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
상장 폐지
화이트스톤 리츠
오스틴
후쿠오카
10년 이상 주식투자를 이어오면서 상장폐지를 두 번 겪었습니다. 첫 상장폐지 회사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회사 SNK였습니다. 당시 투자를 복기해 보면 특이한 점이 많은 기업이었습니다. 한국 시장에 상장된 일본 회사였지만 대주주는 중국계였고, 지난 2020년 6월에는 시가배당률이 20%에 육박하는 '폭탄 배당'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펀드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당한 셈이니 이른바 '긍정적인 의미'의 상장폐지였습니다
출처=화이트스톤리츠 홈페이지
최근 또 다른 상장폐지를 겪었습니다. 약 5년 이상 장기 보유해 왔던 미국의 '화이트스톤 리츠(Whitestone REIT)'입니다. 화이트스톤리츠는 미국 남부 선벨트 지역의 쇼핑센터 등 리테일 자산을 주로 보유한 회사로, 대표적인 월배당주인 리얼티인컴처럼 매달 배당을 준다는 점이 강점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연 8%에 육박하는 고배당금을 매월 꼬박꼬박 안겨주었지만, 팬데믹의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배당 삭감(배당컷)을 단행했습니다. 엔데믹 이후 배당 지급을 다시 재개했으나 안타깝게도 과거 전성기 수준의 배당금을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주식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코로나19 시절에 매수했습니다. 당시 주당 8~9달러 안팎의 매력적인 가격대에 진입했고, 매월 배당이 꼬박꼬박 지급된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결과론적으로 꽤 성공적인 투자였습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우량 리츠인 리얼티인컴 등과 비교해도 이 기간의 수익률은 오히려 화이트스톤 리츠가 더 나았습니다. 다만 중소형 리츠라는 태생적 한계와 특정 지역(선벨트)에 자산이 집중되어 있다는 리스크 때문에 선뜻 투자 비중을 크게 싣지는 못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고도 자산 배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투자하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들도 있었습니다. 첫째는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권 알박기였습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정점인 국가이고, 그만큼 주주의 권리가 강력하게 보호된다고 믿었기에 이 정도로 대주주가 사익을 취하며 버틸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도 아닌, 구조적으로 투명해야 할 리츠(REITs) 제도 아래에서 이런 지배구조(거버넌스) 리스크가 불거질 줄은 몰랐습니다.
화이트스톤 리츠의 전 CEO는 과도한 연봉을 책정해 회사의 이익을 편취하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불리한 포이즌 필(독약 조항)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들고일어나 소송전을 벌인 끝에 오너 일가를 해임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주식 시장도 거버넌스가 무너지면 주주가 얼마나 소외될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둘째는 미국 시장 특유의 활발한 리츠 M&A 흐름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대학생 기숙사 리츠인 '아메리칸 캠퍼스 커뮤니티(ACC)'가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통째로 인수되는 등 리츠 간, 혹은 기관과의 M&A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화이트스톤 리츠 역시 앞서 언급한 오너 리스크를 털어내고 지배구조가 개선되자마자 글로벌 사모펀드인 아레스 매니지먼트의 표적이 되어 통째로 피인수되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가파른 금리의 변동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2023년에 단행된 급격한 금리 인상은 리츠 투자자로서 예측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스톤 리츠에 투자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대표적인 월배당 종목인 리얼티인컴의 아쉬운 배당률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리얼티인컴의 배당률이 연 4%대 수준에 머물렀던 반면, 화이트스톤 리츠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연 8%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고배당률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월배당주이지만 배당 매력도가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둘째는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은 상업용 부동산이지만, 팬데믹이 끝나면 언젠가는 적절한 가치로 주가가 환원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에 있었습니다. 앞선 두 가지 조건을 보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배당 리츠는 많았지만 이 지역의 성장성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리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미국 남부 지역의 폭발적인 성장성이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이전하고 있던 텍사스 오스틴의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높은 세금과 살인적인 집값 등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남부로 떠났습니다. 미국 남부 지역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데다 저렴한 토지 공급까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공장이 새롭게 지어지거나 이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생산 근로자들만 이주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근로자들의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수많은 협력업체가 생태계를 이루며 함께 움직입니다. 가령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남부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면, 이후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을 제조하는 협력업체들이 줄지어 이전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출처 : 유튜브( 삼성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짓는다? 우리에겐 위기일까 기회일까ㅣ KBS 다큐인사이트 - 아메리칸팩토리 230427 방송)
문제는 미국 남부로 향하는 것이 비단 배터리 기업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동시에 대거 이전하였습니다. 실제 KBS 다큐 인사이트의 <아메리칸 팩토리 - 삼성 테일러 공장을 가다>를 보면, 텍사스 오스틴 인근의 집값이 순식간에 10억 원대로 급등하는 생생한 현장이 담겨 있습니다.

