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
SPI

[CEO의 서재]2024년을 앞두고, 두려움과 기대 사이에서

2023.11.26 05:28:36

편집 고병기

트렌드
호모 프롬프트
리퀴드폴리탄
예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두 개인데 하나가 보험이고 또 하나가 점(占) 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수긍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거기에 더해 내년의 소비를 예측하는 책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가 그런 책들 중에는 단연 선두입니다. 제가 책을 11월에 선물 받았는데 확인해 보니 벌써 13쇄나 찍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학교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가 예측하는 2024년은 드래곤 아이즈(DRAGON EYES)입니다. 해마다 그 해의 띠를 주제로 트렌드를 요약하는데 내년은 갑진년(甲辰年)이라 용이 주제인가 봅니다. 드래곤 아이즈를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Don’t Waste a Single Second : Time-Efficient Society : 분초사회
Rise of ‘Homo Promptus' : 호모 프롬프트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 육각형 인간
Getting the Price Right : Variable Pricing :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On Dopamine Farming : 도파밍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 요즘 남편 없던 아빠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 스핀오프 프로젝트
You Choose, I will follow : Ditto Consumption : 디토 소비
Elasticity. Liquidpolitan : 리퀴드폴리탄
Supporting One Another : Care-based Economy : 돌봄 경제

어떤 것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어떤 것은 아닐텐데 간단하게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분초사회는 요즘 사람들이 극도로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성을 지칭하는 키워드입니다.
-호모 프롬프트는 근미래 인공지능의 발달과 그에 대한 트렌드 변화에 관한 키워드로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도출해낸 것입니다.
-육각형 인간은 요즘 젊은이들은 외모, 학력, 자산, 집안, 성격, 특기 등(여섯 가지가 넘을 수도 있지만) 모든 측면에서 흠이 없는 ‘육각형 인간’을 선망하는 사회 현상입니다.
-버라이어티 가격전략은 가격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우 동적으로 책정될 수 있으며 공급, 유통업자들은 가격을 전략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키워드입니다.
- 도파밍은 도파민(dopamine)과 파밍(farming) 이 합쳐진 말로 요즘 사람들이 재미있게 놀고자 하는 욕망이 과거 어느 때 보다 특별한데 도파민은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고 파밍은 게임용어로 플레이어가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농작물을 수확하듯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합친 것을 말합니다.
-요즘 남편 없던 아빠는 젊은 남편/아빠들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가사노동과 육아를 포함한 가정 경영을 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스핀오프 프로젝트는 요즘 스타트업이나 회사들, 심지어는 개인들도 격변의 허들을 뛰어 넘으려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떤 특정한 주체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것처럼 상품, 기술, 비즈니스, 개인의 경력 개발을 표현한 뜻입니다.
-디토 소비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그냥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를 추종해 '나도'하고 구매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리퀴드폴리탄은 지역은 이제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물 같은 흐름이 중요해진 것을 뜻하는 말로 행정구역으로 나뉘는 동네가 아닌 사람과 교통의 흐름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돌봄 경제는 예전에는 가족끼리, 혹은 고령자나 환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베풀어지던 돌봄 기능이 이제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나라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취지의 키워드입니다. 

용띠해에 맞추느라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중에서 제가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호모 프롬프트’와 ‘리퀴드폴리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호모 프롬프트


얼마전 오픈 AI(Open AI)의 샘 알트먼 대표의 거취로 세간이 떠들썩 했었습니다. 정확한 이유야 본인이 아니면 모르겠지만 뉴스를 읽고 추론을 해보니 AI의 발달이 생각보다 더 빨라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 때문에 생긴 일 같습니다. 우리가 영화에서만 봤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것이죠. 챗 GPT(Chat GPT)가 2023년에 등장하고 일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현재도 우리는 충분히 놀라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발달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 넘어 정말 무한 속도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할까요? 인공지능과 인간은 과연 상호보완적일지 아니면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인간은 잉여인력이 되고 기계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될지, 아니면 기계들이 모든 일을 해주고 인간은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고 있지는 못합니다. 김난도 교수의 연구실은 근미래에 인공지능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체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AI 프리너’로의 호모 프롬프트 역량이 요구되지만 결국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인간만이 AI 가 작업한 결과물에 한 점을 더 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니 그런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공은 인문학적 소양, 즉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길러야 생긴다고 하니 AI의 등장에 두려워하지만 말고 각자 내공을 쌓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리퀴드폴리탄


언뜻 봐도 이 신조어는 Liquid와 Politan의 합성어입니다. 김난도 교수팀은 왜 이런 신조어를 만든 것일까요?

“사람들이 정주하는 ‘고정된 도시’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지는 ‘유연한 도시’로 도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도시는 멈춰있지 않다. 지역만의 콘텐츠가 흐르고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며, 그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축적하는 새로운 변화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 에서는 이런 도시의 유연한 변화를 ‘리퀴드폴리탄 liquidpolitan’ 이라고 명명한다. 액체라는 뜻의 Liquid와 도시를 의미하는 단어인 Politan을 합쳐 현대의 도시와 지역이 액체처럼 유연하고 서로 연결되며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가변체라는 점을 강조한 명명이다.”

서울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점점 줄어서 2022년에 942만명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에 살지 않지만 매일 유입되는 인구의 수는 약 300~400만명이라고 합니다. 약 1,200~1,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생산을 하고 소비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구의 개념을 주민등록상의 인구에서 생활인구의 개념으로 바꾸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대규모 개발로 주민등록상의 인구를 늘리기 보다는 시그니처스토어, 지역 기업가, 도시 기획자, 커뮤니티의 역할로 생활인구나 체류인구를 늘려 도시의 쇠퇴를 막고 새로운 인구 유입을 기대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김난도 교수팀은 예상했습니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서 연간 8 만명의 방문객을 만드는 ‘ㅁㅁㅎㅅ’ 햄버거집, 양양이 서핑의 성지가 되게끔 만든 ‘서피비치’, 그리고 제주도의 LA라 불리는 탑동의 '아라리오 미술관',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 목욕탕’ 등은 리퀴드폴리탄의 좋은 예입니다. 이미 도시의 매력은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라이프 스타일을 다 담을 수 있는 유연함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나뉩니다. 활력이 넘치는 리퀴드폴리탄을 만드는 것은 인구 소멸을 뛰어 넘어 전세계의 노마드족을 오게 할 만큼의 창의성과 포용성을 갖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게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예측을 더 자세하게 말씀드렸는데 나머지 부분도 읽어보면 내년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정은

김정은

SPI 대표

2018년부터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I는 상업용부동산의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깊이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아티클과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더 나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