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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미국 오피스와 간판 리츠 ‘보스턴프라퍼티스’의 겨울

2025.07.25 07:46:12

보스턴프라퍼티스
미국 오피스
리츠
SL그린
알렉산드리아

프롤로그 #1. 큰 손들의 전유물에서 국민들의 ‘최애’ 노후 상품으로

프롤로그 #2. '2,000조원 빅마켓'이 가진 매력과 잠재력들

①"글로벌 물류 공룡, '프롤로지스'도 한때 배당컷을 겪었습니다”

②"리츠도 성장주가 됩니다" 데이터센터리츠 대장주, 에퀴닉스(Equinix)

③'통신탑' 이어 '데이터센터'까지, 미국 리츠의 상징 '아메리칸타워'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꽃' 혹은 '노른자'를 꼽으라면 어떤 섹터를  수 있을까요아마도 가장 많은 이들이 꼽는 섹터는 오피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피스는 부침을 겪긴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투자운용된 자산 가운데 하나이자 장기간 투자안정성과 풍부한 수요를 검증받은 섹터입니다. 투자상품의 관점을 넘어서도 오피스는 제조업, 금융기업,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기업 본사와 사무실로 대변되는, 국가나 도시의 경제활동을 주도하는 공간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일터'이기도 합니다.

오피스 섹터의 위상은 미국에서도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리츠는 미국 오피스 시장에서 어떤 위상과 존재감을 가질까요. 의외로 존재감과 위상 크지 않습니다. 글로벌 대체운용사 등이 주축인 '펀드' 플레이어들이 주도하는 시장입니다미국 리츠 안에서도 오피스 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오랜 기간 시가총액 최상위 오피스 리츠의 경우 100억 달러 수준인데요.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을 감안해도 1,000억 달러 안팎의 대장 리츠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차이가 큰 편입니다. 물론 규모와는 별개로 미국 리츠를 통해 미국 오피스 시장의 분위기와 알 수 있고, 미국 오피스 리츠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해보긴 충분합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그중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오피스 리츠의 간판이라고 불리는 보스턴프라퍼티스(Boston properties)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최근 고전하고 있는 미국 오피스 시장의 이야기도 공유합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뿐 아니라 미국 오피스 시장과 오피스 리츠가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전해드립니. 국내에서도 서울 오피스와 달리 미국 오피와 리츠가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알 수도 있을텐데요. 보스턴프라퍼티스 외에도 SL그린과 알렉산드리아에 대해서도 짧게 다뤄보겠습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의 25년 이상 주가 흐름(좌), 5년 주가 흐름(우), 출처:구글파이낸스

 

미국 오피스 시장의 분위기


미국 오피스 시장은 그야말로 극심한 혹한기, 한파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당연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미국 오피스 리츠만 보더라도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혹은 그 이상 수준으로 떨어진 곳도 부지기수입니다. 익히 알려진대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셧다운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는데요.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속속 사무실 복귀에 따른 정상화 기대감이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직장인들은 회사로 돌아가길 거부했고, 계속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습니다. 회사가 오히려 구인난을 겪는 등 직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급감한 사무실 출근 인력이 증가하지 않으면서 오피스에 입주할 기업과 직장인들은 크게 줄어든 셈입니다. 일정 부분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은 다행입니다. 다만,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간극은 여전합니다.  오피스와 오피스 리츠는 공실률 상승, 임대료 하락 등의 문제에 계속 직면했습니다.

*출처:BXP

가장 크고, 유명한 보스턴프라퍼티스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2년 고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임차인 이탈, 임대료 하락 등을 겪은 후 특정 자산을 중심으로 차츰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는 흐름입니다. 미국 오피스 시장엔 고전하는 흐름 속에 두 가지 두드러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초우량 오피스를 중심으로 ‘플라이트투퀄러티(우량자산선호)’ 현상과 뉴욕을 필두로 한 동부와 LA, 샌프란시스코에 기반한 서부 오피스 시장의 엇갈리는 기류 등입니다.  

사실 미국 오피스 리츠의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오피스 시장을 떠올리면 상상이 쉽게 가질 않는데요. 국내의 경우 팬데믹, 엔데믹, 그리고 고금리까지 여러 이벤트를 겪은 2020년 이후에도 오피스 공실률이 역사적 저점을 찍고, 임대료도 계속 올랐습니다. 일정 부분 자산가치 하락이나 거래 절벽 등의 이슈가 있긴 했지만, 임대차 측면에선 탄탄했습니다. 향후 전망에 대한 갑론을박은 있지만, 지금까지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그야말로 핵심 자산이었습니다. 오피스 리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기관투자자는 최근 미국 오피스 시장은 자산 클래스와 지역에 따라 양극화, 차별화가 극심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일례로 개별 리츠의 경우로 보면 어떤 지역에 자산을 담고 있는 지에 따라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 시장에도 친숙한 플라이트투퀄러티’, 특히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의 우량 오피스 시장은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이 두드러집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의 비즈니스, 그리고 강점


