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큰 손들의 전유물에서 국민들의 ‘최애’ 노후 상품으로
지난해 한 매스컴을 통해 교도소 자산에 투자하고 운용해 발생한 임대료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미국 리츠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교도소까지 리츠 자산이라고?”, “그냥 은유적인 표현 아닐까?” 등등 반응들은 다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전엔 맞고 지금은 틀리다’입니다.
교정시설은 과거 ‘스페셜티 리츠(Specialy Reits)’라고 불리는 미국 리츠의 섹터 중 하나에 속한 자산이었습니다. 실제로 교도소에 투자하고 운용하며 수익을 일으켰고, 주주들에게 배당했습니다. 대표적인 교도소 리츠는 지오그룹(GEO Group), 코어시빅(CXW) 등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여러 제도적, 물리적 이유로 리츠 구조를 포기하고 현재는 일반 회계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렇지만 ‘스페셜티 리츠’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지노, 영화관 등 국내에서는 굉장히 생소할 수 있는 자산도 ‘리츠화’ 시키는 곳이 미국입니다. 현재 미국 리츠 시장은 족히 15개가 훌쩍 넘는 섹터가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권은 매우 폭넓습니다. 당연히 국내는 물론 타 국가에서 볼 수 없는 섹터들이 차고 넘칩니다.

미국 리츠의 다양성과 확장성, 그리고 이에 기반한 주주들의 선택지는 섹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리츠 시장에서는 여러 물리적 여건상 월배당 종목이 없는데요. 미국은 월배당 리츠가 많습니다. 리얼티인컴이 대표적인 월배당 리츠로 꼽히기도 하죠. 배당주기가 짧은 대목은 빈번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여유자금 확보, 복리효과 극대화 등에서 매우 유리합니다.
물론 미국 리츠 시장은 오랜 기간 동안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오면서 성장한 ‘빅마켓(Big market)’입니다. 국내는 물론 다른 일반 국가와 비교하긴 힘듭니다. 그렇지만 후발 국가 입장에서는 충분한 케이스 스터디 대상이 되고,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미국인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리츠 시장의 매력과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다양성, 안정성, 수익성 등 검증된 재테크 수단
글로벌 중에서도 미국 시장을 리츠 선진국 혹은 강국으로 꼽는 이유는 오랜 역사에 더해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리츠의 개수는 200여개, 시가총액은 2,000조원 안팎에 달합니다. 전세계 경제와 금융의 중심이 미국인 만큼 일정 부분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미국 리츠는 65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그만큼 산전수전을 겪은 곳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시기도 있었고, 여러 경제 위기를 겪으며 배당삭감을 겪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일종의 '흑역사(?)'도 모두 극복한 이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제도와 인프라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죠.
미국 리츠 시장이 가진 매력은 가장 먼저 거대한 영토와 자본 아래 형성된 시장인 만큼 다양성과 확장성 면에서 비교를 불허하는 점입니다. 오피스와 물류, 리테일, 호텔 등으로 제한적인 반면 미국 리츠 시장은 섹터의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데이터센터, 셀프스토리지, 통신탑, 팀버랜드(목재), 레지던셜, 게이밍…등등. 섹터의 다양화는 달리 말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고, 서로 간에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가장 눈이 갈 수 에 없는 부분은 수익률인데요. 외형상 미국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게는 2~3%, 많게는 5~6% 수준입니다. K리츠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칠 정도입니다. 하지만 배당금으로 채우지 못한 부분을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으로 충분히 상쇄하고 남을 정도입니다. 배당과 주가 수익을 모두 감안하는 ‘토탈리턴’ 기준 수익률은 S&P500 지수에 뒤지지 않습니다.


오랜 역사의 확장은 여러 파고를 겪으면서 그만큼 단단한 과정을 거쳤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K리츠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돼 온 것이 개별 종목들의 높은 LTV인데요(평균 60% 상회). 미국 리츠 역시 과거에 높은 LTV가 문제가 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 여러 이벤트를 겪으며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해왔습니다. 유사 시를 대비하기 위해 예비비 성격으로 배당금 일부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지난해 보여준 미국 리츠 시장의 분위기 반전도 결국 펀더멘털과 센티먼트 모두의 차이에서 나오는 측면이 큽니다. 특히 미국 리츠는 현지 증시 활황과 함께 동반 상승했는데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리츠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반등이 그대로 녹아들기도 했습니다. K리츠와 비교하면 미국 리츠의 회복력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죠. 오랜 역사에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계속 만회하고 성장해온 역사가 일정 부분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궁극적 메리트는 '투명성'과 '주주가치' 극대화
필자는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미국리츠협회(Nareits)가 주관하는 리츠 합동 IR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온 적이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가진 곳들은 대부분 행사에 참여하는데요. 리츠 시장이 발전한 만큼 IR 행사의 참여 열기나 분위기는 상당히 뜨겁습니다. 100여 개 안팎의 리츠와 여기에 투자하거나 투자를 고려하는 연기금과 공제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모두 참여할 정도입니다.
IR 분위기나 열기가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리츠 시장의 열기와 참여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 이벤트기 때문입니다. 미국 리츠들은 최대한 많은 기회를 통해 주주와 시장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극대화하는 액션이 체화되어 있습니다. 이슈가 있을 때는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설득에 나서기도 합니다.

미국과 국내를 비롯해 여러 국가의 리츠 투자를 담당하는 한 매니저는 “미국의 경우엔 운용 측면에서 여러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이를 통한 시장 혹은 주주들과의 소통이 관례화된 곳”이라며 “법적, 문화적 인프라 역시 긴 시간을 보내면서 자리잡았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투자자들이나 시장과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IR 행사 당시 한 가지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드릴까 합니다. 지난 2022년은 프롤로지스가 당시 물류 리츠 2위인 듀크리얼티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이어졌는데요. 두 곳은 당시 IR 행사에서 같은 공간에서 차례로 등장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두 곳은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예민한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질문 자체나 자리를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기억이 선명한 것은 국내 리츠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리츠는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도 있지만, 다수는 IR이란 행사에 대해 소극적이고 최대한 피하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물론 크고 작은 이벤트에 적극적인 곳들도 있습니다). 이런 작을 수 있지만 의미가 큰 리츠의 액션에 국내와 미국 리츠의 차이점을 찾는 투자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1차적으로 미국 리츠 10여개 개별 리츠(섹터, 시가총액 및 인지도 기준)에 대해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디테일하고 딱딱한 부분보다는 리츠 종목이 어떤 기회와 위기를 겪으며 성장해왔고, 어떤 자산에 투자하며,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또한 이제 본격적인 개화기를 지난 K리츠 시장이 벤치마킹 할 만한 포인트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3화에서는 가장 먼저 글로벌 물류 공룡이자 미국 리츠 대장주인 프롤로지스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