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기술의 역설, 엠피튜틱 라이트와 쉐어딜
한국과 벨기에의 부동산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결정적 요소는 바로 소유권의 형태입니다. 한국과 다른 형태가 나타나는 이유는 '취득세율'에서 비롯되는데요. 엠피튜릭 라이트(Emphyteutic Right, 일종의 장기지상권)과 쉐어딜이라는 방식이 나타납니다.
소유권이란 사용수익권(용익물권)과 처분권(담보물권)을 모두 포함하는 완전한 형태의 물권입니다. 한국에서 국내 오피스 빌딩을 인수한다는 것은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동시에 취득한 것을 뜻합니다. 자산 취득 시 발생하는 세금은 토지 및 건물 분 취득세(과거의 등록세가 취득세에 통합)이며, 유상승계취득에 따라 취득세 4% 및 농어촌특별세 0.2%, 지방교육세 0.4%로, 취득세율은 총 4.6%입니다.
벨기에 역시 완전한 형태의 소유권(Full Ownership)이 존재합니다. 다만, 소유권 이전 시 취득세율은 12~12.5%이며, 지역 별로 취득세율이 다릅니다. 브뤼셀 수도지역은 12.5%이며, 앤트워프, 브뤼헤, 겐트 등 플랑드르 지역은 12%를 적용합니다. 한국이 4%대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엠피튜틱 라이트(Emphyteutic Right)'는 99년치 지료를 일시에 지불하고, '지상권'을 사오는 구조로 실물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물권'적 성격을 가집니다. 소유권 이전이 12.5%의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달리, 엠피튜틱 등록세는 5%(예전에는 2%, '24년 1월 1일부터 5%로 인상)입니다. 이를 활용해 초기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구조입니다.
자산 매매 시 엠피튜틱과 함께 향후 토지를 1유로에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형성권)을 결합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풀어서 쓰자면 이 콜옵션은 토지 잔여소유권 매수 선택권(형성권)입니다. 이 권리는 대주의 담보가치 평가에서 소유권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기 쉽습니다.
이 구조에서 토지 소유주는 99년에 해당하는 지료를 일시불로 미리 받은 셈이며, 건물 소유주는 훗날 1유로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취득 시점에는 건물 운영권에 대해 5%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먼 미래에 토지를 확정적으로 인수할 때 12.5%의 취득세를 내는 '비용 이연'구조입니다.
엠피튜틱 구조는 '가성비 전략'이지만,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매수 후보군이 제한됩니다. K리츠가 완전한 소유권이 아닌, 일부 층을 보유한 구분물건, 부동산펀드 등 지분증권을 보유한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것과 유사한 이치입니다. 권리의 불완전성은 환금성의 제약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미래의 세금은 현재의 자산 가치 할인 요인입니다. 아직 내지 않은 토지분 취득세 12.5%는 당장 지불할 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비용입니다.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과세관청의 취득세 면제의 부정 등 예상치 못한 세금추징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신규 매수자는 당연히 이 잠재적 지출을 감안하여 매수가격을 낮게 부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필연적인 건물 가격의 하락 요인이 됩니다.
셋째, 금융권 역시 구조적 약점을 알기 때문에 부동산 침체기에는 LTV를 낮게 부르거나 리스크에 따른 금리를 높게 산정합니다. 이를 명분으로 대출연장을 거부하기도, 원금상환을 압박하기도 합니다.
반면,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파이낸스타워나 KB스타리츠의 노스갤럭시타워는 FIIS(부동산특별투자기구, Fonds d’Investissement Immobiliers Specialises)를 활용합니다. 즉, 자산을 사고 파는 에셋딜(Asset deal)이 아닌 펀드 지분을 사고 파는 쉐어딜(Share deal)형태를 취했습니다.
