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가 서울에 미친 영향
프리즈(Frieze)가 매거진으로 시작한 축제라는 것을 아시나요? 작년에 프리즈 페어에 갔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프리즈 전의 글로벌 아트 페어는 아트 바젤(Art Basel)이 유일했다고 합니다. 아트 바젤은 1970년에 시작했는데 프리즈가 2003년에 영국의 리젠트 파크에서 천막으로 된 전시장으로 페어를 시작할 때까지 약 30여년 간 예술시장을 그야말로 좌지우지했던 겁니다. 그러면서 예술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었던 거죠. 하지만 평소에 예술에 관심이 많던 두 명의 옥스포드 대학생들은 왜 예술이 어렵기만 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품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포맷으로 1991년 프리즈 매거진(Frieze Magazine)을 창간합니다. 그 잡지를 통해서 다양하고 새로운 신진 작가들이 소개되고 그런 작가들을 발굴하는 갤러리스트들과 갤러리들이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그들을 잡지 밖으로 나와 한 곳에 모이게 한 판이 프리즈 아트페어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리젠트 공원 한가운데 천막을 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와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자유롭게 페어에 드나들게 되면서 어쩌면 자연스럽게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게 된 것이죠. 프리즈는 그렇게 예술의 높은 문턱을 없애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즐기게끔 만들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예술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에 프리즈가 런던, 뉴욕, LA에 이어 서울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 많은 예술 관련자들이 흥분하고 놀랐습니다. 한편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프리즈는 무엇인가로 웅성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페어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프리즈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뉴욕과 LA, 그리고 아시아 최대의 글로벌 도시인 홍콩 수준의 반열에 올려 놓는 역할을 합니다. 갑자기 전세계에 서울이라는 도시가 프리즈라는 아트페어를 통해 소개가 되고 전세계에서 온 예술가, 갤러리스트, 미술 평론가들이 경험한 청담동, 한남동, 삼청동의 갤러리들이 연 파티들이 소개가 되면서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벤트들이 올해 크리스찬 디올의 이화여대 패션쇼, 루이비통의 잠수교 패션쇼, 그리고 구찌의 경복궁 패션쇼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게다가 그런 명품 브랜드들의 SNS 팔로어는 전세계 패셔니스타들을 다 품고 있으니 서울이 2023년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도시가 된 것이 아닐까요?
예술이 바꾸는 공간과 도시
그래서 오늘은 예술과 부동산의 접점을 찾고 예술 작품으로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많은 SPI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 몇 권과 최근 일본에 소개된 특별한 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예술에 관한 책은 너무도 많아서 딱 짚어서 몇 권만 권하기 어렵지만 그 예술 작품으로 인해 공간과 도시를 바꾸는 사례를 담은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이 책은 미술관 밖에 설치된 예술작품들과 미술관 자체로 도시를 아름답게 만든 사례들을 모은 책입니다. 읽는 내내 여기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솟구치게 하는 책이지요. 아무것도 없는 네바다 사막에 설치된 우고 론디노네의 세븐 마운틴, 뉴멕시코주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캔버스가 된 지구상의 400여 곳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이며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크게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예술이 도시를 바꾼 아주 유명한 사례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과 안도 다다오의 지추 미술관이 있는 나오시마섬의 매력이 잘 담겨 있는 책입니다. 왜 이런 섬을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역사도 알 수 있고 이 프로젝트로 잘살게 된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특히 이우환 작가가 직접 왜 거기에 이우환 미술관을 짓게 되었는지 쓴 기고를 통해 거장이 보는 나오시마의 매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나오시마에서 매우 순수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환경과 함께 생각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시도를 할 수 있게끔 한 나오시마와 같은 장소는 세계적으로도 예가 없다. 예술은 빵을 만들어낼 수 없고, 무기를 만들어 낼 수도 없다. 그렇지만 예술 작품을 본 후에 자신이나 세상이 무언가 조금 변화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나의 장소를 열고 미술관을 만들어보고, 그 가능성을 재차 느꼈다.”
나오시마에 전시된 예술 작품들이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일본의 이 작은 섬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이런 프로젝트를 감행한 일본의 주식회사 베네세 홀딩스 이사장인 후쿠다케 소이치로 씨를 다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 탄생한 배경이 되는 도시들과 그 이야기에 대해 쓴 책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 도시들인 런던, 파리, 빈, 베네치아, 뉴욕뿐만이 아니라 지방 소도시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프리즈 같은 행사와 서울이 가진 유구한 역사와 스토리도 함께 이제 더 많은 세계인들에게 소구되리라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지금 우리에게 온 이 기회가 얼마나 큰 기회인지 새삼스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예술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좋은 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특히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설치되는 예술 작품들이 많은데 최근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 설치된 한국 작가 이배의 작품을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이 예가 단적으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을 공간에 활용하는 법
최근 부동산과 예술의 아주 흥미로운 접점 사례를 SPI 위클리 글로벌 뉴스에서 읽었습니다.
미쓰이부동산, 장애인 작가 작품 전시하고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 도입
“미쓰이부동산은 자사가 운영하는 부동산에서 장애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마음에 들면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쓰이부동산은 도쿄도 고토구와 지바현 카시와시에서 운영하는 임대형 라이프사이언스 랩 '링크랩'의 공용 스페이스에서 장애가 있는 작가가 그린 그림 등의 작품을 전시하고 QR코드를 찍으면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13점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으며 3개월마다 교체할 예정입니다.”
이 글을 읽고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 프로젝트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시각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쳐 주고 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우리들의 눈(http://www.artblind.or.kr/)이라는 아트랩이 있습니다. 화가 엄정순 작가가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인데 엄정순 작가는 최근 광주 비엔날레에서 박서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시각장애인들이 거대한 코끼리를 직접 만지면서 느낀 그대로를 엄정순 작가와 함께 작업한 작품인데 이런 작품들을 건축물이 지정한 미술작품 설치에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QR 코드로 보여줄 수 있다면 이런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예술작품을 제공해 주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부동산 회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이렇게 예술의 힘은 크고도 넓습니다. 좋은 예술 작품은 국가를 초월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만큼 가치 있고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데 예술작품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지 두 번째 프리즈를 관람하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SPI 독자들도 제가 권해 드리는 책뿐만 아니라 서울의 갤러리들을 다니면서 안목을 키우고 예술과 함께하는 더 좋은 공간을 만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