 

#리테일 수요가 리츠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에는 참 재미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공급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수요는 당장 눈앞에 닥친다는 점입니다. 이 수많은 공장들이 지어지는 과정 속에서도 공장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주택이나 숙박시설, 편의시설은 즉각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공장이 완공된 후에도 상주 근로자들을 위해 필요한 주택과 병원, 학교 등의 정주 여건이 요구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탄한 상권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제가 그 당시 주거용이 아닌 상업시설 리츠를 택했던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해당 지역만을 타깃으로 삼은 마땅한 주거용 리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더 근본적인 투자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공장을 짓고 있는 동안에는 건설 현장 근처의 원룸, 함바집, 식당 등이 철저히 건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초과 수요' 상태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공장이 완공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삼성전자 정규 근로자들이 직주근접을 찾아 유입됩니다. 이때 신입 사원들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선호하겠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직원들은 아파트를 매수하려 할 것입니다. 
즉, ‘주거’라는 본질적인 수요는 같을지라도 건설 노동자가 원했던 주거 서비스(원룸/투룸)와 정착 직원이 원하는 주거 형태(아파트)는 그 품질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변화하는 인구 특성에 맞춰 주거 자산의 형태를 유연하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상업시설은 조금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이 주로 찾던 함바집 자리는, 공장 완공 후 삼성전자 직원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으로 언제든 업종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미용실, 카페, 병원 등은 배후 인구의 성격이 바뀌더라도 근본적인 리테일 수요의 본질 자체가 변하지는 않습니다. 
화이트스톤 리츠는 미국 남부 성장 지역에 대한 상업 자산 비중이 가장 높았기에 자산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지금까지 이 회사를 인수하려 했던 기관들은 자산 가치를 염두에 두고 인수를 시도했던 것입니다.
 
#한국·대만·일본의 반도체 클러스터
텍사스 오스틴으로 대표되는 미국 남부 지역은 빅테크와 2차전지, 자동차 공장이 대거 들어서면서 부동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성공적인 복기를 끝냈다면, 그다음 단계로 현재 '제2의 오스틴'이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예정인 지역을 선제적으로 찾는 것이 투자자의 당연한 도리일 것입니다.