보스턴프라퍼티스는 리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보스턴에 기반을 두고 있는 리츠입니다. 오피스 자산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오피스 리츠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기도 합니다. 보스턴 오피스를 시작으로 뉴욕 등 동부를 비롯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서부로 확장했습니다많은 리츠들이 동부면 동부, 서부면 서부에 비중과 강점이 높은 편입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동서부에 고루 분산돼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BXP의 포트폴리오 구성, 출처:BXP

물론 보스턴프라퍼티스도 오피스 시장 전반에 불어닥친 흐름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재택근무는 감소했지만 계속되는 하이브리드 방식, 여기에 고금리 국면까지 겹치며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는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긍정적이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점차 플라이트투퀄러티속에 우량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자산가치도 상승하는 등 금융권이 밀집된 뉴욕을 비롯 동부는 나름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리콘밸리 등 기술업종 회사가 밀집된 서부는 가라앉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의 강점은 CBD 중심의 ‘Class A’ 오피스 자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랜드마크 빌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플라이트투퀄러티현상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뉴욕을 비롯한 동부 자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량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서부 쪽이 기지개를 켠다면 언제등 상승 무드가 펼쳐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출처:BXP

실제로 동부와 서부 핵심 도시에 고루 분산된 우량 오피스들에 힘입어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의 현재 주가는 당시 고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반토막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흡사 과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급전직하했던 주가에서 바닥을 다지는 기류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오피스 단일 섹터만 다루는 리츠가 아니란 점입니다. 수익 다변화 혹은 보완 성격으로 일종의 대체투자성격으로 투자하고 있는 자산이 있는데요. 바로 레지던셜(주거용 부동산)입니다. 현재 복수의 임대주택 운용은 물론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피스 섹터가 부침을 겪을 때 자산을 레지던셜로 컨버전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레지던셜은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섹터로 분류됩니다. 

한 기관투자자는 미국 오피스를 가늠할 수 있는 보스턴프라퍼티스는 여전히 부침을 겪고 있는 리츠 가운데 하나입니다오피스 섹터의 침체 속에 개별 리츠의 펀더멘털도 그대로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부의 분위기가 차츰 개선되었듯 서부 역시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시점에 주가 상승 여력은 있을 것이라며 "과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하던 모습을 상기해볼 필요도 있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높은 배당수익률입니다. 현재 시가배당률이 5%대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팎의 여러 악재와 우려에도 지난 5년여 간 배당금은 한 차례도 감소된 적이 없었습니다(수익 성장도 유지). 물론 주가가 급락하면서 배당률이 올라간 측면도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입니다. 현재 시가배당률만 보면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등 국내 리츠 수익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셈입니다. 

*보스턴프라퍼티스의 샌프로란시스코 랜드마크 자산, 세일스포스타워, 출처:BXP

 

다른 오피스 리츠들, SL그린과 알렉산드리아


미국 오피스가 서부와 동부로 엇갈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동부에 기반을 둔 SL그린이 대표적으로 반등 흐름을 보이는 곳입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고금리 시대 이후 엄청난 타격을 받은 부분은 다른 리츠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SL그린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SL그린에 대해 좀더 알아볼까요. 미국 뉴욕 맨해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의 입지가 탄탄한 곳입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자산이자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랜드마크 오피스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원밴더빌트(One Vanderbilt)’를 보유한 리츠인데요.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는 보스턴프라퍼티스 대비 작지만, 존재감 만큼은 작지 않습니다. 흔히 뉴욕을 거점으로 하는 보네이도와 비교되기도 하는 곳입니다.

*원밴더빌트, 출처:SL그린

미국 리츠 시장에서 주목할 종목을 한 가지 더 소개해드립니다. 바로 알렉산드리아입니다본래 오피스 섹터에 속했던 종목인데요. 미국 리츠협회가 섹터 세분화를 단행하며 '라이프 사이언스'로 분류된 곳입니다. 라이프 사이언스는 말 그대로 바이오, 생명과학 등 전문성이 필요한 대규모 연구단지와 사무실 기반의 오피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광의의 오피스 리츠라도고 할 수 있죠.

알렉산드리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주가가 단순 우상향했다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급등한 종목입니다성장성과 잠재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외형을 불려나갔습니다. 과거 보스턴프라퍼티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날 정도로 커진 곳입니다. 지금은 크게 조정받으며 보스턴프라퍼티스와 큰 격차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는 추후 라이프 사이언스 섹터에서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김시목

김시목

SPI 시니어 에디터

사람 만나고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상업용 부동산과 리츠, 펀드 등에 더해 주요 플레이어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