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독서를 좋아한다고 하기 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서 사고, 어떤 책은 제가 모르는 분야의 책인데 알고 싶어서 사기도 하고, 어떤 책은 독서모임의 필독서라서 사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 사 놓기만 하고 안 읽은 책들도 많아서 언젠가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저 책들을 쌓아놓고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제가 오늘 SPI 독자분들에게 소개할 책은 그간 주변 지인들에게 10권 이상 선물한 책입니다. 책을 안 좋아하는 분들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요. 이 책은 저자가 재밌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책 안에 소개한 책 중 몇 권은 저도 사서 또 읽어 보았습니다. 유튜브나 SNS의 알고리즘처럼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가는 재미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남궁민 씨가 쓴 <오독의 즐거움>입니다.
이 책을 지금 읽기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요즘이 불황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불황일수록 역사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책들이 역사 속 어떤 사건과 이슈를 다룬 책들이 많아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은 4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사이트, 마켓, 헤게모니, 휴머니티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 챕터에 주제에 맞고 작가가 비틀어 읽은 포인트(그래서 제목이 오독의 즐거움인가 봅니다.)를 정리한 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을 소개하는 책이니 책에 담겨있는 목록은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Chapter 1_ Insight
- 혁신의 저주 _ 1950년대 컨테이너에서 보는 테슬라의 미래 <더 박스>
- 상실의 시대 저편에 _ 에반게리온의 늙은 전사들 <헤이세이사>
- 꼰대의 혜안 _ 실리콘밸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촌철살인자 <거대한 가속>
- 가스의 시간 _ 탄소라는 주홍글씨에 대한 화석연료 구루의 변론 <뉴 맵>
- Too big to avoid _ 기후와 탄소, 미래 에너지에 관한 빌 게이츠의 생각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틀려도 맞는 예측 _ 인간의 창의성을 놓친 기후종말론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미국의 진짜 문제는 미국이다 _ 이상한 중국을 바라보는 서구의 불안 <홀로 선 자본주의>
- 중국의 머리엔 뿔이 없다 _ 중국을 ‘보통의 나라’로 바라보는 법 <127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중국 경제>
- 케이팝은 어떻게 팬데믹이 되었나? _ 슈퍼전자의 정체를 탐문하다 <케이팝의 작은 역사>
- 우린 아직도 논을 매고 있다 _ 벼농사 체제로 본 동아시아의 진화사 <쌀 재난 국가>
- 없어야 하는 곳에 있는 존재가 사는 법 _ 잡초가 알려주는 지적 체조법 <전략가, 잡초>
- 내마음속 CCTV _ 자연스럽게 선에 이르는 힘 <논어>
Chapter 2_ Market
- 그래도 쇼는 계속되야 한다 _ 위대한 쇼맨에 관한 추억 <위기의 징조들>
- 엿보기와 베끼기의 고수들 _ 자본 없이 자본시장 잠식하기 <자본 없는 자본 주의>
- Radical and Retro _ 독점 타짜들의 손목은 순순히 접수될 것인가 <빅니스>
- 타다의 ‘신뢰’ 와 택시의 ‘면허’ _ 공유경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신뢰이동>
- 슈퍼스타에게 도장은 필요 없다 _ 신뢰자산은 어떻게 유니콘을 만들었나 <신뢰이동>
- 신뢰가 곧 화페다 _ 당근마켓의 브랜드 가치가 중고나라보다 30 배 비싼 이유 <신뢰이동>
- 착한독점, 라이언의 불가능한 미션_ 시장 지배력과 수익 최소화는 어떻게 비례하는가? <플랫폼의 생각법 2.0>
- 갱스터 버핏에 관하여 _ 워런 버핏 명언의 그림자 <워런 버핏 라이브>
- 버핏이 사지 않는 종목 _ 조선주를 통해서 본 버핏의 투자 전략 <워런 버핏 테이블>
- 회색길을 본 사람들 _ 비합리성이란 틈에서 채굴한 빅머니 <헤지펀드 열전>
- 좋은 회사, 나쁜 주식의 딜레마 _ 당신이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결정적 이유 <좋은 주식 나쁜 주식>
- 알파를 쫓던 남자 _ 호모 이코노미쿠스? 호모 사피엔스! <천재들의 실패>
- 당신은 복어 독을 먹어볼 것인가 _ Hi Risk, Hello Return <리스크의 과학>
- 은행의 견고한 둑에 난 균열 _ 은행과 딜러를 위협하는 복병의 출현 <코로나 화폐전쟁>
- 강한 달러의 부메랑은 누구의 목을 향하는가 _ 기축통화라는 왕관의 무게 <달러 없는 세계>
Chapter 3_ HEGEMONY
- 풀링 더 골리_ 러시아 룰렛의 지정학적 셈법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 팔자를 이기는 힘 _ 축복의 땅, 불안의 땅, 저주의 땅, 그리고 박복한 땅의 기운 <지리의힘>
- 대영제국 동창회가 사는 법 _ 검은돈을 표백하는 세탁섬을 찾아서 <보물섬>
- 더 더럽고 더 위태로운 세상으로의 초대 _ 21세기 프로메테우스가 선택한 광물을 찾아서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 인류가 여전히 모래성을 쌓는 이유 _ IT 와 디지털에 담긴 모래전쟁의 내막 <모래가 만든 세계>
- 트럼프의 족보를 찾아서 _ 광신도와 호구가 만든 미국의 기묘한 역사 <판타지 랜드>
- 공짜 세계화의 종말 _ 화양연화의 끝자락에서 추는 라스트 댄스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 “아베”라는 맥거핀 _ 피살되고도 살아있는 한 정치인에 대한 단상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 일본은 어떻게 중국을 닮아갔는가 _ 1000년 전 ‘차이나 스탠다드’의 데자뷰 <중국화 하는 일본>
