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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닥 안 보이는 미국 오피스 리츠

2023.06.26 08:56:08

편집 고병기

미국
오피스
리츠
코로나
재택근무
 
필자는 작년 11월 '경기둔화의 그림자와 글로벌 리츠 시장의 약한 고리'라는 글을 통해 향후 미국 오피스 리츠의 펀더멘탈 악화를 우려했습니다.
경기둔화의 그림자와 글로벌 리츠 시장의 약한 고리
Orion Office REIT는 분할 상장 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여 과매도에 따른 저평가 의견도 있었는데 기존 앵커 임차인과의 재계약에서 컨세션(인테리어 비용 및 렌트 프리)이 대폭 증가하고 임대료 역시 하락하며 주가 하락이 정당화되었습니다. Orion Office REIT가 가장 약한 고리로서 어려워지고 있는 오피스 시장상황을 먼저 보여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총 21개의 오피스 리츠가 상장되어 있습니다. 다수의 리츠가 상장되어 있는 만큼 자산의 위치나 전략도 다변화되어 있어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보기 좋습니다. 그럼 최근 주가 동향 및 분기 실적을 정리하며 기존의 우려가 기우였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오피스 섹터 주가 동향


2022년 미국 리츠 하위 섹터 수익률(%)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오피스 섹터의 주가 동향은 역시나 매우 저조합니다. 작년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대부분 금융자산들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는데 오피스 섹터의 하락률은 36%로 미국 리츠 12개 하위 섹터 중에서도 가장 부진하였습니다.
보통의 주식시장 환경에서는 매년 수익률 최상위 자산과 최하위 자산의 순위가 변하는데 오피스 섹터는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16% 하락하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부진한 섹터입니다.
2023년 미국 리츠 섹터별 YTD 수익률 (%)

 

 

오피스 리츠 섹터의 악재


현재 미국 오피스 섹터 펀더멘탈에 가장 큰 악재는 재택근무로 인한 오피스 수요 저하입니다. 
자료=Kastle Systems
Kastle Systems의 데이터에 따르면 오피스 사용률은 저점 대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속도가 매우 더디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기고글에서 인용했던 수치가 47.6%였고 최근 데이터는 50.3%입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종료가 공식적으로 선언되어 구글, 아마존 등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회사복귀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당시 선별적, 그리고 일시적인 재택근무에 그쳤던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재택근무가 지속되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자 현재 많은 기업에서 주 3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낮은 오피스 사용률에 따른 수요 저하입니다. 구글에서는 올해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서니베일에 있는 사무실에 핫데스크 모델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기존의 개인 책상을 없애고 출근한 사람들이 그때 그때 공용 책상에 앉아서 근무하는 형식입니다. 아울러 사무공간 다운사이징에 따른 비용 절감을 언급하였습니다. 구글은 원격근무 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대비 더 선도적인 경향이 있어 구글의 이러한 핫데스크 모델의 확산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이슈입니다. 그러나 핫데스크 다운사이징 모델은 분명히 수요를 장기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는 악재입니다. 
 
 

오피스 서브리스 물량 증가


자료=CBRE Econometric Advisors, Q1 2023
자료=CBRE Econometric Advisors, 2023 1분기
지난 수년 간 오피스 신규 수요를 견인했던 테크 기업들은 이제 반대로 오피스 시장의 부담 요인입니다. CBRE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오피스 서브리스 물량은 최근 3년간 2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현재 전체 물량 중 23%가 테크 기업에서 나왔습니다. 테크 기업의 다운사이징 현상이 시장에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전대차로 소화되는 물량이 약 16%에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존 테크 기업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돌아올 경우 시장의 공실률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달 비용 상승


또 다른 주요 악재 중 하나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입니다. 작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10년물 국채금리의 절대 레벨이 상승했고 조달금리와의 스프레드도 확대되었습니다. 금리 상승 이전인 2019년도 말 오피스 리츠 담보 대출 금리는 10년물 국채 금리 1.8%에 스프레드 1.6%가 얹혀진 3.4% 였으나 최근 사례에서는 국채 금리 3.8%에 스프레드 2.3%가 추가된 6.1%였습니다. 
자료= Green Street
미국 리츠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부채 만기가 장기화되어 있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여파가 단기간에 전체 포트폴리오에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펀더멘탈이 악화 중인 가운데 나타나는 조달비용 상승은 점점 더 아픈 매가 될 것입니다.
2023년에 들어 배당금을 증대한 리츠가 54개였는데 오피스 리츠는 올해 총 8개의 리츠가 배당금을 삭감하여 전체 리츠 섹터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입니다. 보통 배당수익률은 과거의 배당금을 토대로 계산되기 때문에 리츠의 주가가 하락하여 배당수익률이 높아 보이더라도, 배당금 삭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연도별 오피스 리츠 임대율 추이


자료=Green Street
오피스 리츠의 장기평균 임대율은 92%입니다. 팬데믹 사태 이후 임대율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90% 수준이 깨지고 89.7%를 기록하였습니다.
2023년 1분기 오피스 리츠 임대율 추이
최근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공실률 증가 추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장 리츠의 자산은 리츠별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게이트웨이 도시부터 중소도시, 선벨트 지역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미국 전체적으로 시장이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리츠의 자산이 시장 평균보다 퀄리티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프라임 자산 역시 어려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리츠의 컨세션이 상승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나마 프라임 자산들이 비용을 쓰며 임차인을 확보하고 있다' 정도로 해석됩니다.
신규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선벨트 지역 대표 리츠 Cousins Properties는 전년 동기 수준의 임대율을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나 렌트 프리를 포함한 컨세션이 32.5% 수준(BMO 추정)으로 높아진 점에서 선벨트 지역 역시 임대인의 협상력이 악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펀더멘탈 바닥을 확인해야 하는 구간


미국 오피스 섹터는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인하여 상장 리츠 섹터 중 가장 저렴하게 거래 중인 섹터입니다. 리츠의 주가가 리츠가 보유한 순자산가치 얼마나 할인되어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P/NAV 할인율이 종목 별로 작게는 20%에서 크게는 40% 수준까지 확대되어 있습니다.  
가장 저렴하지만 저렴한 이유가 명확한 섹터입니다. 성공한 성장주가 이익이 증대되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희석시키는 것과 반대로 현재 오피스는 저렴하지만 펀더멘탈이 악화되며 이익이 감소되어 현재의 낮은 밸류에이션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싼 것이 싼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퀀텀펀드 공동 창업자로 유명한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싸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곳에 투자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명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 오피스는 '긍정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