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
리츠회계
공정가치모형
FFO
감액배당
K리츠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비용접근법(원가법), 시장접근법(거래사례비교법), 수익접근법(수익환원법)의 3가지로 구성됩니다.
먼저,  비용법은 해당 부동산을 다시 짓는 데 얼마가 드는지를 기반으로 가치를 산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혹은 그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풀옵션 마티즈에 수천만 원짜리 하이엔드 오디오를 장착하고 내외관을 24K 금으로 도배하더라도 마티즈는 어디까지나 마티즈입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북 봉화군 논밭 한가운데에 잠실롯데월드타워를 그대로 지어 올린다고 해도, 그 건물의 경제성이나 시장에서의 매각 가능 여부는 전혀 다른 이치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비교법은 평가 대상과 유사한 물건의 거래 사례를 바탕으로 자산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층수와 평형대가 비슷한 철수네 집이 7억 원에 거래되었다면, 우리 집도 7억 원쯤 될 것이라 유추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우리 집이 대단지가 아니라 세대수가 적은 '나홀로 아파트'라면 가치 평가의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즉, 비교법은 유사 사례가 적을수록 정확도가 낮아집니다. 시장 상승기처럼 거래량이 많을 때는 정확도가 높아지지만, 거래량이 급감하는 침체기에는 오래전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하므로 시차로 인한 오차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마지막은 수익법입니다. 해당 물건을 임대했을 때 임대 기간 동안 얼마의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통해 자산 가치를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상가 건물에 투자했을 때 연 3,000만 원의 임대 수익이 발생한다면, 주식이나 채권 등의 수익률과 비교해 이 자산이 최소 수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역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도 한계가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아웃도어 고별전'처럼 단기 임차인이 일시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치르고 있거나, 반대로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 주는 '렌트프리' 계약이 숨어 있어 겉보기 임대료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면 왜곡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츠는 어떻게 가치를 매길까

부동산은 위와 같이 가치를 평가하지만, 리츠(REITs)는 이들과 조금 다른 평가 방식을 택합니다. 리츠의 평가 방식을 재무/회계기준(IFRS) 관점으로 볼지, 혹은 투자자의 가치 평가 관점에서 볼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데, 여기서는 재무회계적 방식에 국한지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앞서 살펴본 부동산 평가 3방식에 따라 자산 가치를 매겼다면, 이제 이를 리츠의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부동산은 보통 '취득-보유-매각'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때 취득 시점의 원가를 그대로 유지하다가 매각하는 단계에서 한 번에 차익을 반영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보유하는 단계에서 매년 자산 재평가를 통해 시세 변동과 차익을 장부에 선반영하는 게 나을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즉, 부동산 자산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변화를 장부상에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자료=SK리츠 IR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부동산은 보유 목적(계정 과목)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모형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1. 공정가치모형(투자부동산), 2. 자산재평가모형(유형자산), 3. 원가모형(투자부동산 및 유형자산)입니다.

 하지만 리츠가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자산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1. 공정가치모형과 3. 원가모형 두 가지뿐입니다. 리츠가 직접 사용하는 본사 사옥이나 영업용 건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2. 자산재평가모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두 모형의 가장 큰 차이는 감가상각과 시가 반영 여부입니다. 공정가치모형은 자산의 시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신 감가상각을 적용하지 않으며, 시가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을 해당 기간(분기, 반기, 연간)의 당기순이익에 즉시 반영합니다. 반면, 원가모형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매년 감가상각을 반영하지만, 시가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은 반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내 리츠들은 주로 '원가모형'을 채택해 왔습니다. 다만, 담보대출을 받거나 자산을 추가 매입하는 등의 현업 실무에서는 감정평가를 거쳐 상승한 자산 가치만큼 대출을 더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자산의 가치를 다시 평가(재평가)해 활용한 셈이지만, 장부상으로는 여전히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회계 기준인 '자산재평가모형'과는 엄연히 구분됩니다.
리츠에 공정가치모형을 적용할 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장부상 부동산 평가이익이 당기순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원래 리츠가 법인세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리츠가 5,000억 원에 매입한 빌딩이 감정평가를 거쳐 6,000억 원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실제 리츠에 유입된 현금은 기존 임대료뿐인데, 장부상으로만 늘어난 미실현 이익(1,000억 원) 때문에 억지로 빚을 내서 배당을 주거나 법인세를 내야 하는 모순이 생기는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법인세법 시행령* 및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공정가치 평가손익은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공정가치로 인해 생긴 미실현 평가이익은 배당하지 않아도 되는 이익으로 법적 인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장부상 당기순이익은 늘어나더라도, 실제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금은 장부상 수치가 아닌 원래 벌어들이던 임대료 현금을 기준으로 안정적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 법인세법 시행령 제86조의2(소득공제) 등 관련 시행령 개정
** 부동산투자회사법 제28조(이익의 배당) 제1항 개정
 