- 타이거 맘 나라의 치명적 오류 _ 중국은 선진국행 열차에 무사히 오를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중국>
-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중국황제의 자충수 _ 하버드 공부벌레들의 중국에 관한 현자타임 1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
- 개냥이가 된 대륙의 살쾡이들 _ 하버드 공부벌레들의 중국에 관한 현자타임 2 <하버드 대학 중국 특강>
Chapter 4 _ Humanity
- 개는 어떻게 인간의 페르소나가 되었나 _ 호모퍼피와 성선설에 관하여 <휴먼카인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는 나의 힘 _ 낙관주의적 팩트냐, 비관주의적 체크냐 <팩트풀니스>
- 불평등을 생산하는 기계 _ 한국에서 ‘교육’은 어떻게 낙인이 되었나 <공정하다는 착각>
- 행동경제학자가 들여다본 인간의 복잡 미묘한 속마음 _ ‘자신이 선택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기술 <넛지>
- 호모사피엔스라는 ‘호구’ _ 거짓말은 어떻게 신화와 종교, 역사가 되었나 <사피엔스>
- 합리적 존재의 죽음 _ 충동적 존재들이 일으켜 온 위기의 실체 <야성적 충동>
- 데이터센터, 다음 세기의 주강삼각주 _ 인간이란 존재의 효용가치 톺아보기 <인구대역전>
- 양복 입은 침팬지의 내구연한 _ ‘몸뚱이’란 자산의 경제학적 고찰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세대론’이란 떡밥 _ 무명세대의 허랑한 푸념 <386 세대유감>
- ‘우선’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 _ 사회적 아픔을 표현하는데 서툰 약자들을 위한 진단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렇게 총 46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무심코 지나칠만한 책들도 저자의 한 줄 코멘트를 읽으면 무척 재밌어 보입니다. 실제로 저는 중국에 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중국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좀 더 책을 많이 읽는다면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하버드 대학의 중국 특강>에 대한 부분에서 제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스콧 로젤의 근거입니다.
“지금 중국에 대한 토론은 대부분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미중 기술 경쟁의 여파다. 기술 제재에 무너진 화웨이를 얘기하면, 반대편에서는 국제 특허 출원 건수 1위인 중국의 실적을 말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매년 쏟아지는 수백만 명의 이공계 인재는 중진국 함정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저자 (스콧 로젤)는 단언한다. 노동인구 중 고등학교 졸업자의 비율이 50% 이하인 나라가 선진국이 된 사례는 없고 중국은 겨우 30% 정도라고.”
이 부분에서 저자는 한국의 사례를 덧붙입니다. 그는 “한국은 1972년 법으로 내국세의 20.79%를 반드시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쓰도록 못박았다. 그렇게나 가난하고 돈 들어갈 곳 많은 시대에, 내국세의 5분의 1을 교육에만 쓰게 한 건 대단한 결정이다. 덕분에 경제 성장에 맞춰 학교를 짓고 교사를 늘릴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찰스 굿하트의 <인구 대역전>이라는 책도 제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고금리-고물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인 2020년 8 월만 하더라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조차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때입니다. 그 당시 이 책에서 찰수 굿하트는 고금리-고물가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노동자는 디플레적이고 노인과 청소년은 인플레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고금리-고물가의 환경이 토착화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주장을 남궁민 저자는 데이터센터가 다음 세기의 주강삼각주가 될 것이라는 제목으로 풀어냅니다.
“앞으로는 구글이나 MS가 돈과 데이터를 퍼부어 데이터센터에서 ‘지적노동력’을 전 세계에 돈을 받고 공급하고, 각 나라에서는 이들을 데려다가 직업 교육을 시켜서 필요한 회사에 공급한다. (아직은) AI 에게는 재산권도 없고 노동력이 이쪽으로 건너오는 일이니 우리는 이제 남부의 백인이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저들과 경쟁 관계인가 아니면 주인이 될 것인가. 이런 일이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18세기 서아프리카 해안에는 발에 차꼬를 찬 노예가 줄지어 배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갔다. 20세기의 중국 주강삼각주는 수억 명의 인구를 세계 경제에 공급했다. 둘 다 공급 충격 요인이다. 다만 범용AI는 ‘근육 노동’이 아닌 ‘지적 노동’을 대신한다는 게 다르다.”
이처럼 모름지기 독서의 재미란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독의 즐거움>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와 플랫폼에 정리된 신문 기사 한 줄은 우리를 늘 불안하게 만들고 나아가 불행하게 만듭니다. 지금 우리가 정보를 취득하는 방법이 남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서 세상을 보고 그로 인해 불안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SPI 구독자들은 좋은 책을 읽고 지금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각자 주도권을 갖고 재해석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