서 최근 리츠 시장을 바라보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리츠들의 실적은 분명 견조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우량 오피스들은 여전히 0%대의 공실률을 유지하며 매달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자산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성적표는 사뭇 다릅니다. 코스피 강세 국면에서도 리츠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SK리츠, 신한알파리츠, 삼성FN리츠, 코람코더원리츠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내 리츠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인 5,000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시계와 주식의 시계는 다르게 흐른다
리츠는 흔히 부동산의 탈을 쓴 주식이라고 불립니다. 본질은 부동산이지만 거래는 주식 시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두 시장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흘러갑니다. 실물 자산의 가치는 수년에 걸쳐 천천히 반영되는 반면, 주식시장은 미래의 리스크를 선반영하며 가격이 움직입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조달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실제 실적보다 먼저 주가에 반영되면서 하방 압력이 커집니다.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 리츠 주가는 부동산의 가치보다 금리나 투자심리 같은 변수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국내 리츠 시장이 가진 수급 구조의 한계도 주가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리츠는 자산을 편입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나 신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그러나 이를 받아줄 투자 기반이 충분히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는 성장의 과정이 오히려 수급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주가 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됩니다.
흔들리는 주가보다 중요한 것은 자산의 가치
이처럼 중단기적으로 리츠 주가는 자산의 가치보다 시장의 심리와 수급, 금리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부동산 가치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관점의 이야기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시차와 변동성을 활용해 우량 리츠를 저렴한 가격에 매수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흔들리다 보면 오히려 손실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리츠를 바라봐야 할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주가가 아니라 자산의 본질적인 가치입니다.
시장의 감정이 과도하게 공포에 쏠릴 때일수록 우리는 리츠의 '숫자'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 상장 리츠의 평균 NAV는 1.0배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가가 보유 부동산을 모두 매각하고 부채를 상환한 뒤 남는 순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서울 주요 권역의 우량 오피스 지분을 실제 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한 과제, '신뢰의 기초공사'
물론 시장 정상화를 매크로 환경의 변화에만 기대기는 어렵습니다. 국내 리츠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국내 상장 리츠는 유상증자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소통이나 정보 제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제 AMC는 단순히 자산을 운용하는 역할을 넘어 자산 편입 전략과 배당 정책,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시장과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시와 투자보고서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투자자가 리츠의 성과와 자산 가치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리츠의 특성에 맞는 정보 제공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것이야 말로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수급과 금리 변화에 따라 주가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주요 권역의 우량 자산이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성공적인 운용 사례가 꾸준히 축적된다면 투자자의 신뢰 역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결국 리츠 시장의 경쟁력은 우량 자산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투자자의 신뢰라는 기초공사가 단단해야 자본이 모이고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내 리츠 시장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빌딩이 아니라, 더 단단한 신뢰의 기초공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