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기금을 운용하는 새로운 기관투자자 한 곳과 신규 펀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상장 리츠 투자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이 중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질의를 기반으로 리츠에 투자할 때 생기는 몇 가지 이슈와 생각을 공유해봅니다.
국내 기금 운용 기관 내에 상장 리츠를 담당하는 부서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는 2017년에 창설되었는데 창설 초기 리츠가 가지고 있는 이질적인 특성 때문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상장 리츠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증권이라는 특성을 가진 간접부동산투자라서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 내에서 기업 투자 부서와 부동산 투자 부서 중 어느 부서가 상장 리츠를 담당하는 것이 적합할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국민연금,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국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 대부분이 부동산 투자 부서에서 상장 리츠 투자를 담당하고 있어 기관 내에 상장 리츠의 담당 부서가 부동산 투자 부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상장 리츠와 실물 부동산과의 관계 보유 기간에 따른 상장 리츠와 주식 그리고 실물 부동산의 상관관계 /자료=COHEN & STEERS
코헨&스티어스(Cohen&Steers) 자료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상장 리츠와 부동산의 상관관계는 0.24로 매우 낮습니다. 0.24는 통계적으로 두 개의 자산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죠. 단기적으로 리츠는 오히려 주식과 0.76이라는 의미 있는 수준의 높은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하지만 투자 기간이 늘어날수록 결국 리츠와 실물 부동산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반대로 주식과의 상관관계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상장 리츠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이벤트들에 반응하며 주식처럼 움직이나 장기 성과는 결국 실물 부동산을 따라가게 됩니다.
자료=GIC, DWS, 2023년 3월
리츠 주가 움직임을 1년 늦춰서 비교한 수익률 추이를 보면 두 자산의 움직임이 더욱 분명하게 보입니다. 실물 부동산이 매끈하고 완만한 추이를 보이는 반면에 상장 리츠는 확연히 굴곡이 심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두 자산이 결국 시차를 두고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상장 리츠를 부동산 간접 투자로 간주할 수 있고, 따라서 부동산 투자 부서가 리츠를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장 리츠의 높은 변동성과 투자 기회상장 리츠는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실물 부동산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입니다. 재무학에서는 변동성을 위험으로 정의합니다. 변동성 측면에서 상장 리츠가 실물 부동산 대비 확연하게 위험한 자산인 것이죠. 실질적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리츠에 투자하며 매우 껄끄러워하는 지점도 리츠의 높은 변동성입니다. 실물 투자가 실질적으로 가치 하락이 있었던 없었던 간에 상장 리츠 대비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보이는 반면에 상장 리츠는 단기간에 매우 큰 등락폭을 보이고 매일 주가가 평가에 반영됩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시장의 변동성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8년에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라 판단하고 주식 비중을 늘리며 현금 비중이 20%까지 내려갔지만 이후로는 현금 비중이 줄곧 35%를 상회합니다. 최근 1분기 말 기준으로는 현금 비중이 평소보다 높은 56%에 달해 다시 주식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시장 하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변동성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상장 리츠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실물 대비 저렴하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점이 대체투자에 상장 리츠를 활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대체투자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료=COHEN&STEERS
상장 리츠의 높은 변동성은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위험으로 와닿지만 변동성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자, 신규 투자자, 또는 추가적으로 배분할 자금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위의 왼쪽 첫 번째 차트에서 상장 리츠는 리세션이 채 오기도 전에 선행하여 하락하고, 그 하락폭도 실물 대비 매우 큰 폭으로 나타납니다. 반면에 리세션이 끝나기 전에 다시 선행하여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상장 리츠와 실물 부동산의 사이클이 매우 다른 것이죠.
실물 부동산 전문가일수록 상장 리츠를 보면 실물 부동산과 상장 리츠의 괴리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동일한 지역에 유사한 수준의 퀄리티를 가진 실물 부동산과 상장 리츠가 있다면 상대 비교하여 밸류에이션이 더 저렴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글로벌 연기금들이 대체투자에 상장 리츠를 활용한다는 것을 글에서만 접하다가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밝은 국내 한 기관의 부동산 팀장님께서 실제로 상장 리츠와 실물 부동산 사이클의 차이, 그리고 글로벌 리츠의 높은 유동성을 활용하여 전체 자산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리츠가 실물 대비 높게 상승한 구간에는 리츠 투자에서 수익실현을 하고 리츠가 지나치게 저평가 된 구간에서는 다시 리츠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며 상장 시장과 실물 시장의 차이를 활용하는 역량을 지켜보며 부동산 전문가에게 리츠가 매우 유용한 툴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행정공제회가 리츠 투자를 통해 깨달은 것들 기관투자자가 '리츠'에 투자하는 이유, 행정공제회
상장 시장과 실물 시장을 넘나드는 글로벌 부동산 플레이어
자료=Fred
상장 시장과 실물 시장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글로벌 부동산 플레이어는 블랙스톤입니다. 블랙스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바닥을 형성하는 시기인 2012년부터 실물 시장에서 싱글 패밀리 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았습니다.
자료=블룸버그
그리고 블랙스톤은 싱글 패밀리 포트폴리오 플랫폼으로 인비테이션 홈즈(Invitation Homes)라는 리츠를 만들어 2017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킵니다. 리츠 기업공개(IPO)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딜이었는데 블랙스톤은 IPO를 하면서 인비테이션 홈즈 지분 28%를 17억 달러에 매각했고, 2019년 금리 인하로 리츠 주가가 크게 상승하자 보유 지분을 완전히 매각해 현재는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2022년 들어서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리츠의 주가가 급락하여 주가 수준이 순자산가치 대비 크게 할인되자 이번에는 주식시장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 리츠를 통째로 매입하여 상장 폐지 했습니다. 미국에서 아메리칸 캠퍼스 커뮤니티(American Campus Communities)라는 대학교 기숙사 리츠를 130억 달러에 인수했고 영국에서는 인더스트리얼 리츠(Industrial REIT)를 5억 파운드에 인수했습니다.
DWS자산운용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10% 정도를 상장 리츠로 구성하였을 때 변동성 대비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리츠 투자 비중을 확대할수록 기대 수익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변동성이 더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리츠 투자 비중이 10%를 넘고 나서는 변동성을 감안한 수익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최근 저희 신규 펀드 설정을 위한 심의에서도 리츠의 변동성이 너무 높아서 대체투자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리츠 투자를 단일 펀드의 수익률과 변동성 보다는 전체 대체투자 자금의 일부를 배분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대체투자의 다양성과 수익성 증대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이 더 성장하고 기관투자자가 참여가 늘어난다면K리츠 시장의 큰 약점 중 하나는 작은 시장규모로 인한 낮은 유동성입니다. 규모가 작아 아직까지는 기관투자자가 의미 있는 수준의 자금을 집행하고 회수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처럼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리츠를 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K리츠 시장이 2018년 정부의 활성화 정책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상장 리츠의 수가 2017년 4개에서 현재 4개에서 24개로 증가했고 상장 리츠의 평균 시가총액은 300억원에서 약 3,300억원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다수의 리츠가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신규 리츠 상장으로 시장 규모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리츠가 외형확장으로 연기금 자금이 참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동성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게 실물 시장과 비교하여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 제공 능력과 리츠 운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면 자연스럽게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나며 저평가도 해소되는 선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왜 나는 리츠를 사랑하는가(feat. 싱가포르투자청)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