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만 높던 금리 인하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9월 미 연준, 10월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시장 금리는 이미 하락세다. 4년 만의 금리 인하를 앞두고 삼성증권은 지난 9월 4~5일, 제8회 K리츠 코퍼레이트 데이(K-REITs corporate day, 콥데이)를 진행했다. K리츠 콥데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흔들리던 2020년, 상장리츠의 이해도를 높이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이후 2022년부터는 상장리츠가 늘어나며 상하반기 1회씩 개최하게 되었으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와 투자자는 물론 연관된 다양한 산업 주체가 참여하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한파 속 자생력 키운 K리츠, 그리고 성장 전략들
2024년 하반기 K리츠 콥데이의 화두는 ‘금리 하락기, 리츠의 성장 전략’이었다. 지난 2년간 금리 급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리츠들의 외부 환경 대응능력은 강화되고, 리츠마다 고유의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단계다. 2022~2023년, 예상을 상회하는 속도와 레벨의 시장 금리로 일부 리츠에게서 충격적인 배당컷이 나타났고 주주 불만도 증폭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벼랑 끝까지 갔기 때문에 한국 리츠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번 IR 행사에서 리츠들은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비췄다. 그간의 방어적인 배당 보완 전략에서 다시 외적 성장 계획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 색달랐다.
국내 리츠의 가중평균 금리는 2022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2023년 급등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승 폭이 완화되고 대체로 2025년 하반기부터 하락이 예상된다. 2019년 말 상장해 리파이낸싱 시기가 가장 빨랐던 롯데리츠가 시장을 대변한다. 롯데리츠의 가중평균 금리는 2020년 2.5%→2023년 5.3%로 급등했고 2024년 4.7%→ 2025년 4.2%로 당초 예상을 크게 하회할 전망이다. 장기간 저평가되었던 리츠들은 최근 리파이낸싱 금리 하락이 입증된 뒤 낙폭과대 해소→ 신규 자산 편입 시 주가 레벨업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유상증자를 추진하거나 대기 중인 리츠는 7개사로 자본 조달 규모만 1조원에 달해 강한 외적 성장이 기대된다. 삼성FN리츠, 한화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는 2,000억~8,000억원의 자산 편입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자산 편입을 발표한 리츠들의 특징은 과거와 달리 그룹의 상징적 자산 혹은 코어 자산을 편입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질을 상향한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로 자산 편입 부담이 낮아진 영향도 있지만 자금조달이 용이한 리츠 비히클(vehicle)의 특성으로 매입 경쟁력이 강화된 영향도 크다. 실제 지난 1년간 오피스 시장에서 상장리츠의 거래 비중은 20%로 급증했다. 일본도 2015년을 기점으로 리츠가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사모펀드와 유사해졌고 이후 J-REITs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음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 스폰서 리츠의 변화, 달라진 시장의 평가
주목할 점은 기업 스폰서 리츠의 변신이다. 한때 계열사 지원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으나 최근 이들은 그룹의 상징적 자산을 편입하며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주식시장 내 거세지는 주주 가치 제고 요구, 미래 성장을 위한 그룹의 투자 재원 마련, 자본의 효율적 재배치 차원에서 주요 그룹들은 부동산을 유동화시키는 방식으로 상장리츠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단, 기존과 달라진 점은 스폰서와 리츠 간 균형적 관계 형성, 리츠의 협상력 제고 등으로 기업 스폰서 리츠에 향했던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리츠의 장교빌딩을 시작으로 그룹의 상징적 자산을 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FN리츠는 삼성화재 판교사옥을, 롯데리츠는 L7호텔강남(오피스와 호텔 복합건물) 편입을 추진 중이다. 또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SK디앤디의 명동N오피스 편입을 추진 중인데 디벨로퍼의 개발자산 편입의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리츠와 그룹사들이 균형적 관계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그룹들의 상장리츠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부동산의 일부를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마련된 자금을 가장 중요한 미래 성장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을 누리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리츠가 단지 ATM기와 같은 유동화의 창구가 아닌, 리츠 주주가치를 보호하며 영속적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최근 보이는 기업 스폰서 리츠의 긍정적 변화는 2019년부터 기업 스폰서 리츠가 상장하기 시작하며 시장이 기대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실망하는 일부 사례-과도한 유상증자, 편입자산의 가격과 질적 요건 등에 의구심, 배당 불확실성- 등이 속출하고 고금리 타격까지 입으며 한동안 한국 리츠는 외면당했다. 미성숙했던 한국 리츠 시장은 역설적으로 고금리라는 난관을 겪으며 주주가치 제고가 스폰서와 리츠 모두에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고 점차 세련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선배당 후투자 정책 도입, 적절한 규모의 유상증자 시행, 배당 안정성을 위해 미래 현금흐름 가이던스 제시 등이 그 예다.
압축 성장의 K리츠, 이제는 '레벨업'으로
주요국이 20년 이상 걸린 성장을 한국 리츠 시장은 불과 5~6년만에 해내고 있는 데에는 대기업이 주도한 스폰서 리츠의 역할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개발 자산을 계열 리츠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일본 등 글로벌 리츠와 달리 한국 기업은 일종의 영업용 부동산을 리츠에 공급하다보니 압축 성장이 가능했다. 계열사간 거래의 속성상 그만큼 시장의 잣대도 엄격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에 부응하는 자구적 노력으로 한국 리츠는 한차례 더 레벨업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고문은 9월 5일자 'K-REITSs corporate day take aways' 리포트를 각색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