공정가치모형 전환의 명암

자료=한화리츠 IR
SK리츠나 한화리츠와 같은 대기업 스폰서 리츠들이 공정가치모형으로 갈아타는 주된 이유는, 현재 주가가 보유 자산 가치에 비해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공정가치모형을 도입하면 매년 수백억 원씩 차감되던 장부상 감가상각비가 회계상 사라지게 됩니다. 비용이 소멸하므로 손익계산서에는 당기순이익이 대폭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또한 실제 자산들의 가치가 과거 매입가에 묶여있지 않고 현재 시세대로 즉시 반영됩니다. 이로 인해 주당 순자산가치(NAV)가 현실화되면서 주가가 장부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저평가(P/NAV 1배 미만) 현상’을 해소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FFO 같은 실질 현금 지표보다 전통적인 PER, PBR이나 당기순이익을 위주로 리츠를 평가하는 경향이 강한데, 공정가치로 전환하는 순간 장부상 당기순이익이 폭증하는 시각적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가치모형을 사용하게 되면 리츠의 핵심 평가 지표인 FFO 공식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FFO(Funds From Operations, 운영수익)는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에서 '실제 현금이 얼마나 유입되는지(실질 현금창출능력)'를 보기 위해 고안된 지표입니다. 원래는 [당기순이익 + 감가상각비 - 부동산처분이익]의 구조로 산출합니다.
문제는 투자부동산에 공정가치모형을 적용하는 순간, FFO를 계산하는 출발점인 당기순이익 자체가 왜곡된다는 점입니다. 매년 시세를 새로 반영하기 때문에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가산하는 과정이 무의미해지며, 단지 주변 지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미실현 부동산 평가이익이 당기순이익에 섞여 들어갑니다. 즉, 실질 현금 유입과 상관없는 평가손익이 순이익을 교란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기순이익에서 부동산 평가이익을 차감하고 필수 자본지출을 조정한 수정 운영수익(AFFO, Adjusted FFO) 지표[FFO-부동산평가이익-필수 자본지출(CapEx)]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 평가하게 됩니다.
 
감액배당이라는 카드

한편, 이와 같은 공정가치모형은 리츠의 '감액배당' 전략과도 연결됩니다.
보통 일반적인 배당은 회사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며 남긴 순수한 이익(이익잉여금)을 주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주주는 이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반면 감액배당은 회사가 새로 창출한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미리 쌓아두었던 자본준비금을 감액하여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구조적으로는 주주가 투자한 원금의 일부를 환급받는 성격이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됩니다.
리츠가 공정가치모형으로 전환하면 이러한 감액배당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커집니다. 앞서 언급한 법령 개정으로 인해 공정가치 평가로 오른 미실현이익은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됩니다. 그 결과 장부상 당기순이익은 수천억 원에 달하더라도, 법적으로 배당할 수 있는 '회계상 배당가능이익'은 줄어들거나 거의 남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과거 원가모형 시절에는 매년 감가상각비를 반영했기 때문에 장부상 이익이 적게 잡히더라도, 실제 회사 내부에는 감가상각비만큼의 현금이 유보되어 쌓여 있었습니다. 리츠는 이 누적된 자본준비금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공정가치모형으로 바꾸는 순간 더 이상 감가상각을 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감가상각비 유보 현금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결국 리츠 입장에서는 기존 원가모형 시절 쌓아둔 현금은 여전히 회계장부에 유보되어 있는데, 공정가치 전환으로 인해 법적인 '일반 배당가능이익'은 막혀버리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현금은 있는데 일반 배당을 줄 수 없게 되자, 회사는 유보된 현금을 주주에게 전달하기 위해 과거에 적립된 자본준비금을 헐어 감액배당 형태로 지급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과세 배당금을 챙길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론적으로 감액배당을 매년 지속하다 보면 회계상 자본(자본준비금 등)이 점차 감소하여 장부상 자본총계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흔히 제약·바이오 업종처럼 꾸준한 연구개발비 지출로 '돈을 못 벌어서' 발생하는 자본잠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실질 자산은 멀쩡하지만 장부상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자본이 감소하는 현상입니다.
상법에 따르면 일반적인 회사들은 부실화를 막기 위해 현금 배당을 줄 때마다 배당금의 10% 이상을 '이익준비금'으로 의무 적립해야 합니다. 자본이 과도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부에 쌓아둔 자본준비금을 꺼내 감액배당을 주려고 할 때도 까다로운 법적 제한을 적용받습니다.
반면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의무 배당해야 하는 대신 상법에 따른 이익준비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일반회사와 리츠는 감액배당이 다릅니다. 일반회사는 이익이 나더라도 장부에 의무적으로 이익준비금을 묶어두어야 하므로 자본준비금을 활용해 감액배당을 실행하기가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리츠는 이익준비금 적립 의무가 없습니다. 장부에 돈을 강제로 묶어둘 필요가 없다 보니, 과거 원가모형 시절 감가상각비 등으로 내부 자본준비금에 쌓여있던 현금을 제약 없이 주주들에게 비과세 배당금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리츠가 일반회사보다 감액배당을 구조적으로 활용하기 훨씬 유리한 환경인 셈입니다.
 
