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특별한 부동산을 소개합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흥미로운 계정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별집 부동산'인데요. 별집 부동산에 나오는 집들을 보고 ‘서울에 이런 예쁜 빌라들이 있구나’하면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SNS로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알아보니 이미 별집 부동산에 관한 책을 출판한 천명희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추석 연휴에 <나 다운 집 찾기>를 읽었습니다.
천명희 작가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건설사업관리(CM)를 공부했지만 우연히 참석한 도쿄 R 부동산의 간담회에서 그들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을 접한 후 본인도 집을 짓는 것보다는 좋은 집을 소개하는 것에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쿄 R 부동산 대표 하야시 아쓰미의 조언에 따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2년간 일반 부동산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노하우를 익힌 뒤 현재의 별집 부동산을 창업했다고 합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도쿄 R 부동산’은 기존의 부동산 중개 방식과 달리 사용자 맞춤형 접근을 통해 독특하고 개성 있는 공간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단순히 가격과 면적을 기준으로 집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매물을 추천한다고 하여 부동산에 ‘큐레이션 개념’을 들여와서 몇 년 전에 많은 미디어에서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동산을 투자 목적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는 철학이 주는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별집 부동산에 영감을 준 도쿄 R 부동산의 책 <도쿄 R 부동산 이렇게 일합니다>를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사용자 중심의 부동산 서비스 : 도쿄 R 부동산은 고객의 개인적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찾는 데 중점을 둡니다. 단순히 가격이나 면적을 기준으로 집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삶의 방식에 맞는 개성 넘치는 공간을 제안합니다.
2.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공간 선별 : 이 회사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건물이나 공간을 발굴하고 큐레이팅합니다. 전통적인 주택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창의적으로 활용 가능한 공간을 찾아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찾기 힘든 ‘특별한’ 장소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3. 부동산을 문화적으로 접근 : 도쿄 R 부동산은 부동산을 단순한 거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다룹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통해 집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서 부동산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4. 창의적 협업 : 도쿄 R 부동산은 다양한 창작자, 건축가, 디자이너와 협력하여 건물이나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공간을 만들고 그 가치를 높이기도 합니다.
5. 커뮤니티와 연결 : 이 회사는 단순히 집을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도 관심을 둡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단순히 거주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다시 읽어봐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이상적인데요. 무엇보다 창업자 3명과 직원들이 즐겁게 프로젝트 하듯이 일을 하는 것은 무척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나 다운 집 찾기>는 별집 부동산이 지금까지 조금은 특별한 집을 거래한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직은 혼자 일을 하는지라 책은 주로 거래 사례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례는 웹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공간 감수성 기르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집을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신다면, 룰에서 벗어난 구조의 집도 고려해 보세요. 집에 맞는 가구 배치를 찾고, 집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과정이 삶에도 활력을 줄 거예요. 새로운 구조를 찾는다면, 집을 보러 갔을 때 사각형 평면, 남향' 등 기존의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심리적인 구조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현관에 들어섰을 때 내가 마주하고 싶은 풍경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식탁에 앉았을 때 화장실을 마주하게 되진 않는지, 작더라도 빨래를 건조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이 있는지, 나의 신체 비율에 적당한 면적과 높이를 가졌는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만나게 되는 계단과 복도 공간이 휑뎅그렁하고 살풍경하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보는 거죠.”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공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공간만을 소개하는 SNS 채널도 많고 뉴스레터도 굉장히 많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것인지 아니면 취향을 가진 MZ 세대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GDP가 높아지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도쿄 R 부동산이 2003년에 시작되고 20년이 지났으니까 이제 우리나라도 집을 재테크로 보지 않는 첫 번째 세대가 탄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집이 곧 최고의 재테크이기 때문에 별집 부동산의 중개 방식에 낯설어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작가는 집을 보러 올 때 부모님이나 투자를 잘하는 친구와 같이 오는 고객들을 보면 살짝 긴장한다고 하면서 별집 부동산은 투자 조언을 하지 않는다고 책에 명시해 놓았습니다.
"별집은 운영 특성상 손님의 희망 조건에 맞는 매물을 개별적으로 찾아드리지 않아요. 중개하는 매물을 모두 웹사이트에 상세히 업로드하고 있기도 하지만 별집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공간을 발굴하고 확보하는 데 전력을 쏟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했어요. 이렇게 조금 '다른'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유는 별집의 사명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잠재되어 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즐거운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이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부동산과는 다른 방식을 만들었어요. 들어오는 매물을 모두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별집의 기준에 맞는 공간만 소개해요. 소개하는 매물은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공간의 매력을 전달합니다.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 역시 별집의 목표를 위해서입니다. 나에게 맞는 즐거운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려면 다양한 공간 경험이 필요해요. 별집에 올라온 매물들은 새로운 공간 경험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버블시대를 겪으면서 (최근에는 조금 달라진 양상도 보이지만) 집을 사면 감가상각이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도쿄 R 부동산처럼 투자보다는 공간과 라이프 스타일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집찾기가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별집 부동산과 같은 중개인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지요. 하지만 제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집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재테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맞는 집과 동네를 찾는다는 것은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있을 때 행복한지 어떤 방향에서 드는 햇살을 좋아하는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별집 부동산을 한 번 찾아가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가시기 전에 <나 다운 집 찾기>를 읽어 보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김정은
SPI 대표
2018년부터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I는 상업용부동산의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깊이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아티클과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더 나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