FIIS 역시 GVV처럼 배당가능이익의 80%를 배당해야하는 의무는 있지만, GVV처럼 부채비율 제한(65%룰)이나 분산투자 의무(20%룰)가 없습니다. 또한, 투아송도르 빌딩의 사례처럼 상대적으로 소유권이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FIIS 요건을 갖춘 기관투자자여야 인수 및 투자금 회수(exit)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FIIS 구조 역시 매수자 풀이 제한된 편입니다. 또한, 이 역시도 '법인'을 인수하였기 때문에 세금이 누락했거나, 회계처리의 미비 등 잠재적인 우발 채무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신규 매수자가 이를 근거로 가격 할인을 요구하거나, 리스크 회피를 위해 '실물 건물만 사겠다'고 나설 경우 결국 취득세 부담만큼 매각 가격을 깎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설계'는 시장이 호황일 때 효율적인 절세 수단이 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양날의 검이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설계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벨기에 현지의 극소수 글로벌 법인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의 과점과 차단벽
한국과 벨기에의 부동산 시장을 비교할 때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독립성' 의 문제입니다 . 한국은 삼창, 경일, 미래새한 등 감정평가법인(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 업무만 수행하며, 중개법인은 중개업무 등(컨설팅, 경공매 등)을 수행합니다. 은행 역시 담보대출을 위해 자체 평가사를 두고 있지만, 외부 평가법인의 평가서 검토 등으로 영역이 제한되어있습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처럼, 각 주체별로 정해진 역할만 수행가능합니다.
한때 문재인 정부 당시 공인중개사, 부녀회, 입주자회의 등이 주도한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아파트가격 담합)가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판교가 오르니 광교도 올라야한다, 옆 단지 자이의 가격이 오르니 우리 힐스테이트 호가도 올리는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담합하였습니다.
벨기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이와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법적으로는 차단벽(Chinese Wall)이 있어서 은행, 평가, 중개, 자문 부서는 서로의 전산망을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글로벌대형 부동산법인들은 그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즉, 소수가 정보를 과점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시장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소수에게 모인 시장에서 임대료를 올리면, 그에 따라 자산의 거래가격은 올리고 그 자산의 거래사례는 다시 비교법에 의해 자산가치를 상승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조금 더 세분화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개부서에서 거래사례를 하나 만들어내고, 자문(리서치) 부서에서 '유럽 오피스 시장의 위기'와 같은 보수적인 스탠스의 리포트를 발행하고, 감정평가 부서에서는 리서치 팀이 낸 리포트를 바탕으로 감정평가액을 깎을 수 있는 명분으로 사용하며 은행은 이를 근거로 금리를 올리거나 디레버리징이나 캐시트랩을 실행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합니다.
앞서, 벨기에의 감정평가는 수익법을 주된 평가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하였습니다. 수익법은 실제 들어오는 임대료, 이자율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법(거래사례비교법 등)에 비해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평가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는 존재합니다.
평가사가 오피스 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캡레이트(Cap Rate)를 조금만 높게 잡아도 건물 가치는 수백억원이 낮아지며, 건물 유지비용을 높게 책정하면 이 역시 순이익이 감소해 가치가 낮아집니다. 현재 공실 없이 100% 임대 중이어도, 이후 재계약 때 공실이 생길 수 있다거나 임차인의 퇴거위험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평가사의 주관에 의해 가치를 깎을 수 있습니다.
<매수자/임차인의 제한> exit의 어려움
이처럼 소수 글로벌 법인이 정보와 평가를 독점하는 구조는 결국 시장의 유동성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넣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신규 매수자의 진입을 막고, 한국 리츠들을 '나갈 수 없는 방'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는 완전경쟁시장이라면 이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정보의 비대칭성과 함께 매수자, 임차인이 제한되어 있는 불완전경쟁시장입니다. 이들 중 연결고리 하나가 빠진다면 예상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벨기에 시장에 상장된 대형 GVV사는 WDP(Warehouses De Pauw), Cofinimmo, Aedifica 등입니다. WDP는 벨기에 GVV 중 시가총액 1위(7~80억 유로=약10~12조원)로 유럽 전역의 물류 부동산에 특화되어있고, Cofinimmo는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GVV이며, 시가총액 25~30억 유로 수준으로 헬스케어, 요양병원의 비중이 높습니다. Aedifica 역시 유럽 전역 헬스케어 자산에 특화되어있습니다.
