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보면 새로운 공간을 찾거나 소개하고 예쁜 사진을 찍어 올리는 피드들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예전에는 주로 카페나 맛집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근래에는 좀 더 다양한 공간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책 <건축가의 공간 일기>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다양한 공간에 대해 기록한 공간 일기입니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TRU 건축사무소의 대표 건축가인 조성익 작가가 지나 몇 십년간 기록해 두었던 공간 일기인데요. 최근 작가의 북 토크에서 손때 묻은 일기책들을 직접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살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삶을 기록하는 게 점점 중요하다고 생가하던 차에 작가의 오래된 공간 일기장을 보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공간에 나를 두다
- 느린 공간의 필요(프랑스 르 토로네 수도원/서교동 앤트러사이트)
- 도심 한복판 교회에서 땡땡이를?(뉴욕 트리니티 교회 / 천주교 서교동 성당)
- 공동 묘지를 걷는 이유(핀란드 투르쿠 공원묘지/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 계절의 기념비를 세우는 시장(스페인 산타 카테리나 시장 / 망원동 망원시장)
- 손잡이, 건물이 건네는 악수(시애틀 성 이그나티우스 교회 / 서교동 TRU 건축사 사무소)
일상 공간에서 인생 공간으로
- 마이너리그 야구장과 에피퍼니의 공간 (스테튼 아일랜드 페리호크스 홈구장/강화도 SSG 퓨쳐스 필드)
- 몰입을 원한다면 몰입의 공간으로(파주 음악감상실 콩치노 콩크리트/서울대 고전 음악감상실)
- 아날로그 공간이 주는 생각의 여백(연희동 포셋)
- 기차역에는 사람이 있다(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 진실한 스몰토크의 공간(핀란드 쿨투리 사우나)
- 단골 바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삿포로 바 하루야/망원동 책바)
- 완벽한 독서를 위한 창가 자리(엑서터 도서관/연희동 투어스비긴)
- 정원, 식물, 감정의 편집숲(교토 로안지/제주 정원 베케/서교동 마덜스 가든)
내 공간의 목소리를 찾다
- 거장 건축가의 핑크 하우스(리차드 로저스의 런던 자택)
- 타인을 내 공간에 들이는 경험(피에로 포르나세티의 빨간 방/서교동 TRU 건축사 사무소 화장실)
- 톰 소여의 아지트엔 아무것도 없다(보길도 동천석실/유명산 자연휴양림 오두막)
- 하룻밤, 시간을 공간으로 빚는다면(알랭 드 보통의 리빙 아키텍쳐/ 응암동 여정)
- 동네를 빵집 하나로 고를 순 없지만(<모노클>의 살기 좋은 도시/ 홍은동 베이글 맛집)
- 도시의 숨겨진 99%를 여행하는 법(이탈리아 파트리지아의 아파트/ 가평 장 뽈의 집)
아마도 SPI 독자들은 이 목차를 보고 나만의 인생 공간을 재빠르게 정리해 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인상 깊게 읽은 공간과 북 토크 시간에 배운 조성익 건축가의 공간 일기 쓰는 법에 대해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조성익 건축가는 그동안 SPI가 여러 차례 소개하기도 한 코리빙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하고 그 프로젝트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SPI가 진행했던 <아이디얼 시티를 찾아서>에 연사로 참여해 <맹그로브 숭인> 설계를 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을 공유해주기도 했습니다. 긴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같이 사는 사람의 동선, 즉 어디서 마주쳐야 하고 어디서는 마주치지 말아야 할까”에 대해 설명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인상 깊게 읽은 공간과 북 토크 시간에 배운 조성익 건축가의 공간 일기 쓰는 법에 대해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조성익 건축가는 그동안 SPI가 여러 차례 소개하기도 한 코리빙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하고 그 프로젝트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SPI가 진행했던 <아이디얼 시티를 찾아서>에 연사로 참여해 <맹그로브 숭인> 설계를 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을 공유해주기도 했습니다. 긴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같이 사는 사람의 동선, 즉 어디서 마주쳐야 하고 어디서는 마주치지 말아야 할까”에 대해 설명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번에 건축가의 공간 일기를 읽으면서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대해서 기록한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그랜드 샌트럴 터미널의 드넓은 기차역에서 사람 구경을 제일 잘할 수 있던 공간으로 2층 발코니를 꼽았습니다. 맨해튼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외로움을 달래러 다니던 식당이 있던 곳이 바로 그랜드 센트럴 역 안에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이별과 만남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위로를 받았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기차역에서 사람 구경은 계절성 우울증에 특효약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공간은 혼자 처박혀 있는 동굴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란과 분주함이 있는 광장이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곳을 인생 공간의 하나로 살펴보고 있지만, 우리가 인간으로서 받을 수 있는 궁극의 위로는 결국 공간을 채운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사람들의 소란과 분주함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군중의 공간이되, 군중과 거리가 있는 공간에 나를 두어야 한다. 또 하나의 포인트를 더하자면 공간에는 군중이 만드는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공감을 불러 일으킬 따뜻한 드라마. 그런 점에서 기차역이 특별한 이유는 누구나 공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 가슴 아픈 이별, 반가운 재회….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본 익히 알고 있는 감정 말이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사람이 없는 공간을 더 선호해서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다니는 것을 즐겼는데 글을 읽은 후 공간을 즐기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해보니 그 공간을 훨씬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SPI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공간 감상법을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북토크에서 직접 배운 공간 일기 쓰는 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공간 일기 쓰는 법
- 공간을 그림으로 묘사해 본다. (바닥> 벽> 천장 등 큰 부피를 차지하는 가구나 오브제 순으로)
- 오감을 이용해서 글로 묘사해 본다.
- 공간에 대한 감각 + 감정을 표현해 본다.
-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공간을 가만히 관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