올 한 해가 절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에게 물어보아도, 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메가 트렌드 섹터는 단연 AI와 반도체일 것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반도체 섹터의 호황과 그에 따른 수혜가 비단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같은 제조사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주식 시장을 넘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낙수효과를 온전히 흡수하며 자산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부동산 입지들이 전 세계에 몇 군데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반도체 및 첨단 산업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입은 곳은 단연 경기 남부의 동탄, 판교, 용인 등지입니다. 특히 판교는 엄밀히 말해 반도체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게임사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영향까지 함께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도심(CBD), 여의도(YBD), 강남(GBD) 등 서울의 3대 전통 업무지구를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업무 권역으로 인정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받은 막대한 성과급은 자연스럽게 이들 경기 남부의 핵심 부동산으로 흘러들었습니다. 게다가 대기업 임직원이라는 탄탄한 본업의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니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속에서도 높은 신용 기반 대출이 가능했고, 사내 대출 복지까지 더해지면서 적극적인 매수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눈을 돌려볼 곳은 대만입니다. 대만 하면 단연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TSMC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TSMC의 성장은 대만 남부의 가오슝 일대 아파트 가격을 가파르게 끌어올렸습니다. 흔히 한국인들이 여행으로 주로 찾는 타오위안 공항이나 단수이, 지우펀, 진과스 등은 모두 북부 타이베이 권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반면 가오슝은 대만의 최남단에 위치한 제2의 도시입니다. 가오슝은 세계적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인 타이난과 맞붙어 있는데, 이 일대에 TSMC의 첨단 생산 공장들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주변 집값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곳은 일본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 매우 익숙한 큐슈섬의 후쿠오카 역시 최근 반도체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큐슈 지역에 글로벌 반도체 거점(구마모토 TSMC 공장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대도시인 후쿠오카의 공시지가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모치 해변 등이 조망되는 고급 주거 지역이나 도심의 신축 부동산은 몰려드는 수요로 인해 몸값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만과 일본은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철저히 서울 수도권 근교인 경기 남부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신도시를 개발하는 반면, 대만과 일본은 수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거점에서 이러한 거대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만의 가오슝은 대만 제2의 도시이지만 북부 타이베이 수도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최남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본의 후쿠오카 역시 제2의 도시(오사카)는 아니지만, 도쿄 수도권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남서쪽 거점 도시에 위치해 산업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후쿠오카 리츠

리츠는 소액으로도 우량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이에 따라 저는 리츠라는 훌륭한 창구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장 신설이나 AI 섹터의 거대한 호재 수혜를 직접적으로 입을 지역에 선제 투자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우선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신한알파리츠, 삼성FN리츠, NH올원리츠 등이 핵심 요충지인 판교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명확한 한계점이 존재했습니다. 리츠 포트폴리오의 극히 일부분만을 판교 자산에 노출시키고 있다 보니, 실제 반도체나 AI 업황 호조로 인한 낙수효과가 리츠 전체의 수익률에 어느 정도나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신한알파리츠는 지난 2018년 '그레이츠 판교(구 알파돔시티 6-4블록)'에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현재 상당한 미실현 이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신한알파리츠는 이 자산재평가를 통해 얻은 미실현 이익을 LTV(담보인정비율) 관리에 활용하는 등 영리하게 대처해 왔습니다. 