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미국 대도시 오피스 시장의 신화

팬데믹 이전의 기업들, 특히 테크 기업들은 오피스의 고급화에 힘쓰며 더 좋은 오피스 환경을 구축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데 가장 큰 힘을 쏟았습니다. 지금도 낡은 오피스와 달리 새로 지은 오피스들은 임차인을 찾는데 유리합니다. 저자가 직접 참여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볼 때 약 40% 정도의 직원들이 앞으로도 재택근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다만 저자는 출퇴근 의무에서 벗어난 직원들의 생산성이 모든 직무에서 높아진 것은 아니며 중요한 일들은 앞으로도 대면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미래쇼크>라는 책에서 미래에는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한 엘빈 토플러의 예측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물론, 미래에는 재택근무가 대세일 것이라고 예측한 엘빈 토플러도 책 속에 다음과 같은 면피성 문구를 하나 남겨 놓았긴 합니다.
"연구자, 경제학자, 정책입안자, 조직설계자 등 고도의 정신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동료와 함께하는 밀도 높은 접촉 그리고 혼자 일 할 시간,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CEO 들은 재택근무 때 직원의 생산성이 20퍼센트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기술 수준이 낮은 직종에서는 특히 문제가 컸다. 생산성 감소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심했는데 이는 인터넷으로 많은 직원을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세상이 점점 더 부유해지면서 일은 임금보다는 즐거움이 중요해졌다. 이미 재택근무를 할 역량이 있었던 운 좋은 지식노동자들은 힘들고 단조로운 일에는 거의 종사하지 않는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미 기업들은 업무 공간을 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즐겁기까지 한 곳으로 만들어 인재 유치 경쟁을 벌였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도 기술력이 허용하는 최대한으로 말이다.”

저자는 앞으로의 창업에 대해서도 예측을 했는데요. 굳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북적북적한 대도시에서 창업할 필요없이 텍사스의 오스틴이나 자연이 아름다운 콜로라도의 볼더, 그리고 치열한 기업가 정신이 불을 뿜는 캔자스시티 같은 곳에서 창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분산된 대도시의 수요로 고층 건물 임대료가 무너지면서 부동산 소유주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다른 용도로 바꿀 것이고 사무실 공간이 저렴해지면 도시 바깥으로 밀려났던 회사들이 다시 도시로 들어오려는 현상도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로 인해 팬데믹 이전에는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금융업들이 도시를 장악했지만 임대료가 내려가면 더욱 다양한 기업들이 도시로 돌아올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그러한 다양성이 도시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도시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도심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고 지금의 혼란기가 지나면 다시 사람들은 예전처럼 대면으로 일하는 것을 더 원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예측이 맞을지 틀릴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명백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피스의 미래를 막연하게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연구 조사에 의거해서 논리적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점에서 SPI 독자들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한편 저자는 최근 뉴욕타임즈에 기고를 하면서 뉴욕이 지금까지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놀이터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뉴욕 오피스 시장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오피스의 위기가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SL그린이나 보네이도와 같은 뉴욕을 대표하는 오피스 리츠들도 최근 카지노와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뉴욕의 반전을 꾀하고 있죠. 저자의 예측대로 어쩌면 팬데믹으로 인한 도시의 몰락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