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이 무더워도 너무 무덥습니다. 이런 날은 꼼짝도 하기 싫을 법도 한데 아마 지금도 성수동이나 도산공원앞 유명 맛집이나 팝업스토어 앞에는 줄을 길게 선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더현대 지하2층이나 압구정 현대백화점 지하에 새로 생긴 ‘가스트로 테이블’ 같은 곳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요.
SNS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정보 제공 채널이 되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람의 행동 반경도 변했고 행동 반경뿐 아니라 개인들의 취향도 한껏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은 이커머스 중심으로 바뀌고 과거 물건을 사러 갔던 리테일들은 소비자들에게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거나 특별한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또 과거 재택근무는 특정 직업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직접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과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업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된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엔 기술의 발전도 한 몫을 하고 있고 산업의 변화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변화로 사람들은 오피스에 돌아오지 않고 쇼핑몰이나 백화점은 예전처럼 물건의 구색만 갖추어 놓는다고 사람이 오지를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업계도 유망한 섹터가 크게 바뀌고 있는 추세이고 기존의 오피스와 리테일들은 어떻게 사람들을 다시 끌어 모을 수 있을 지에 관해 다들 연구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 현상들을 잘 관찰하여 정리해 놓은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요즘처럼 무더울 때 시원한 커피숍에서 읽기 좋은 책들입니다. 또한 이 책들을 읽고 난 후 주변을 둘러보면 ‘아 이런 것들이 책에서 말했던 부분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트렌드를 관찰하기에 아주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책입니다.

우선 광고회사 출신으로 현재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 보이’를 이끌고 있는 안성은 씨가 쓴 <MIX>는 섞어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많은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버클리대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당시 손정의는 사업가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그가 성공하는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하루 한 가지씩 발명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한 비장의 무기도 갖췄다. 무엇이었을까? 바로 낱말 카드였다. 그는 날마다 300여 개의 낱말 카드에서 세 개를 무작위로 뽑아서 섞었다.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것이 나왔다. 손정의는 카드를 섞는 이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1년에 무려 250 건의 사업 아이디어를 뽑아 냈다.”
손정의는 이 방법으로 갓 스무 살을 넘었을 때 ‘음성 전자 번역기’를 개발하여 샤프에 팔아 일억 엔이라는 돈을 벌어 사업의 밑천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럼 무엇과 무엇을 섞으면 좋을까요? 책의 목차를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섞으면 물건이 팔린다
-다윗과 골리앗을 섞어라
-A급과 B급을 섞어라
-상식과 비상식을 섞어라
-기술과 인간을 섞어라
-사기업과 NGO를 섞어라
-따분함과 즐거움을 섞어라
-OLD와 NEW를 섞어라
-필수품과 사치품을 섞어라
-다윗과 골리앗을 섞어라
-A급과 B급을 섞어라
-상식과 비상식을 섞어라
-기술과 인간을 섞어라
-사기업과 NGO를 섞어라
-따분함과 즐거움을 섞어라
-OLD와 NEW를 섞어라
-필수품과 사치품을 섞어라
2. 섞으면 사람이 팔린다
-모범생과 날라리를 섞어라
-본캐와 부캐를 섞어라
-덕후와 방송국을 섞어라
-창조자와 모방자를 섞어라
-세일즈맨과 디자이너를 섞어라
3. 섞으면 모든 것이 팔린다
-창조성과 제약을 섞어라
-한국과 세계를 섞어라
-시골과 도시를 섞어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섞어라
-익숙함과 낯섦을 섞어라
-아이와 어른을 섞어라
목차만 보고도 짐작이 가는 부분도 있고 짐작하기 어려운 섞기도 있겠지만 아마 이 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중에 <이코노미스트>와 <GQ> 를 섞어 만든 모노클의 사례도 재미있었고 전북 김제에서 있던 유키 쿠라모토의 피아노 연주회(도시와 시골을 섞은 예) 도 흥미로웠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에서 많은 사례의 섞음으로 세상에 있었으나 안보였던 ‘MIX’를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다음은 MIX 책에서 말하는 본캐와 부캐를 섞어 책을 쓴 여병희 작가의 <셀렉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여병희 작가의 별명은 ‘브랜드 감별사’ 입니다. 롯데백화점에서 바이어로 일하다가 최근에는 굴지의 패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병희 작가는 이 책에서 평소 작가에게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아보는 법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 트렌드를 따르지 말 것
- 소비자의 니즈를 예측하지 말 것
- 수치를 보지 말 것
다른 건 몰라도 수치를 보지 말라는 말은 인상적이었는데 이유는 지금은 100가지 유행, 100가지 콘텐츠, 100가지 플랫폼이 있는 시대라 어차피 트렌드는 하나로 정리될 수 없고 어제의 통찰과 분석은 오늘만 되어도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지금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마케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 공식을 탈피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이 책도 읽어보면서 여러분의 ‘아하’ 포인트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어렴풋이 그런 흐름들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이 정리를 해주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또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개인의 감각과 취향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요? 저자는 7가지 키워드로 책을 엮었습니다.
