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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서재]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의 종말

2025.03.23 09:34:18

AI
교육
학생
비판적 사고

인공지능(AI)가 교실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위협으로 보지만 누군가는 가능성으로 봅니다. 비영리 교육재단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의 설립자인 살만 칸(Salman Khan)이 2024년에 펴낸 <나는 AI와 공부한다(Brave New Words)>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의 상식을 뒤흔드는 동시에 배움의 본질에 대해 다시 묻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온 교육의 풍경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칸 아카데미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고품질의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비영리 온라인 교육 플랫폼입니다. MIT와 하버드를 졸업한 금융맨이었던 살만 칸은 사촌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기 위해 만든 유튜브 강의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교육 혁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인공지능이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구체적이고도 낙관적으로 제시합니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설명합니다. 그는 칸 아카데미가 오픈AI와 협력해 개발한 AI 튜터 ‘칸미고(Khanmigo)’를 소개하며 이러한 기술이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는 모든 학생에게 최고의 교사를 한 명씩 붙여주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교사는 지치지 않고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절대 학생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살만 칸은 단지 기술에 대한 환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말합니다. 배움이란 정보를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탐색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는 거듭 강조합니다. 그리고 AI는 그 과정에서 학생의 ‘생각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교육 현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사교육 강국입니다. 학생들은 방과 후 또 다른 교실로 향하고 부모는 월급의 상당 부분을 학원비에 투자합니다. 이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보다 경쟁의 피로를 먼저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이번에 이제 아이들을 다 대학에 보내면서 '계속해서 팽창하기만 하는 사교육 시장은 과연 지속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AI와 공부한다>는 두려움으로 시작한 책이지만 다 읽은 후에는 대안을 찾은 느낌입니다. 물론 저처럼 직접 경험을 해야 그것을 더 잘 알게 되겠지만요. 책에서는 AI는 누구에게나 개별 튜터링의 효과를 제공할 수 있으며 경제적·지리적 제약 없이 고품질 교육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공교육 시스템이 놓치고 있는 정서적 케어, 동기 부여, 개별 피드백이라는 부분을 AI가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모든 학생은 고유하고 각자의 속도로 배웁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시간표, 똑같은 설명, 똑같은 평가 기준을 강요해왔습니다. 그것은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을 많이 했던 이유는 이미 저와 우리 아이들이 이 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두 딸과 함께 챗GPT를 활용한 학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보 검색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AI가 아이들의 맥락을 기억하고 대화를 진화시켜간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큰 딸 아이의 전공에 대한 고민이나 작은 딸 아이의 운동과 진로에 대한 관심을 AI가 기억하고 이어가는 대화는 마치 우리 아이를 오랫동안 지켜본 교사가 조언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기술은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가능성을 함께 기억해주는 동반자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물론, 이 변화가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습니다. 입시 중심의 사회, 학벌에 대한 강박, 사교육에 익숙한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 AI 튜터나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들은 질문을 AI에게 던지고 피드백을 받으며 스스로 학습 경로를 만들어갑니다. 교육에서의 주도권이 점차 아이들 손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배움은 스스로 선택했을 때 일어납니다. AI는 그 선택의 순간들을 더 많이, 더 자주 만들어 줍니다.”
이 책은 단지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좋은 교육에 대한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책입니다. 책을 덮은 후 하나의 질문을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AI가 바꾸는 세상에서는 어떤 사람이 더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살만 칸은 명확하게 답합니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비판적으로 질문하며, 스스로 배움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 그들이 AI 시대의 리더가 될 것입니다.”
이제 교육의 중심은 ‘암기’에서 ‘탐색’으로, ‘주입’에서 ‘대화’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AI는 이 변화의 촉매이자 조력자이며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여정에 함께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김정은

김정은

SPI 대표

2018년부터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I는 상업용부동산의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깊이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아티클과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더 나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