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오타니 쇼헤이와 손흥민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오늘 이렇게 두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오타니 쇼헤이 선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일년 전에 읽은 손흥민 아버지가 쓴 책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사실 두 책, 그리고 두 선수는 운동선수라는 것을 빼고는 아무런 교집합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을 읽고 나니 두 선수 모두 유년시절에 아버지의 정성과 사랑이 대단했다는 사실, 두 선수의 아버지 모두 선수로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선수 경험이 있었다는 교집합이 보였습니다.
두 책은 선수를 조망하는 법도 다르고, 주제도 다릅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에 관한 책은 선수 자체가 주인공이고, 손흥민 아버지가 쓴 책은 손흥민 선수보다는 아버지가 어떻게 손흥민 선수를 키웠는지에 관해 쓴 책입니다. 하지만 같이 읽어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스포츠 경기를 하나도 보지 않는 제가 오타니 쇼헤이를 알게 된 건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를 마친 후 늘 스타디움의 쓰레기를 줍는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사를 읽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를 읽다 보니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책을 찾아봤더니 '선수(選手)'라는 책 시리즈가 있더군요(이 시리즈에서는 손흥민 선수를 다룬 적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타니 쇼헤이라는 선수에게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츄어 레벨에서는 투수와 타자로서 모두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간혹 있지만 프로 레벨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프로 레벨에서는 투수나 타자 중 하나만 잘해도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둘 모두를 잘 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타니 쇼헤이를 두고 100년 만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를 생각하는 것 보다 그릇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쓴 책을 읽고 나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에 대해 알게 되니 다른 부분이 보였습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맨 첫 장인 ‘잠자는 게 특기인 아이’ 입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책에서 손흥민의 체격을 완성시키기 위해 잠을 많이 재우고 밥에 신경을 쓴 부분, 다 자라기 전에는 부상의 위험이 있는 경기를 못 나가게 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트레이닝을 시킨 점을 강조 했습니다. 현재 오타니 쇼헤이의 체격은 키 194센티미터, 몸무게는 95킬로그램이고, 손흥민 선수는 183 센티미터에 77킬로그램입니다. 둘 다 동양인 치고는 상당히 체격이 좋습니다. 이 부분이 왜 흥미로웠냐고 하면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많은 유소년 운동선수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때 연습을 너무 많이 하고 경기를 많이 뛰면서 충분히 클 수 있을 만큼 크지 못한 것을 두 선수의 아버지가 동시에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 두 선수만큼 성장하지 못한 데는 이런 이유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릇이 크기 전에 무엇을 담을지 먼저 생각하는 것 보다는 그릇을 충분히 키우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방법이 아닌 철학의 문제
두 아버지가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의 아버지는 비록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고 아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좋은 감독을 찾아 다닙니다. 전적으로 감독에게 맡겨 아들의 운동을 지원합니다. 물론, 감독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과 철학이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게 해서 히가시 고등학교의 사사키 히로시 감독을 찾아 오타니를 맡깁니다. 사사키 감독은 기술 발전을 통한 당장의 성적보다 몸과 마음의 성장을 중시하는 지도자였다고 합니다. 그런 사사키 감독이 오타이 쇼헤이 선수의 부상 (성장판 손상)을 알고도 출전시키려고 할 때의 에피소드입니다.
"가을 지역대회에서는 대타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한 경기에서 1타석 정도, 대타로 나갔는데 고의사구도 나올 수 있으니 1, 2 루나 만루 상황에서 내보낼 수 있어서 경기중에 대타 타이밍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런 가운데 내년 봄 고시엔 대회 출장이 걸린 준준결승에서는 야수로 선발 출장시키려고 했다. 의사나 트레이너 등도 한 경기라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오타니 아버님과 입학 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장래가 밝은 선수를 부상 속에서 기용하는 상황인지라 부모님과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야수로 선발 출장하는 것은 괜찮을지 아버님에게 의견을 묻자 감독님께 아들을 맡긴 것이니 마음껏 써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고마운 말이었다.”_사사키 감독
반면 손흥민 선수는 축구를 하겠다고 본인이 천명한 다음 날부터 아버지와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선택 이후에 직접 축구를 지도하기로 하면서 은근히 조바심이 생겼고 몸과 마음이 바빠졌다. 공부가 급했다. 나는 측면 선수로 뛰는 프로 선수였지만 선수 한 명 제칠 발기술이나 개인기를 전혀 완성시키지 못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축구였고 스피드 하나 믿고 덤볐던 축구였다. 기본기가 없었고 그래도 성적은 내야 했다. 죽기 살기로 뛰었고 몸은 금방 망가졌다. 그러니 답은 명확했다. ‘나처럼 하면 안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나와 정반대의 시스템을 갖추고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내가 맨 처음에 정한 지도 철학이었다."_손웅정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좋은 선수를 키우는 데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을 좋은 선수로 키우겠다는 두 아버지의 마음은 같았지만 방법은 달랐습니다. 어쩌면 두 아버지가 처한 상황이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 야구의 역사는 오래 되었고 그만큼 좋은 지도자와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 반면 한국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그때 당시 여러가지로 많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수를 키우고 좋은 직원을 키우는데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두 선수를 키운 아버지들의 모험담이 회사를 경영하는 제게도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