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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지금은 주말이면 가족과 쇼핑객으로 붐비는 익숙한 공간이지만, 과거 프리미엄 아울렛은 해외여행을 가야 만나볼 수 있는 곳에 가까웠습니다. 해외 명품과 패션 브랜드가 한곳에 모여 있는 대규모 아울렛이 국내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7년입니다. 여주에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프리미엄 아울렛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울렛의 이름을 자세히 보면 조금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운영회사 이름은 신세계사이먼입니다.
신세계그룹과 미국 최대 리테일 리츠 가운데 하나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이 합작해 만든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울렛 입구에서도 ‘SHINSEGAE SIMON’이라는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죠. 이제 아울렛에 가시면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SIMON’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실 겁니다.
자료=신세계사이먼 공식 홈페이지
우리가 주말마다 찾는 쇼핑 공간에도 글로벌 리츠가 들어와 있는 셈입니다. 생각보다 리츠는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습니다.
 
Brick-and-Mortar Is Dead

지난 10여 년 동안 리테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매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팬데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쇼핑몰은 문을 닫았고 소비는 온라인으로 이동했습니다.
반대로 온라인 소비를 담아내는 물류센터의 가치는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한때 영국에서는 물류센터의 부동산 가치가 도심 오피스를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Brick-and-Mortar is dead.”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끝났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은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오프라인 쇼핑몰을 모두 포기하는 대신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쇼핑몰과 비핵심 자산을 떼어내고, 사람들이 계속 찾아올 만한 대형 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울렛에 집중했습니다.
사이먼의 판단은 단순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도 소비자가 찾아갈 만큼 좋은 위치와 브랜드, 체험 요소를 갖춘 쇼핑몰은 살아남을 수 있다. 반대로 방문할 이유가 부족한 쇼핑몰은 온라인과의 경쟁 이전에 다른 오프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먼저 도태될 것이다.”
그 판단은 현재 유럽 리테일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이 일제히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프라임 자산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 

영국 리츠 Landsec이 보여주는 자료는 꽤 인상적입니다.
 자료=2025년 Landsec 상반기 보고서 
영국 전체 쇼핑 목적지 가운데 상위 1%가 전체 오프라인 비식품 소비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하위 90%의 쇼핑 목적지를 모두 합친 소비액조차 상위 1%보다 작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쇼핑몰 1,000개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상위 10곳에서 발생하는 소비가 하위 900곳에서 발생하는 소비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오프라인 소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극소수의 좋은 쇼핑 장소로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Landsec은 이런 상위 쇼핑 목적지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주요 리테일 자산의 방문객과 입점업체 매출은 영국 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점유율도 약 98%에 이릅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 역시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옷을 구입해본 분이라면 반품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아실 겁니다. 무료 반품이 당연하던 시절과 달리 물류비용이 높아지면서 영국에서는 온라인 반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습니다.
반면 매장에 직접 가져가면 무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찾는 Click & Collect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결국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도 쇼핑몰을 찾습니다. 반품하러 갔다가 커피를 마시고, 다른 매장을 둘러보고, 저녁까지 먹고 돌아옵니다.
매장은 온라인의 경쟁자가 아니라 온라인 소비를 완성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좋은 쇼핑몰을 가진 리츠

이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럽 리츠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의 클레피에르(Klépierre)입니다.
클레피에르는 파리, 밀라노, 마드리드, 로마, 코펜하겐 등 유럽 주요 대도시에서 약 70개의 대형 쇼핑센터를 운영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클레피에르의 최대주주 역시 앞서 등장했던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입니다. 사이먼은 클레피에르 지분 약 2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프라임 쇼핑몰에 집중해온 사이먼의 전략이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자료=클레피에르 뉴스룸 (좌: Val d'Europe, Serris, France / 우: Créteil Soleil, Créteil, France)
최근 클레피에르 쇼핑몰의 입점업체 매출과 임대료는 모두 성장하고 있고, 점유율도 97%를 넘습니다. 그런데 클레피에르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지금의 쇼핑몰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더 잘 보입니다.
파리 동부의 발드유럽(Val d’Europe)에는 2025년 4월 약 1만 4,000㎡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 ‘이마지파크’가 문을 열었습니다. 카트 레이싱, 볼링, 아케이드 게임, 노래방과 피트니스 시설을 한 공간에 구성했습니다. 기존의 대형 수족관과 결합해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쇼핑몰을 단순한 구매 공간이 아니라 하루를 보내는 여가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자료=Imagi Park 공식 홈페이지
쇼핑몰 안에 굳이 ‘쇼핑이 아닌 것’을 계속 집어넣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을 오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행 중 만나는 Westfield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Westfield라는 이름이 붙은 대형 쇼핑몰을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런던의 Westfield London, 파리의 Westfield Les 4 Temps처럼 도시를 대표하는 대형 쇼핑몰들이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Westfield를 보유한 회사가 프랑스 상장 부동산회사 Unibail-Rodamco-Westfield, URW입니다. URW는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수십 개의 대형 쇼핑센터를 운영하며 연간 수억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읍니다.
URW 역시 단순히 매장을 채우는 데 집중하지 않습니다. 대형 자라와 나이키 같은 플래그십 매장을 유치하고 영화관과 체험시설, 레스토랑을 늘립니다. 동시에 쇼핑몰 내부의 대형 디지털 스크린과 방문객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사업도 합니다.
쇼핑몰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임대료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쇼핑몰의 비즈니스 모델이 ‘공간을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을 모으고 그 트래픽을 수익화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은 진화 중

이런 변화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 쇼핑몰은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좋은 쇼핑몰은 다릅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고 반품합니다.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합니다. 아이와 놀이시설을 이용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더 좋은 브랜드가 입점하려 하고, 더 좋은 브랜드가 들어올수록 다시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사람이 더 몰리는 구조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납니다. 사람이 줄어든 쇼핑몰에서는 브랜드가 빠져나가고, 브랜드가 빠져나가면서 방문객이 더욱 줄어듭니다.
온라인 쇼핑은 모든 오프라인 쇼핑몰을 죽인 것이 아니라, 좋은 쇼핑몰과 그렇지 않은 쇼핑몰의 격차를 크게 벌려놓았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

여기에 한 가지 변화가 더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리테일 부동산에 대한 전망이 워낙 부정적이었던 탓에 새로운 쇼핑몰 공급이 크게 줄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 유통기업 구조조정, 팬데믹의 락다운, 금리 상승까지 이어지는 동안 누가 새로운 쇼핑몰을 짓고 싶었을까요. 그 사이 경쟁력이 없는 쇼핑몰은 문을 닫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됐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을 견뎌낸 좋은 쇼핑몰만 남았습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오고 브랜드들이 좋은 매장을 찾기 시작했는데, 새롭게 공급되는 프라임 쇼핑몰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수요는 좋은 쇼핑몰로 몰리는데 공급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과거 모두가 리테일의 몰락을 걱정했던 시간이 역설적으로 지금의 좋은 리테일 자산에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의 성장과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견뎌낸 ‘생존자 리테일’이 이제 남은 시장의 과실을 향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이 죽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죽은 것은 소비자가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는 오프라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쇼핑몰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을 넘어 쇼핑과 외식, 여가와 물류, 광고까지 담아내는 도시의 소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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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와 투자자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