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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서재]허무하지 않은 인생을 살기 위하여

2023.03.12 09:03:38

안젤라의 서재

지난 2019년 난데없이 명절이 두려운 모든 사람들에게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칼럼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가 이번에 허무한 인생에 대하여 책을 냈습니다. 저도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읽은 이후 그의 팬이 되어 내는 책을 모두 읽은 애독자라 책이 나오자 마자 사서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허무를 논하는데 전혀 허무하지 않고 읽고 나면 오히려 충만해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쉼 없이 인생을 달려온 우리에게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라 읽고 나면 오히려 뿌듯한 느낌이 드는 이 책을 오늘 SPI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레벨테스트’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초등학생부터 ‘의대 입시반’이 시작되기도 하지요.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내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할 때 50대는 넘어야 인생의 허무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이미 20대부터 인생의 허무함을 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인생의 허무를 논하기엔 50대도 젊지요. 인간의 수명은 더 길어졌지만 오히려 예전 보다 허무함을 더 빨리 느끼는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허무를 느끼는 대신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만 하더라도 'E'형인 사람들과 'I'형의 사람들은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도 분명히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매일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고만 이야기 하는 우리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면 에너지를 쓰기만 하고 충전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나보다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을 위해 주위의 평가를 너무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성취를 향해 달려갔던 사람들이 잠시 느끼는 성취감 뒤에 오는 허무를 예방(?)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삶을 제시하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기에 그 의미와 효용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미술 작품들과 인용한 책들이 너무 좋기 때문에 꼬리물기 독서에 매우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제 마음을 움직였던 책 속의 문장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삶의 쳇바퀴를 사랑하기 위하여> 이 장에서 작가는 일을 대하는 마음이 자기 주도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삶을 위해서 매일 해야 하는 노동'이 얼마나 내 인생에 중요한 지 알 수 있다고 일깨워 줍니다.

“지나친 여가는 인간을 공허하고, 무료하고, 빈둥거리고 낭비하게끔 만든다.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 공부하는 삶이 괴로운가? 공부를 안 하는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공부를 하는 게 구원이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괴로운가? 사람을 안 만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구원이다.”

책의 내용 중 '정신승리란 무엇인가'에서는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하면서 포도가 시기 때문에 안 먹는 게 낫다는 것은 정신승리가 아니고 포도를 먹기 위해 여우가 해야 하는 노력을 하고 그런 노력 끝에 포도를 먹었는데 그것이 너무 시어 맛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정신승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승리는 승리고, 패배는 패배다. 하나의 패배를 인정했다고 해서 모든 패배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패배도 모든 면에서 패배인 것은 아니다. 모든 관점에서 다 패배인 경우는 없다. 어떤 패배를 해도 인생 전체가 패배로 변하는 경우는 없다. 현실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마음의 탄력을 갖는 것이 진정한 정신승리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에필로그에 잘 드러나 있는데 허무함을 느끼지 않는 인생이란 곧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입니다. 얼마를 벌면, 무엇이 되면, 어떤 학교를 가면, 어디에 취직하면, 그 후에 내가 무엇을 하겠다라는 생각 보다는 매일의 삶에서 내 삶의 구원을 찾는 일(작가에게는 그런 행위가 바로 산책이라고 합니다.)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목적 없는 삶을 원해왔다. 왜냐하면 나는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므로.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으므로. 목적은 결국 삶을 배신하기 마련이므로.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해보자. 대개 기대만큼 기쁘지 않다. 허무가 엄습한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뭐 하지? 목적 달성에 실패 했다고 해보자. 그것 봐, 해내지 못했잖아.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지?
(중략)
인생에 정해진 목적은 없어도 단기적 목표는 있다. 산책에 목적은 없어도 동선과 좌표는 있다. 목적 없는 삶을 바란다고 하면 누워서 ‘꿀 빨겠다’는 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큰 오해다. 쉬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이 인생 아니던가. 소극적으로 쉬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쉬어야 쉬어진다. 악착같이 쉬고 최선을 다해 설렁설렁 살아야 한다. 목적 없는 삶도 마찬가지이다. 최선을 다해야 목적없이 살 수 있다. 꼭 목적이 없어야만 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을 원한다. 나는 삶을 살고 싶지, 삶이란 과제를 수행하고 싶지 않으므로”

 

제가 이 책을 읽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나에게 구원이 되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바로 ‘읽기’ 인데요. 생각해 보니 제 읽기에도 목적이 없습니다. 어떤 글이라도 저에게 용기를 주고, 다름 사람의 삶을 보여주고,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저는 그 읽는 시간 자체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각자의 '구원'을 찾아보시면 어떨까 생각하며,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정은

김정은

SPI 대표

2018년부터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I는 상업용부동산의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깊이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아티클과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더 나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