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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서재]다시 길을 찾고 있는 당신에게

2024.11.03 10:09:39

편집 고병기

승려와 수수께끼
초심
세상이 많이 어수선합니다.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수많은 변화가 찾아왔고 뒤이어 바로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업계는 이 두 가지 충격을 직격으로 받아 다른 업계보다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라는 본연의 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초심이 없다면 사람은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최근에 큰 힘이 되어주었던 <승려와 수수께끼>입니다. 이 책의 저자 랜디 코미사는 원래 변호사로 일하다가 애플의 고문변호사로 스카우트되면서 벤처 업계에 발을 들였고 실리콘밸리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벤처 투자자입니다. 이 책은 그런 그가 '내 아이디어는 성공할 것' 이라 확신하는 새내기 스타트업 대표 레니와 나눈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입장과 창업자의 시각을 동시에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이 책을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는 이유는 랜디 코미사가 끝까지 찾아 헤매었던 '사업의 진정성과 초심'이라는 가치를 같이 나눠보고 싶어서입니다. 
승려와 수수께끼에서 랜디 코미사는 젊은 창업자 레니와의 멘토링 과정을 통해 사업과 인생의 목적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레니는 ‘온라인 장례식 플랫폼’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랜디를 만납니다. 그는 랜디에게 이 사업이 얼마나 큰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유통이 얼마나 불투명한지 설명하면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경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이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에 차서 설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랜디는 레니가 이 사업에 진정으로 관심을 두게 된 이유를 파악하고자 집요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레니가 그 질문들에는 제대로 답하지 않고 투자자들이 오직 시장 규모와 수익성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며 철저히 숫자로 포장된 투자제안서를 들고 자신과 같은 투자자들만 소개받으려 하는 것에 점점 짜증을 느끼게 됩니다. 랜디는 레니에게 투자를 먼저 받고 돈을 벌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하는 창업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서 이는 사업의 진정한 성공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랜디는 진정한 성공이란 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데서 시작되며 돈을 목표로 한다면 현재를 낭비하게 되고 성공 후에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레니의 귀엔 들리지 않습니다. 

이때 레니의 공동 창업자인 앨리슨이 등장합니다. 앨리슨은 이 회사의 핵심 개발자로 그녀 없이는 레니도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앨리슨은 레니의 사업 구상이 점차 장례용품 온라인 쇼핑몰로 변질되는 것에 실망하며 동업을 재고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레니는 랜디에게 앨리슨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고 세 사람은 미팅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랜디는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됩니다. 바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된 것입니다.

앨리슨은 처음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레니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사람들이 죽음을 둘러싼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장례에 대한 편견을 줄이며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온라인을 통해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의미 있게 추모할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를 하면 좋겠다는데 의기투합을 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 사업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에 동업을 결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레니는 이러한 배경 설명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철저히 숫자와 수익성 중심으로 포장된 투자 제안서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미팅을 통해 랜디는 오히려 앨리슨이 이 사업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고려할만한 인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랜디는 좋은 동기만으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기에 수익만을 추구하는 레니와 이 사업의 목적을 알고 있는 앨리슨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레니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때 랜디는 레니에게 ‘승려와 수수께끼’ 질문을 던집니다.

승려와 수수께끼는 한 승려가 고가의 물건을 들고 사막을 건너는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질문을 통해 삶의 진정한 목적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랜디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것 만이 아닌 자신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찾고 진정으로 관심 있는 일에 헌신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사업을 할 때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에 품었던 진정한 목적과 가치를 사업의 과정에서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며 이렇게 될 때 일이 단순한 생계수단을 넘어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다행히 레니는 앨리슨을 통해 자신의 사업에 대한 동기와 진정성을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 경험은 그가 단순한 성공을 넘어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헌신적인 만남을 계속하는 투자자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책에서는 랜디 코미사의 경험들을 통해 왜 랜디가 이런 철학을 갖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쓰여 있으니 만약 여러분이 지금 하는 일을 왜 시작했는지,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김정은

SPI 대표

2018년부터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I는 상업용부동산의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깊이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아티클과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더 나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