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100년을 사는 것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아직도 중앙일보에 매주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건강한 104세 교수님이 있습니다. 1920년에 태어나 일제시대, 한국 전쟁을 직접 겪고 흑백 TV, 컬러 TV 시대를 거쳐서 휴대폰, 그리고 이제는 젊은 사람들도 따라가기 버겁다고 생각하는 생성형 AI까지 관심을 가지고 경험하고 살고 있는 교수님입니다. 바로 한국 최고령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오늘은 김형석 교수의 <우리, 행복합시다(102세, 긴 삶의 여정 뒤에 기록한 단상들)>라는 책을 통해 100세를 살면서 얻은 삶의 교훈과 지혜 중 일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옷 잘 입는 신사
교수님이 몇 년 전에 유튜브에 출연을 했는데 많은 이들이 교수님의 넥타이 고르는 센스를 칭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교수님도 원래부터 옷에 신경을 많이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 계기가 있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몇 년 전에 유튜브에 출연을 했는데 많은 이들이 교수님의 넥타이 고르는 센스를 칭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교수님도 원래부터 옷에 신경을 많이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 계기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옷차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대학 동창이면서 연세대학교 교수였던 정경석이 아내와 함께 나에게 충고해준 일이 있었다. 아내가 병중에 있을 때라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다. 주어진 책임은 감당해야 하고 개인 생활은 이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 친구는 나에게 몇 가지 위로와 부탁을 했다. “야, 너 벌써부터 홀아비 냄새가 난다. 힘들어도 옷이라도 반듯이 입으면 보는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어?”라는 충고였다. 그 이야기 속에는 ‘앞으로는 아내의 도움은 못 받고 모든 걸 혼자 해야 할 텐데’하는 우정 어린 사랑이 깔려 있었다. 그 충고를 계기로 공식석상에 나설 때 마다 거울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생각나는 사람이 한 분 더 있었습니다. 바로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입니다. 아흔에 가까운 김종성 선생님도 뵐 때 마다 항상 정장 차림에 꼭 버버리나 코트까지 갖춰 입는 모습에서 신사의 품격을 느꼈습니다. 사소한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단정한 옷차림도 아름다운 여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의 황금기, 나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지가 중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언제까지 총명하게 맑은 정신으로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은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파이어족(즉, 경제적으로 자립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실천하는 이들을 말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막상 50세을 넘긴 이들을 만나보면 은퇴를 원하지 않는 이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은 자기 나이에 0.8을 곱해야 실제 나이라고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해 보입니다. 오히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이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교수님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였을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언제까지 총명하게 맑은 정신으로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은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파이어족(즉, 경제적으로 자립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실천하는 이들을 말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막상 50세을 넘긴 이들을 만나보면 은퇴를 원하지 않는 이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은 자기 나이에 0.8을 곱해야 실제 나이라고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해 보입니다. 오히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이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교수님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였을까요?
연세대학교 퇴임식 때,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 연세대학교를 졸업하면 사회로 돌아가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것이 졸업생의 책임이니까요.” 모두가 농담으로 여겼는지 웃었다. 그러나 나는 열심히 일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학문과 사사의 업적은 대부분 그 때 이루어졌다. 바로 철학적 저서들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동갑내기 친구 안병욱, 김태길 교수도 그랬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까지’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75세까지 성장하고 터득한 지적 수준을 얼마나 연장하는가이다. 90세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다짐해보았다. 그 기대와 노력은 버림받지 않았다. 두 친구는 90까지 일했고 나는 거기서 좀 더 연장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교수님은 공부하는 일을 계속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력도 감퇴하고 운동신경도 둔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력이나 정신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는 저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내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내가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젊음과 늙음은 나에게 속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을 표준 삼을 필요가 없다. 50대에도 늙은이가 있으며 80세가 넘어서도 성장할 수 있고 창조력을 갖출 수 있기에 인간이며 자아이다. 정신적인 성장만이 아니다. 정서적인 풍부함과 행복은 나이와 같지 않다. 나는 지금도 예술가들의 생활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나보다 풍요로운 정서적 젊음을 지니고 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모두가 신체적 건강, 정신적 성장, 아름다운 감정을 지니고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렇게 살았더니 행복했다’라는 고백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말은 저 세가지 신체적 건강, 정신적 성장, 아름다운 감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