그레이츠 판교는 신한알파리츠가 보유한 가장 비중이 큰 핵심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츠 회사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자산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다른 자산의 보유 비중이 커졌고, 리츠 자체의 덩치가 아직은 그리 크지 않다 보니 판교의 호재 외에 다른 매크로 요소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NH올원리츠의 경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광주 진출 수혜를 기대해 볼 법도 하지만, 리츠가 보유한 자산과 광주첨단지구가 근접한 것은 아니며, 과연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매우 좁습니다. 대기업 공장 유치나 산업 붐에 따른 부동산 수혜는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보다, 차라리 동탄역 근처에 실물 아파트를 선점해 장기 보유했던 실물 부동산 투자자가 승리자였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대만에도 리츠 시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제로  '국태1호(Cathay No.1)'나 '푸본1호(Fubon No.1)'등 대형 금융그룹 계열의 리츠들이 시장에 상장되어 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리츠는 자산 배분 관점에서 안정적인 고배당 상품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대만 금융시장에는 리츠보다 훨씬 높은 배당률을 자랑하는 고배당 ETF들이 막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대만에 우량 리츠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타이베이 중심가의 알짜 건물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리츠를 선택할 만한 메리트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TSMC의 낙수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타이베이가 아닌 남부의 가오슝이나 타이난 지역에 투자해야 마땅하지만,  국태나 푸본 등 기존 대만 리츠들은 대부분 자산이 북부 타이베이에만 절대적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재 대만 시장에서는 우리가 주목하는 가오슝이나 타이난 지역에 기관이 리츠 상품으로 묶어 운용할 만한 대형 오피스나 현대적인 상업시설 등 리테일 자산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출처 = 후쿠오카리츠 ir, 후쿠오카리츠 포트폴리오맵
마지막으로 눈을 돌린 곳은 일본의 후쿠오카였습니다. 앞서 화이트스톤 리츠(WSR)가 미국의 성장 지역인 남부 선벨트에 집중 투자했던 것처럼, 일본 증시에도 특이하게 후쿠오카 지역 자산에 집중하는 '후쿠오카 리츠 투자법인(Fukuoka REIT)'이 존재합니다. 이 리츠는 리테일, 오피스, 물류센터, 호텔 등의 포트폴리오로 구성되어 있어 지역 특화형 상품으로서 매력적인 외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후쿠오카의 눈부신 성장세와는 달리, 이 리츠의 주가는 지루한 횡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일본의 금리 인상 기조,  시장 성장에 비해 다소 더디게 진행되는 임대료 인상(Rent Growth) 구조, 그리고 여타 상품 대비 다소 아쉬운 배당수익률 등 당사만의 구조적인 약점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후쿠오카 리츠가 저에게 또 다른 대박을 안겨주었던 '제2의 화이트스톤 리츠'가 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따져보았지만, 저의 최종 결론은 '아니다'였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진입 시점의 매력도 차이입니다. 제가 화이트스톤 리츠에 진입했을 때는 팬데믹 쇼크로 인해 대면(컨택트) 업종과 리테일, 호텔 리츠들이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던 '초저평가' 시기였습니다. 반면 지금의 후쿠오카는 이미 호재가 상당 부분 선반영되어 있어 그때만 한 가격 메리트가 없습니다.
둘째는 규모와 엑시트(Exit)의 관점입니다. 화이트스톤 리츠는 덩치가 작은 중소형 리츠였기에 글로벌 거대 사모펀드가 자산 가치를 탐내며 통째로 인수해 상장폐지시키는, 주주로서 가장 이상적인 엑시트 시나리오가 가능했습니다. 반면 일본의 상징적인 지역 거점 리츠가 해외 자본에 통째로 피인수되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규모나 시장 정서상 어렵습니다.
셋째는 금융 환경의 차이입니다. 일본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역사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통화 정책의 변화 속에서도 엔화 가치는 여전히 약세 흐름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달러처럼 안전자산으로서의 환차익 매력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마지막 넷째는 기회비용과 리스크 대비 보상의 문제입니다. 일본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임차인들이 임대료 인상을 비교적 순순히 수용하면서 자산 가치가 자연스럽게 우상향하는 '도쿄 주요 3구'의 핵심 오피스 리츠들이 존재합니다. 이 우량한 대체재를 두고, 굳이 금리 인상 위험과 수도권 원거리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후쿠오카 리츠를 선택할 만큼의 충분한 보상(배당률 및 자본 이득)이 주어질까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후쿠오카 지역의 급격한 공시지가 상승은 리츠가 보유한 자산의 미실현 이익을 높여줍니다. 앞서 신한알파리츠의 그레이츠판교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신규 대출을 일으켜 또 다른 우량 자산을 매입하거나 대출 금리를 유리하게 방어할 수 있으며, 향후 자산 매각 시 막대한 매각 차익을 실현해 주주들에게 특별배당금을 지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화이트스톤 리츠' 같은 드라마틱한 상장폐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엔, 현재 일본 시장과 후쿠오카 리츠를 감안할 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고양

김고양

개인투자자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 "야, 너두 건물주 될 수 있어"라는 모토로, 어려운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I)NTP #지적호기심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