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
인구와 부
인구감소
경제축소
미래가치 설계
도시경쟁력 강화
인구 감소는 이제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간 같은 작가의 책을 다양하게 읽고 'CEO의 서재'를 통해 소개했는데요. 이번 책은 그가 쓴 책 중에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출산율,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이 숫자들은 늘 위기를 나타내주는 언어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서울대 조영태 교수와 고우림 작가의 『인구와 부』는 이 익숙한 전제를 다시 묻습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반드시 부도 함께 줄어드는가? 그리고 인구 감소는 정말 정해진 쇠퇴를 의미하는가? 이 책은 인구를 복지나 정책의 문제로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인구를 부가 생성되고 분배되는 구조를 바꾸는 변수로 읽습니다. 인구는 경제의 결과가 아니라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는지를 결정하는 출발 조건이라는 관점입니다. 이 관점의 전환이 이 책을 비즈니스 필독서로 만들었습니다.

 

 

인구를 읽는 세 가지 틀
조영태 교수는 인구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연령효과, 시기효과, 코호트 효과라는 세 가지 분석 틀을 제시합니다. 연령효과는 생애주기에 따른 변화, 시기효과는 외환위기나 팬데믹처럼 특정 시대가 남긴 흔적, 코호트 효과는 같은 시기를 통과하며 비슷한 환경을 경험한 집단의 특성입니다. 이 중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코호트입니다. 지금의 60대는 과거의 60대가 아닙니다. 교육 수준, 자산 보유, 소비 경험, 기술 수용력까지 이들은 더 이상 부양의 대상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세대입니다. 사회의 기본 단위가 가구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고, 의사결정, 소비, 이동, 주거 선택의 기준이 점점 더 개인 단위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인구 감소는 축소가 아니라 재배치입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합니다. 인구 감소는 곧바로 경제의 축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는 사라지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이동합니다. 실제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1인당 자산과 소비가 증가한 국가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구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생산성과 부가가치의 질입니다. 저자는 국가 내부의 인구 변화보다 국가 간 인구 구조의 차이에 주목합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와 젊은 인구가 집중된 국가가 하나의 가치사슬 안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맡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때 노동력 자체보다 교육, 연구개발, 금융, 기술 결합 능력 같은 고부가가치 기능이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부의 흐름을 결정합니다.
 
 
인구를 부로 전환하는 힘, 인재와 역량
생산가능인구 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구개발 인력의 부족이라는 것입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을 결합하고, 새로운 시장을 설계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면 국가의 성장 경로 자체가 막힙니다. 한국의 R&D 인력 비중은 OECD 상위권이지만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이 비교 우위도 위협받습니다. AI는 노동을 대체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그 기술을 설계하고 활용할 인적 자본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인구 감소 국가의 해법은 출산율 제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재의 국제적 이동, 국가 간 협업, 지식 노동 중심의 생태계 구축. 인구를 국경 안의 숫자가 아니라 글로벌 혁신 자원으로 재구성할 때 인구는 비용이 아니라 부로 전환됩니다.
 
 
'업의 본질을 업그레이드하라'는 메시지
『인구와 부』는 특정 산업의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구 구조 변화 앞에서 각 산업이 자신의 업의 본질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업의 업그레이드'란 기존의 방식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구 변화 이후에도 해당 산업이 여전히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역할을 재설정하는 일입니다.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인구의 양이 아니라 인구의 질과 구조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독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부동산금융업은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우리 업의 본질은 더 많은 건물을 짓는 데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핵심은 어떤 도시와 공간으로 자본이 흐르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지금까지 부동산은 개발과 분양 중심의 사이클에 묶여 있었습니다. 인구가 늘고, 가구가 형성되고, 수요가 생기면 자금을 조달해 건물을 짓고 팔았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이 사이클은 그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부동산은 이제 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 소비하는 경험, 그리고 외부 인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경쟁력을 부동산금융 구조로 연결하는 산업으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즉, 부동산의 가치는 면적이 아니라 도시의 매력과 기능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관점에서 도시 자체가 중요한 국가 자산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는 수출품은 아니지만 여행수지와 서비스 수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부를 유입시키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여행수지 적자는 2024년 기준 연간 약 1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 숫자는 뒤집어 보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관광, 문화, 의료, 교육, 예술. 이 모든 고부가가치 산업은 도시라는 기반 위에서 작동합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일수록 도시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부를 좌우합니다. 도쿄가 좋은 예입니다. 일본은 30년 넘게 인구 감소를 경험했지만 도쿄의 부동산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글로벌 자본과 관광객이 선택하는 도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울도 같은 갈림길 위에 있습니다.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은 이미 확인되었지만 그 영향력이 도시 공간의 가치로 아직 충분히 전환되지 않았습니다. 도시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 그 힘을 금융 구조로 설계하는 일이 인구 감소 시대 부동산금융의 본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미래 가치를 만드는 일
『인구와 부』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어떤 구조가 부를 만들어내는가? 부동산금융업의 역할은 개발과 자금 조달을 넘어 도시의 미래 가치를 기획하고 구조화하는 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도시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시간은 무엇인지, 외부 자본과 인재가 그 도시를 선택할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금융으로 연결할 것인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앞으로의 업입니다.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데이터의 역할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를 추적하고, 도시별 자본 흐름과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그 위에 투자 판단의 근거를 설계하는 일. 어떤 도시가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는지, 어떤 공간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는지, 그 흐름을 읽는 것이 곧 부의 방향을 읽는 일입니다. 부동산 데이터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구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가 제공하는 경험의 총량은 늘릴 수 있습니다. 『인구와 부』는 그 가능성을 감정이 아니라 인구학이라는 언어로 보여줍니다. 인구는 정해진 미래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부의 구조는 여전히 설계의 영역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설계는 각자의 업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이 책의 일부만 소개했지만 책의 내용 중에는 ‘해외 진출 전략’라든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3가지 층위로 설계하는 인구전략’ 등 생각하면서 읽을 거리가 가득합니다. 특히 대기업이나 특정 산업에서 컨설팅을 하면서 받았던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인 것 같아서 닥쳐온 미래를 불안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김정은

SPI 대표

2018년부터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I는 상업용부동산의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깊이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아티클과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더 나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