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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서재]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

2024.12.29 10:17:03

숙의
숙론
갈등
연대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박사의 <숙론>은 갈등과 분열로 인해 위기에 처한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과 조직, 그리고 국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숙의와 논의’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이 책은 성급한 결정과 즉흥적 대립이 아닌 깊이 있는 논의와 사려 깊은 판단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돌고래 '제돌이'의 이야기를 기억할 겁니다. 최재천 박사는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신문기사를 통해서 읽을 때는 이런 지난한 과정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책에서 소개된 제돌이의 이야기는 숙의와 경청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제돌이는 오랜 기간 좁은 수조에 갇혀 있었지만 시민들이 그의 자연 복귀를 위해 숙의 과정을 시작하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고 전문가와 시민이 머리를 맞대며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 제돌이는 제주 바다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돌고래 한 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낸 일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제돌이의 사례는 숙의와 경청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사회는 지금 심각한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는 대립과 감정적 충돌로 점철되어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며 협력을 거부하는 태도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진정한 논의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세대 간 갈등과 부의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는 숙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과제임에도 지금의 정치 구조는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내 주장을 관철시키는 싸움’이라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최재천 박사는 토론의 본질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토론은 단지 이기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더 나은 결론을 찾는 과정입니다. 경청이 없는 토론은 그저 시끄러운 말다툼에 불과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직면한 세대 간 갈등과 부의 양극화 문제는 깊이 있는 숙의 없이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급속한 경제성장 이후 세대 간 경험과 가치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586세대와 MZ세대는 삶의 방식뿐 아니라 성공과 부의 정의에서도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은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고 있으며 나아가 경제적 불평등과 맞물려 공동체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부의 양극화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상위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고 다수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 현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각자의 이익만을 주장한다면 우리는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숙의와 논의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서로의 처지와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모두를 위한 공정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숙론의 본질입니다.

최재천 박사는 이 같은 숙의의 문화를 교육 현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주입식 학습과 성적 중심의 경쟁 구조로 이루어져 왔으며 학생들에게 논의와 토론의 본질을 경험할 기회를 주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이 단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을 존중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의 성숙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숙의와 논의의 문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를 경청하며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혁신과 신뢰를 가져오는 토대가 됩니다. 숙의를 통한 협력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핵심적인 방식이며 이것은 국가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숙론은 우리가 직면한 갈등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세대 간 갈등, 부의 양극화, 정치적 불안정은 더 이상 한 사람의 판단이나 한쪽의 목소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경청과 숙의의 자세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회적 신뢰와 협력이 부족하다면 도약은커녕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숙론은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며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우리가 어떤 태도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생각만 옳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는 숙의의 자세입니다. 정치, 교육, 기업,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 이러한 숙의의 문화를 정착시킨다면 우리는 보다 성숙한, 그리고 정서적으로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맞이할 것입니다
김정은

김정은

SPI 대표

2018년부터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I는 상업용부동산의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깊이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아티클과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더 나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