1/7
SENSITIVITY
-차이는 숫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달력을 좋아하시나요?
-수치를 분석하면 잘할까?
-지식이 많으면 잘할까?
-트렌드를 알면 잘할까?
-금융 지능, 감성 지능, 그리고 이제 감각 지능
-당신에게 브랜드란 무엇인가
-출신 성분이 중요했던 디자이너의 시대
-콘셉트가 중요해진 디렉터의 시대
-모두가 각자의 창작물을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시대
-온전히 당신의 생각으로, 온전히 당신이 만든 것
SENSITIVITY
-차이는 숫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달력을 좋아하시나요?
-수치를 분석하면 잘할까?
-지식이 많으면 잘할까?
-트렌드를 알면 잘할까?
-금융 지능, 감성 지능, 그리고 이제 감각 지능
-당신에게 브랜드란 무엇인가
-출신 성분이 중요했던 디자이너의 시대
-콘셉트가 중요해진 디렉터의 시대
-모두가 각자의 창작물을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시대
-온전히 당신의 생각으로, 온전히 당신이 만든 것
2/7
CULTURE
-브랜드로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들
-나는 내가 소비한 브랜드의 총합이다
-대중의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는 착각
-제3의 선택지를 제안하다
-콘텐츠의 홍수 속, 느슨한 연대가 주는 영감
-“취향은 레퍼런스가 되고, 결국 문화가 된다"
-사람들이 미술관에 줄을 서는 이유
-콘텍스트를 소비하는 사람들
3/7
COMMERCE
-100가지 유행이 공존하는 평균 실종의 시대
-요즘 핫한 브랜드의 특징 하나, 아티스트 재질
-요즘 핫한 브랜드의 특징 둘, '찐' 로컬
-당근마켓이 흥하는 이유
-모든 소셜미디어는 커머스다
-60억 명의 인구, 60억 개의 쇼핑몰
-1만 시간의 법칙보다는 1만 명의 팔로워
-내 취향의 지형도를 만들어라
-유행을 따르는 트렌드세터가 아니라 취향을 만드는 테이스트세터
4/7
DETAIL
-사람들이 모르는 것부터 바꾼다
-블루와 튀르쿠아즈, 세룰리안블루의 차이가 가져온 엄청난 결과
-샤오미가 3억을 주고 아무도 모르게 로고를 바꾼 이유
-버버리, 발망, 발렌시아가의 차이는 로고로부터
-애플의 혁신은 산 세리프에서 시작된다
-빨주노초파남보 이외의 색깔들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대리석 마감재
5/7
CLASSIC
-트렌드보다 오래가는 것을 선택한다
-패션의 역사는 파격이 보통이 되는 과정
-트렌드의 맥락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트렌디한 것이다
-트렌드는 싫지만 트렌디하고 싶어
-커피는 언제부터 맛이 되었나
-흡연은 언제부터 악이 되었나
-하나의 사회문화가 정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
-마세라티와 마티즈 중 더 아름다운 차
6/7
LOCAL
-지역과의 케미스트리를 활용한다
-브랜드는 어디에 자리 잡는가
-북촌과 서촌, 전통으로 엮인 곳
-전통과 첨단, 최고가 최고를 만났을 때
-한남동, 해외 브랜드부터 리움미술관까지 미래 서울의 중심
-성수동, 도심재생이라는 코드. 카센터 옆의 디올
-압구정, 콘텐츠로 상권을 만들다
-문화를 선도하는 인프라와 구매력
-그동안 한국엔 왜 로컬이 없었을까?
-로컬 현재화의 핵심은 노포의 마인드
7/7
ATTITUDE
-안목과 취향을 훈련한다
-더 이상 전문가는 없다
-감각 지능은 타고나는 것일까?
-창의적인 조직은 오래가지 않는다
-크리에이터는 직업이 아닌 삶에 대한 태도다
-첫 번째, 한 분야를 끝까지 가보기
-두 번째, 스스로 평가의 기준이 되기
-세 번째, 소비에 실패하기
-네 번째,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습관 기르기
-다섯 번째,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공부해 보기
-여섯 번째, 진짜 좋아하는 분야 찾아보기
-잡지는 취향에 대한 라이선스
-보통 사람의 패션쇼와 콘셉트카 감상법
-하물며 동네 치킨집도, 카페도 저렇게 예쁘고 멋진 시대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티브를 위하여
에필로그
-감각과 취향은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
이제는 덕업일치라고 하죠.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로 돈까지 벌면 금상첨화라고 하는데요. 부동산 투자를 하는 많은 이들은 대부분 공간을 좋아하시고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한 책들은 지금의 종잡을 수 없는 트렌드를 정리해 주면서 앞으로의 리테일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있을 만큼의 인사이트가 담긴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추천합니다. 공간 탐험을 하기 전에 읽으면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