그림자: 세금과 착시 효과

감액배당은 배당소득세가 없다는 점만 보면 무조건 유리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취득원가가 낮아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반 소액주주들은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므로 타격이 없지만, 법인과 대주주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들은 주식을 매각할 때 이익이 남으면 세금(법인세나 양도소득세)을 내야 하는데, 감액배당으로 인해 장부상 취득원가가 낮아진 만큼 나중에 내야 할 세금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가령 1만 원짜리 주식이 500원의 감액배당을 실시하면 장부상 취득원가는 9,500원이 됩니다. 이후 주가가 12,000원으로 상승했을 때, 원래 원가 기준(1만 원)이라면 2,000원의 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이 계산되지만, 감액배당 기준(9,500원)을 적용하면 2,500원의 이익에 대해 세금이 매겨집니다. 매년 감액배당을 받아 장부상 원가가 하락하면, 향후 지분을 매각하거나 펀드를 청산할 때 서류상 양도차익이 그만큼 더 크게 잡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사정도 얽혀있습니다. 연기금은 투자자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감액배당을 받으면 장부상 투자원금이 감소해 자산 가치가 깎여 나가는 것처럼 기록되므로 번거로운 장부 조정을 거쳐야 합니다. 스폰서리츠 지분을 쥐고 있는 대기업 대주주들 역시 추후 발생할 양도세 부담과 이러한 자산 감소 착시 때문에 감액배당 지급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됩니다. SK리츠나 한화리츠 같은 대기업 스폰서리츠들은 적극적으로 공정가치모형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이 모형과 연결되는 감액배당은 대주주 본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기업 리츠들은 나중에 발생할 세금 문제보다, 당장의 고금리 환경 방어와 신용등급 유지를 통한 조달비용 절감이 더 시급했기에 우선 공정가치모형 전환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가치모형 도입과 실질적인 감액배당 지급은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대기업 리츠는 공정가치 전환으로 생기는 장부상 미실현 평가이익은 배당하지 않은 채 묶어두고, 실제로 유입되는 임대료 현금 흐름만을 재원으로 일반 배당을 지급하며 대주주의 리스크를 피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공정가치모형으로의 전환은 리츠의 '체질'이 바뀐 것이 아니라 장부상의 '분칠'이 바뀐 것에 가깝습니다. 대기업 리츠들은 자산 저평가를 해소하고 조달 금리를 방어하기 위해 이 방식을 택했지만,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소액주주들이 기대하는 비과세 감액배당으로 이어지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 리츠를 평가할 때는 겉으로 폭증한 당기순이익에 착시되지 말고, 자산 평가이익을 걷어낸 실질 현금창출능력(AFFO)과 실제 유입되는 임대료 기반의 일반 배당금을 꼼꼼히 따져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김고양

김고양

개인투자자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 "야, 너두 건물주 될 수 있어"라는 모토로, 어려운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I)NTP #지적호기심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