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리츠, 롯데리츠, 한화리츠 등 소위 대기업 스폰서 리츠 3곳이 지난해와 올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남긴 공통적인 자취가 있습니다. 주식자본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채권발행시장에서는 회사채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곳들이란 점입니다. 특히 AA급 신용등급을 기반(롯데와 한화는 담보부사채)로 2%대 후반 혹은 3%대 초반에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수면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금리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유니버스’가 뭐길래…회사채 발행 앞둔 SK리츠의 '빅픽처'
실제로 세 곳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위한 기관투자자 모집에 사력을 다했고, 결과는 모두 기대치를 충족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회사채 시장에서 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세 곳의 경쟁과 노력이 결과적으로 질적 성과를 올리는데도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최근 발행에 나섰던 롯데리츠는 앞선 리츠들과 달리 1년 단일물로만 구성해서 2%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나머지, 즉 A급 K리츠들의 채권 발행은 비교적 잠잠한 모습입니다. 신용등급을 보유한 대부분이 리츠가 A급이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채권 발행에 나서지 않은 곳이 상당히 많은 셈입니다. 이지스밸류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 공사모 회사채를 비롯 꾸준히 조달에 나서는 모습 외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이지스 리츠들은 ESG채권시장 역시 가장 먼저 개척했고, 다양한 여러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는 곳들입니다).
실제로 신용등급 상 분포도를 보면 A급이 가장 많습니다. 삼성FN리츠가 ‘A+’인 가운데 ESR켄달스퀘어리츠, 신한알파리츠, 이지스밸류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코람코더원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KB스타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등이 ‘A-‘의 등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체 K리츠 가운데 절반 이상이 A등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곳인 셈입니다.

현재 A급 회사채 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이고, 담보대출과 비교하면 상당히 유리한 수준이란 점에서 다소 의외의 행보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A+’의 유통금리는 2.7% 수준(1년물), ‘A-‘의 유통금리는 3.2%(1년물)입니다. ‘AA-‘가 2%대 후반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요. 다소 아쉽긴 하지만, 담보대출 금리가 4%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회사채 시장의 메리트는 적지 않습니다.
사실 A급 K리츠들도 회사채 발행을 늘 검토하곤 합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데요. 정작 최종 카드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조달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많게는 3,000억~5,000억원까지 담보대출 실행이나 리파이낸싱이 필요한 상황에서 A급은 AA급 보다도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적입니다. 회사채와 담보대출을 병행할 시에도 (대주단 등) 여러 변수들도 있어 유인도 떨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는 낯선 방식에서 오는 부담감도 일정 영향을 줍니다. 공모 회사채의 경우엔 증권신고서 작성부터 채권 세일즈와 마케팅, 최종 기관투자자 유치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증권사가 주도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태여 추가로 일을 벌리기 보다는 익숙하게 해오던 담보대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필요하다면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성이 높지 않더라도,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를 확보해두기 위해서도 채권발행시장의 활용폭은 커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자본시장과의 꾸준한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아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유동성 우려를 겪던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우군을 맡았던 복수 증권사들과 계속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일은 운이 아닌, 자본시장 내 레코드와 커리어를 쌓아온 덕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