신한알파리츠, SK리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등 오피스 리츠가 활성화된 한국과는 달리, 벨기에 대형 GVV 중에서 오피스 전문회사가 드물었습니다. 헬스케어와 물류센터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만 남아있거나 수익성 악화로 상장폐지(Befimmo : '22년 브룩필드에 의해 상장폐지)되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Cofinimmo 역시 과거에는 노스갤럭시타워(현 KB스타리츠 보유)를 보유하는 등 오피스 GVV였으나, 현재는 헬스케어(요양병원)의 비중을 70%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지역적 요인 역시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역시 CBD, GBD, YBD, PBD의 성격이 모두 다르듯, 벨기에 역시 레오폴드, 루이즈, 펜타곤, 북부, 남부지구의 지역적 특색이 다릅니다. 레오폴드 지구는 EU가 위치해있어 공실률이 3%대이며, 7~15층, 즉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루이즈 역시 고소득 전문직을 위한 부티크 오피스로 구성되어있으며 리노베이션 비용이 적게 듭니다. 현지 GVV들은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매력적으로 느끼는 Core지역으로 분류합니다.
반면, 펜타곤 지구(제이알 : Finance Tower), 북부지구(KB스타 : North Galaxy Tower)는 GVV들의 신규매입이 쉽지 않습니다. 펜타곤 지구는 문화유산 등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들이 많아 리모델링이 어렵고, 주차장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부 지구 자산은 덩치가 너무 큽니다.
앞서 말한 GVV를 대상으로 한 규제는 매수자의 제한으로 이어집니다. GVV는 법적으로 LTV 65%로 제한되어있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조 단위의 자산 매입 시 35%, 즉, 3,500억원을 자본으로 채워야합니다. 법정기준이 아닌 실무기준에 따르면 LTV는 50%수준이며, 이 경우 자본이 5,000억원으로 늘어나며 부담이 증가합니다. 즉, 대형 GVV가 아닌 이상, 중소형 GVV는 대형자산을 매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소형 GVV는 헬스케어, 학생 기숙사 등 규모가 작은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사옥으로 매수하기에는 이미 정부가 장기 임차 중이라서 당장 입주하기 어렵습니다. 외국계 사모펀드는 대출을 80%까지 활용할 수는 있지만, 법인세 25%를 감안한다면 원하는 수익률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EPC와 브라운디스카운트
매수자를 찾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엠피튜틱과 같은 법적요인, GVV의 대출 규제 등 금융적 요인에만 있지 않습니다. 건물의 생존을 결정짓는 '물리적 수명'의 잣대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더 치명적입니다. 바로 EPC(건물에너지 효율 등급) 규제입니다.
즉, 친환경 인증을 받은 신축 오피스는 그린 프리미엄을 받게 되는 반면, 규제를 맞추지 못한 노후 빌딩들은 가치가 시장평균보다 깎이는 브라운 디스카운트를 적용받습니다. 브라운 디스카운트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후 빌딩은 임대료가 낮아지고, 운영비가 비싸집니다. EPC 등급이 낮으면 '30년 이후 임대차가 금지될 수도 있으며, 금융권 역시 이들 자산에 대해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여 대출을 잘 해주지 않거나 대출 금리를 높입니다.
이에 따라 브뤼셀의 오피스시장에서는 ▲건물에너지 효율 등급(EPC)충족과 함께 ▲BREEAM(유럽의 친환경 인증) Excellent 등급, 그리고 LEED 인증 또는 WELL인증(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관한 건축 인증) 등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참고로 KB스타리츠의 노스갤럭시타워는 '04년 준공되었습니다. '30년부터 강화되는 EU의 건물에너지 성증지침(EPBD)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파이낸스타워는 '05~'08년 리모델링을 마쳐 노스갤럭시타워보다는 여유로운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신규 매수자와 임차인의 대안은 제한적입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글로벌 보험사나 연기금이 매수자가 되는 경우입니다. 이들은 보험 가입자로부터 발생하는 Float(보험료)의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LTV 규제에서 자유롭고, 장기보유를 목적으로 합니다.
(3편-마지막-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